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한들 트라움 시리즈 1
폴커 레징 지음, 조용석 옮김 / 한들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폴커 레징, 조용석 옮김,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한들출판사, 2010.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인간적으로 솔직한 심정을 밝힌 것에 대해 청중들은 순간 깜짝 놀랐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메르켈 총리는 용감하게 외쳤다. “우리의 한 분의 하나님, 그리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은 평소에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고백을 자제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일국의 총리로서 공식적인 입장에서 신앙 고백을 했다는 점은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동계올림픽 해설자가 해설 도중, 이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주님의 뜻이라는 중계를 했다가 자진 하차한 일이 있다. 자진 하차라고는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못견뎌서 내려왔으니까 도중 하차라고 보는 편이 낫겠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해설자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이를 중계로 보느냐 고백으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다르게 되겠지만, 어쨌든 공인으로서 언행은 신중해야한다는 점은 해설자나 메르켈이나 똑같이 적용받는 원칙일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은 동독의 무신론 체제를 거쳐 통일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인물이다. 메르켈의 아버지는 동독의 루터교회 목사였는데 사회주의 국가에서 교회와 목사는 현실을 비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어서, 메르켈은 다른 동독의 학생들과는 차별화된 교육 환경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동독 교회에서 길러진 신앙과 정치적 신념은 기독교인 정치인으로서 원칙적인 삶을 지향하는데 귀중한 밑거름이 되었다. 동독에서의 교회는 상당히 독특한 공간인데, 신앙의 공간이자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고 정보가 공유된 공간이었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메르켈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부끄럽다는 듯이 꽁꽁 숨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폐쇄와 개방, 개인과 공인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과 선택을 한 후 자신의 신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만 추측되도록 암시하기를 원하는 것을 선택한 듯 하다. 자신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지만, 공인이기에 이를 조화롭게 조절하려는 지혜로운 선택을 한 것이다. 공중파를 통해 해설자의 신앙고백이 울려펴질 때, 아멘 보다는 비난과 지탄의 목소리가 큰 우리의 현실에서 공인이 가야할 신앙생활의 한 예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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