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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평점 :
정민, 박동욱, 『아버지의 편지』, 김영사, 2008.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었다. 이 책에는 이황, 백광훈, 유성룡, 박지원, 안정복, 박제가, 김정희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유학자, 정치가, 실학자, 서예가 등 그들이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 나오는 그들은 ‘너무나 인간적’이었다. 그들도 인간이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였다. 너무나 인간적인 그들의 마음씨와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아버지의 편지’를 읽어보니 옛 위인들이 왠지 가깝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로제타석에는 옛 이집트인들의 생각이 반영된 글이 적혀있다고 한다. 로제타석의 한 부분에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내용이란다. 어른들이 보기에 젊은 사람들이 버릇없고, 노력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것 같다.
조선 중기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이황은 장남에게 무려 300여 통의 편지를 보냈다. 뛰어난 학자이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아들에게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노파심일까? 자식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리라. 그렇지만 책에 수록된 10여 편의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아들이 느꼈을 학문에 대한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 빠르게 흘러갈 젊은 시절을 좀 더 알차게 보내라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만큼 잘 드러나 있다.
현재 7차 교육과정의 국어 교과서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글이 실려 있다. ‘정약용,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가 그것이다. 유배지로 떠난 아버지 정약용이 두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 현실을 살아가는 자세를 제시하는 올곧고 강직하지만, 자식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글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아버지의 마음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따뜻한 책이다.
* 내 마음대로 밑줄 긋기
- 나아가지 않으면 물러난다. (不進則退) (29쪽)
- 이러게 하기를 폐하지 않으면 날짜로 따지면 부족해도 달로 따지면 남음이 있을 것이다. (78쪽)
- 너희가 일찍이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의문이 생기지 않고, 의문이 생기지 않으므로 물을 수가 없는 것이다. (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