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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술안주 - 술 한잔, 하실래요? ㅣ Real Simple 시리즈 2
이미경 지음 / 테라w.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이미경, 『우리집 술안주』, 테라더블유닷, 2010.
맛있는 책이다. 비가 오면 짬뽕이나 해물탕처럼 뜨겁고 화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나고, 자연스럽게 소주 한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태풍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지만, 내일 저녁에 분명히 있을 비오는 날의 소주 모임에 벌써부터 설렌다. 요즘엔 막걸리에 빈대떡도 좋다. 라이스 와인, 막걸리. 워낙 맛있는 술이라 안주가 딱히 필요없고, 술만 마냥 마셔도 배가 부르지만 때때로 도토리묵무침이나 감자전이랑 먹어도 별미이다. 두부와 부추김치는 소주에도 좋고 막걸리에도 좋은 전천후 안주이기도 하다.
말이 길었다. 이 책은 앞서 얘기했듯이 맛있는 책이다. 단순한 레시피라고 보기에는 이 책에 미안하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음식의 질감은 나를 주방으로 이끈다. 말나온김에 만들어본 가지볶음! 여름에서 초가을 사에에 주로 먹는 딱 좋은 가지! 그렇잖아도 자꾸만 D형 몸매로 바뀌어서 스트레스 받는데 가지는 칼로리가 채소 중에서 가장 낮은 착한 채소이다. 짜게 먹으면 건강 상하는데,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니 아주 착한 채소가 맞다. 게다가 얼마나 쉬운 조리법인지! 깨끗이 씻어서 썰고, 팬에 들기름이랑 식용유를 두른 후 살짝 볶고, 간장, 풋고추 등으로 간을 하면 된단다. 난이도는 별 한 개! 요리에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하겠다고 시작한 나의 가지볶음. 결과는...안타깝게도 너무 흐물흐물거려서 아내의 손을 빌리고야 말았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침통했다. 아무리 좋은 레시피더라도 요리의 기승전결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보기 좋게 첫 요리에 실패한 후, 생각을 조금 바꿨다. 난 술만 마시고, 이 책을 아내에게 선물하여 집에서 맛있는 안주해달라는 것으로 말이다. 진짜 한 페이지 한페이지, 맛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사케 안주, 막걸리 안주, 와인 안주, 맥주 안주, 나의 사랑 소주 안주, 양주 안주 등 종류도 많고 그 다음날 속풀이 음식에 대한 레시피까지 나와 있다. 이걸 다 해주기만 한다면 난 진짜 집에 일찍 들어올거다...하며 책을 건넸다. 나의 말도 안되는 궤변을 한참 듣고있더니, 아내는 제법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다. 음~ 그치~ 하며 대화하듯 말하는 것을 보니 제법 집중하고, 이미 요리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첫 작품이 기대된다. 내일은 분명 비가 올 것이다. 설렘을 안고 집에 일찍 오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