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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빌려드립니다 - 백수 아빠 태만의 개과천선 프로젝트
홍부용 지음 / 문화구창작동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홍부용,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문화구창작동, 2010.
재미있는 발상이다. 그리고 씁쓸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읽는 내내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은 후 가슴 한 켠에는 뭔가 찝찝함이 남았다. 소설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아빠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투덜이 백수 채태만, 그리고 실질적인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미용실 주인이자 아내 지수, 그리고 엉뚱하고 단순한 성격이다 보니 이 작품의 중심 사건을 발생시키는 요인인 9세 소녀 딸 아영이. 단란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이 가정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아빠인 채태만이 백수인 것이다. 그런데 직장을 구하는 데에 열심이기 보다는 자신의 실패나 자신의 실수가 모두 세상 탓으로 돌리다보니 직장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가정에까지 소홀하다보니 가족 간의 관계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직장을 다니지 않으면 그 많은 시간에 가족에게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테고, 결국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딸 아영이는 이러한 아빠가 쓸모없는 물건이라며 학교 재활용 센터에 넘기려한다. 이 엉뚱함 때문에 결국 아빠 렌털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솔직히 이 말도 안되는 사업이 잘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아빠 렌털 사업이 아주 잘되었다. 아빠의 역할을 제대로들 하고 있다면 이 사업이 잘 될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 시대에는 아버지의 부재가 큰 문제라는 점을 날카롭게 짚어내었다고 본다. 사실 줄거리는 엉뚱한 아빠 채태만 때문에 재미있고 술렁술렁 넘어간다. 작품을 읽는 내내 재미있게 읽다보니 사실 문제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다 읽고 난 후에 머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몸은 느끼고 있는 한 문제의식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을 뿐이다. 이 소설의 핍진성이, 사회를 너무 노골적으로 꿰뚫어보고 반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안좋았지만, 작품 자체는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서 의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