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 중국 최고 전략가 증국번의 세상을 이기는 법 18
챵펑뤼 지음, 양성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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챵펑뤼, 양성희 역, 『처세』, 21세기북스, 2010.

 

 

처세. 處世. 이 얼마나 중요한 단어이면서도 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이 책의 주인공인 중국 최고 전략가 증국번처럼 세상을 이기는 법까지 배운다면 좋겠지만, 사실 난 내 한 몸이라도 제대로 가누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모택동을 무릎 꿇게 한 단 한 사람, 천하의 흐름을 읽고 대세를 주도한 근대 중국의 현실 전략가’ 이는 증국번에게 붙은 수식이다. 정말 대단한 수식이다. 사실 나에게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이런 평을 받는 사람에게라면 정말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설렘을 안고 책장을 펼쳤다.

증국번은 삶에 임하는 마음가짐 자세부터가 달랐다. 그는 혈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참된 마음의 열정인 혈성을 다한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이 옳다고 믿고 추구한 것이라면 죽는 순간이 다가올지언정 끝까지 혈성을 다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증국번은 이상적인 생각만을 막연히 갖고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끊임없이, 꾸준히. 증국번이 갖고 있던 또 하나의 생각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소질을 개발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과는 달리 과거제가 있던 시기에서 증국번은 그의 생각과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과거에 급제하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공부에 매진하여 마침내 뜻을 이룬 사람이다. 꾸준함. 쉬운 말이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기에 그의 행동과 결실은 그만큼 대단하게 보인다.

증국번과 나, 영웅과 소인. 우리 둘 사이의 차이점이 뭘까 한참 생각해 보았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어리석고 무지한 경우가 많다. 혹 알더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다. 물론 그중에서 혹자가 행동으로 옮기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은 너무너무 힘들다. 반면에 혈성을 다한 증국번은 한번 뜻을 세우고 평생 변함없이 굳은 의지로 이를 지키고 행하려 노력한 소수이기에 더욱 빛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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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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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부용,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문화구창작동, 2010.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리고 씁쓸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후 가슴 한 켠에는 뭔가 찝찝함이 남았다. 소설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아빠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투덜이 백수 채태만, 그리고 실질적인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미용실 주인이자 아내 지수, 그리고 엉뚱하고 단순한 성격이다 보니 이 작품의 중심 사건을 발생시키는 요인인 9세 소녀 딸 아영이. 단란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이 가정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아빠인 채태만이 백수인 것이다. 그런데 직장을 구하는 데에 열심이기 보다는 자신의 실패나 자신의 실수가 모두 세상 탓으로 돌리다보니 직장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가정에까지 소홀하다보니 가족 간의 관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 그 많은 시간에 가족에게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테고, 결국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딸 아영이는 이러한 아빠가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학교 재활용 센터에 넘기려한다. 이 엉뚱함 때문에 결국 아빠 렌털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솔직히 이 말도 안되는 사업이 잘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빠 렌털 사업이 아주 잘되었다.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들 하고 있다면 이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 시대에는 아버지의 부재가 큰 문제라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내었다고 본다. 사실 줄거리는 엉뚱한 아빠 채태만 때문에 재미있고 술렁술렁 넘어간다. 작품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읽다보니 사실 문제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 읽고 난 후에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느끼고 있는 한 문제의식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을 뿐이다. 이 소설의 핍진성이, 사회를 너무 노골적으로 꿰뚫어보고 반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안좋았지만, 작품 자체는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서 의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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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갑자기
차우모완 지음 / 엔블록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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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모완, 『그 해 여름 갑자기』, 엔블록, 2010.

 



어렵다. 그리고 전문적이다. 그러나 인간적이다.

이렇게까지 의학 전문 지식을 갖추게 된 것은 작가 본인이 암 환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암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치료에 노출되거나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암 박사’가 된다고 한다. 작가가 최종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일반적인 병원 치료가 아닌, 자연 치유법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은 작가의 곁에 자연의학의 전도사가 있고, 한의사 선생님도 있고, 이야기의 주인공과 매우 흡사한 모델이 된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가의 곁에 이런 상황이 있다 보니 작가 스스로가 암박사가 되어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소설 작품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방대하고 어려우며, 그렇지만 매우 세부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보니 이게 체험담이야 소설이야? 하는 의아함과 감탄이 나왔다. 물론 부분적으로 여러 가지 소재를 나열하여 최종적으로 다 고치는 것으로 모아버린 점은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섬마을에 돌아와 사는 남자, 동생, 죽은 언니, 육촌 언니 등 이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현대 의학과 암에 대한 비극적인 인식과 판정, 그리고 수술로써 이를 극복하기 보다는 자연대체 의학으로 해결해내는 과정은 그렇게 평탄하지만은 않다. 그들 사이에 얽힌 이해관계와 갈등, 그리고 그들을 드리우고 있는 죽음의 그늘. 그들에게 사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작은 의미가 아니다. 한 쪽 가슴이 없어도 살려면 그냥 살수는 있다. 그렇지만 여자에게 그것은 자존감을 뭉게 버리는 셈이고, 아예 사는 것이 아니라고 느낄 뿐이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는 이유가 유방암이라니. 그렇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스스로 살기 위해. 그리고 사랑을 위해 치료를 택한다. 안쓰러움 속에서 핍진함을 느낀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복잡함 속에서 진솔함과 현실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작가의 주위에 있는 그네들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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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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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A』, 자음과모음, 2010.


A란 뭘까? 궁금함에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angel, amazones, adultery... 편지지 겉봉에 주황색 글씨로 크게 박힌 A. 솔직히 A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겼는데... 알 수가 없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A들이 있었다. 너무 성가셔서 별수 없이 나는 조그많게 말해주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최영주가 소리쳤다. “거짓말!”’ 나도 거짓말이라고 외쳤다. 정말 큰 뜻을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작중 인물인 최영주는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나는 이렇게 답답함을 안고 작품이 끝나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설레설레했다.
작품의 구성은 상당히 치밀했다. 그리고 매우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어쩐지 신문 지면을 통해서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얼핏 들어봤을 사건이라고도 생각된다. 다만 우리에게 드러나는 일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는 법인데, 나같은 일반인들은 범접하기 힘든 정치계와 경제계, 일명 정경유착의 일면을 맛보게 해주니 어쩔수없다는 듯이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나보다. 동종 업체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을 해나가던 신신양회, 이 큰 공장을 이끌어 나가던 여자. 나의 어머니, 그리고 이모들. 이들은 공통의 비밀을 안고 같은 날 죽는다. 그리고 이 죽음을 둘러싸고 신흥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의문을 갖고 민감한 곳까지 접근하던 기자도 죽음을 당한다. 신문에 단 한번 거론됐던 대기업 G그룹. 그런데 어떤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분명히 있나보다. 기업의 이름을 회자되지 않도록 해주고, 이 비극적인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건도 조용히 묻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신신양회를 재건하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A가 적혀있는 편지가 곳곳에 전달된다. 그들은 전부 남자이며, 연예인, 정치인 아들, 기업인 아들 등 정계나 언론,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의 자제였다. 과연 신신양회와 그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기에 죽음까지 받아들이며 비밀을 지키려던 것일까? 그리고 A란 무엇일까. 행간을 집중하여 읽는 독자라면 답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문학의 힘은 정답에 있지 않고 생각하는데에 있다는데... 정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 작가가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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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술안주 - 술 한잔, 하실래요? Real Simple 시리즈 2
이미경 지음 / 테라w.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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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우리집 술안주』, 테라더블유닷, 2010.

 

 

맛있는 책이다. 비가 오면 짬뽕이나 해물탕처럼 뜨겁고 화끈한 국물요리가 생각나고, 자연스럽게 소주 한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태풍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지만, 내일 저녁에 분명히 있을 비오는 날의 소주 모임에 벌써부터 설렌다. 요즘엔 막걸리에 빈대떡도 좋다. 라이스 와인, 막걸리. 워낙 맛있는 술이라 안주가 딱히 필요없고, 술만 마냥 마셔도 배가 부르지만 때때로 도토리묵무침이나 감자전이랑 먹어도 별미이다. 두부와 부추김치는 소주에도 좋고 막걸리에도 좋은 전천후 안주이기도 하다.

말이 길었다. 이 책은 앞서 얘기했듯이 맛있는 책이다. 단순한 레시피라고 보기에는 이 책에 미안하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음식의 질감은 나를 주방으로 이끈다. 말나온김에 만들어본 가지볶음! 여름에서 초가을 사에에 주로 먹는 딱 좋은 가지! 그렇잖아도 자꾸만 D형 몸매로 바뀌어서 스트레스 받는데 가지는 칼로리가 채소 중에서 가장 낮은 착한 채소이다. 짜게 먹으면 건강 상하는데, 나트륨의 배출을 촉진하는 역할도 하니 아주 착한 채소가 맞다. 게다가 얼마나 쉬운 조리법인지! 깨끗이 씻어서 썰고, 팬에 들기름이랑 식용유를 두른 후 살짝 볶고, 간장, 풋고추 등으로 간을 하면 된단다. 난이도는 별 한 개! 요리에 완전히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이정도는 하겠다고 시작한 나의 가지볶음. 결과는...안타깝게도 너무 흐물흐물거려서 아내의 손을 빌리고야 말았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침통했다. 아무리 좋은 레시피더라도 요리의 기승전결을 알고 있는 사람들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인가 보다.

보기 좋게 첫 요리에 실패한 후, 생각을 조금 바꿨다. 난 술만 마시고, 이 책을 아내에게 선물하여 집에서 맛있는 안주해달라는 것으로 말이다. 진짜 한 페이지 한페이지, 맛있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술의 종류에 따라 사케 안주, 막걸리 안주, 와인 안주, 맥주 안주, 나의 사랑 소주 안주, 양주 안주 등 종류도 많고 그 다음날 속풀이 음식에 대한 레시피까지 나와 있다. 이걸 다 해주기만 한다면 난 진짜 집에 일찍 들어올거다...하며 책을 건넸다. 나의 말도 안되는 궤변을 한참 듣고있더니, 아내는 제법 흥미롭게 책장을 넘겼다. 음~ 그치~ 하며 대화하듯 말하는 것을 보니 제법 집중하고, 이미 요리를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첫 작품이 기대된다. 내일은 분명 비가 올 것이다. 설렘을 안고 집에 일찍 오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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