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가지 결정 -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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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함규진, 『108가지 결정』, 페이퍼로드, 2008.




  이 책의 부제는 ‘한국인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이다. 한국사에 영향을 준 중요한 결정이 꼭 108개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108’이라는 숫자가 지니는 의미 때문에 이렇게 제목을 붙인 것 같다. 예전에 대학교수, 연구원, 재야 역사학자, 역사 작가 등이 한국사에서의 중요한 결정을 선정하여 순위를 매긴 적이 있다. 이는 <월간 중앙>의 별책부록인 <역사탐험> 제8호로 나온바 있다는 작가의 말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적인 평가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일련의 사건, 결정들을 순위 매기기 보다는 이들을 소개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의미와 작가의 견해를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못한 나 같은 평범한 독자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대부분이고, 기껏해야 사극, 역사물 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개략적으로나마 수업 듣는 느낌이었다. 국사, 역사 시간을 매우 지루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은 태고부터 현대까지 다루면서도 그 흥미로움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작가의 말솜씨 덕분이라기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숨어있는 일화에 대한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작가 개인의 생각을 적기 보다는 ‘사건 소개-의미 추가 설명- 타 전문가의 견해 제시’라는 형식을 따름으로써 다분히 신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이 설령 권위에의 오류일지 모르지만, 일단은 믿고 이해해도 무방할 정도의 전문가들이니까 걱정 안 해도 될 듯 싶다. 책 앞 쪽에 선정 위원 목록이 나오는데 난 그것도 못 믿겠어서 검증할 겸 몇 명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어떤 역사적 사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평가와 다른 평가가 내려진 것들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처럼 의심 많고, 전문적인 지식마저 없는 독자에게는 약간 위험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역사상 중요한 결정들에 대해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는 정보서로서는 상당히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중요한 역사적 결정이라 해도 때로는 극히 단순하고, 개인적인 에피소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서에 서술된 표현보다는 훨씬 복잡한 사실을 그 뒤에 감추고 있을 때도 있다.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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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일 1 - 불멸의 사랑
앤드루 데이비드슨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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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앤드루 데이비드슨, 이옥진 옮김, 『가고일-불멸의 사랑』, 민음사, 2008.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마지막까지 독자의 호흡을 놓지않는다는 평이 들어맞았다. 결말이 보이면 대충 읽어버리는 안좋은 독서 습관을 갖고 있는 나에게까지도 집중력을 끌어내었다. 매우 흡입력있는 작품이다. 만족한다.




  화상입은 전직 포르노 배우와 전직 수녀이자 정신 분열증 환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줄거리를 펼치기에는 이 자리가 부족할 듯 싶다. 그만큼 작가는 정말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를 펼쳐내었다. 그것도 이 책의 부제인 ‘불멸의 사랑’과 일관성이 있는 이야기로만 채워넣었다. 주인공의 이야기, 주인공의 입을 빌려 하는 이야기, 현대, 고대를 넘나드는 이야기, 현실과 환상 속을 오고가는 이야기 등 정말 대단한 입담을 자랑한다.

  작가의 첫 장편 소설이라는데, 그 기법과 구성, 표현면의 능숙함을 보아하니 꼭 그런것 같지는 않다. 작가의 여러 시도-이야기 자체로 내용을 전개하는것 뿐만 아니라, 글꼴을 바꿔가며 글을 씀으로써 인쇄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실 이러한 시도 때문에 글 읽는 초반에는 몇 번인가 헤맸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신선했다.

  내용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다시금 칭찬함으로써 ‘이 작품을 읽어볼까’ 하고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고 싶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내 마음대로 밑줄긋기

- 그리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쾌락의 삶을 살았다고 상기시켜 주었다. “제가 순결하게 하소서. 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라고 그 유명한 간청을 신께 올리기 전에 말이다. (1권, 131쪽)

- 안내를 받기 위해 의료진이 정신 분열증 환자를 본 것이라면 크리스마스는 진실로 기적이 일어나는 시간이었다. (1권, 239쪽)

- 구원은 갈구하면 누구나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옥은 선택이지요. (2권, 237쪽)

- 너는 내 것, 나는 네 것. 너도 이걸 확신하겠지. 너는 내 심장에 갇혔고, 열쇠는 내던져 버렸지. 너는 언제나 내 심장 속에 머물러야해. (2권, 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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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여걸열전 - 우리 민족사를 울린 불멸의 여인들
황원갑 지음 / 바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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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황원갑, 『한국사 여걸 열전』, 바움, 2008.

 



아쉬운 책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등장하는 여성 중, 여걸이라 평가받는 웅녀, 유화부인, 소서노, 낙랑공주부터 신사임당, 황진이, 명성황후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소개되고 있는 소중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기자 출신이자 소설가인 작가의 이력탓인지, 사진을 덧붙인 그의 글은 상당히 신뢰감이 가게 느껴진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異論, 야사 등을 많이 제시해 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었고, 열전의 형식을 빌려 마지막에 ‘사평’에 해당하는 작가의 생각도 엿볼 수 있어서 독특했다.



그런데 문제가 조금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나라 여성사를 학술적으로 고찰한 여구서가 아니고 필자는 그 방면의 전문가도 아니다.”(6쪽), “이 책은 (이러한 논쟁거리)~들을 일일이 분석하고 판단하려는 연구서가 아니므로 그런 문제는 전문가들의 숙제로 돌리기로 하고……” 식으로 글의 신뢰성을 확 떨어뜨리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한참 재미나게 읽으며 ‘우와! 진짜? 이야~ 몰랐네~’ 이러고 있는데 작가가 갑자기 한발을 빼버리니까 허무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반복되는 ‘아님 말고’식의 논의 전개는 책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되었고 결국 책 중반 이후에는 집중도가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필자의 말을 빌리자면 -세조실록을 읽고 세조는 좋은 사람이고, 사육신은 죽일 놈이라고 평가 할 수는 없듯이- 말이다. 아직 학계에서 인정 받지 못한 것들이 상당수라 어느정도 한계는 있지만, 나름대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숨겨진 역사, 새로운 해석, 흥미로운 異論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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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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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희 엮음, 동냥그릇, 젠북, 2008.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선인들의 지혜로운 잠언이 적힌 글을 이렇게 후다닥 읽어서야 되겠나-라는 걱정이 들 정도로 빨리, 그리고 쉽게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좀 더 생각을 하고, 내용을 오래 곱씹어 볼 껄-하는 후회가 남기는 했다. 

  동냥그릇-나를 찾아가는 먼길-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으며 ‘아하!’ 깨달은 점도 많았고, ‘그래?’하고 내 생각과는 다른 부분에서는 다시금 고민해본 적도 있었다. 책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만은 없지만 그래도 삶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성찰해 온 수도승의 잠언을 듣는 느낌으로 좋은 수업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모방은 때때로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 그러니 나를 잘 알고 나서야 비로소 쓸모가 있는게 아닐까? 고양이가 나무에 오른다 해도 새처럼 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추종자들은 결코 “깊은 지식”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스승이 오랫동안 공부한 과정의 맨 끝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고양이인지, 새인지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이를 통해 현재 나의 모습, 상태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이 글귀들을 읽으며 이 책의 태생적 한계를 느꼈다. 수도승, 스승, 선인들의 오랜 삶과 깨달음의 정수인 이 책을 접하고 나같은 속인들은 다시금 삶의 자세를 가다듬고는 한다. 그러나 그들이 오랫동안 공부한 과정의 맨 끝에서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니 결국 나도 ‘깊은 지식’에는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뜻인가…… 알고 있다. 내 말에 어폐가 있고, 지나친 억측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냥, 이 글귀를 읽었을 때 내가 느낀 허무함을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가르칠 힘이 없는 지식이란 아무 소용이 없다. (49쪽)

  - 학교를 보라. 가르치고 싶은 열정과 배우고 싶은 열정이 없는 사람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있다. 그러니 무슨 정수를 주고 받을 수 있으랴. (70쪽)

  - “언젠가 네 놈이 던진 돌에 머리가 깨졌던 수도승이다. 이 돌이 바로 그 돌이다.”

    “이런 젠장.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난거냐?”

    “두려움 속에 숨어 있다가 이제 나타났다. 왜?” (2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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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시크릿, 그림자 인간 - 세계 1%만이 알고 있는 어둠의 실력자들
손관승 지음 / 해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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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승, 『탑 시크릿, 그림자 인간』, 해냄, 2008.

  마르쿠스 볼프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다. 냉전의 시대에 필요악으로 존재했던 스파이의 세계를 그린 작품인데, 생동감 넘치고 긴장감 있는 스파이 소설을 떠올렸던 나로서는 적잖은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마르쿠스 볼프의 생애를 구구절절이 묘사하기 보다는 냉전 시절 동독의 해외정보 수집 기관인 HVA의 수장으로서의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그 나름대로의 흥미 요소가 있었지만 기대가 깨져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스파이의 세계는 참 신기하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여러 요인 중 포섭 대상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여 궁극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 -정보를 얻어내는 것- 를 성취해내는 미묘한 세계이다. 특히 볼프는 요즘 첨단화된 전자기기를 사용한 도청, 감청 등 보다는 인간이 직접 그 도구가 되는 휴민트 방법을 잘 사용했다. 이는 전자정보 보다는 인간정보가 보다 귀중한 자료라고 생각한 그의 스파이 철학이 반영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여러 방법 -이데올로기, 자존심, 돈, 이성, 술 등- 중 표적 대상에게 무엇이 가장 효율적으로 통할지 파악하는 능력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도 변절하지 않도록 부하 직원들을 인간관적 관계로 관리하는 등의 모습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보기관장으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평생 비밀과 악수해야 했던 숙명을 지닌 ‘얼굴없는 사나이’, 마르쿠스 볼프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 기관의 책임자가 되어서 겪어야 하는 비극 중 하나는 당신이 아무리 정직해도 사람들이 당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297쪽) 책을 읽는 기간중에 미국 드라마 ‘24’를 보며 슈퍼 스파이-로미오-를 떠올렸고, 괜히 내 주위 사람들을 한번 의심해보기도 했다. 다행히 내가 중요한 인물을 아니라 아무런 문제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저자가 서두에 언급한 ‘타인의 삶’이라는 영화도 찾아 보았다.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못하고 평생 타인의 생활에 관심을 기울이고 모든 것이 타인에게 초점을 맞춰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삶에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남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기쁨도 잠시, 이를 지켜내야 하는 또 하나의 비밀을 안게됨으로써 그의 생애는 엄청난 스크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남’이 아닌 ‘나’를 위해 물건을 사는 장면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나’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 자존감의 저하 등 심리적인 갈등 속에서도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삶을 보며 스파이라는 직업이 매체를 통해 본 것처럼 마냥 화려하고 긍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화려해보이는 그림자 인간의 어두운 그림자. 다소 역설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약간이나마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었으니 유용한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정보 기관의 책임자가 되어서 겪어야 하는 비극 중 하나는 당신이 아무리 정직해도 사람들이 당신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다.”(2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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