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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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란, 『A』, 자음과모음, 2010.


A란 뭘까? 궁금함에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angel, amazones, adultery... 편지지 겉봉에 주황색 글씨로 크게 박힌 A. 솔직히 A가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겼는데... 알 수가 없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A들이 있었다. 너무 성가셔서 별수 없이 나는 조그많게 말해주었다. 믿지 못하겠다는 듯 최영주가 소리쳤다. “거짓말!”’ 나도 거짓말이라고 외쳤다. 정말 큰 뜻을 담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작중 인물인 최영주는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지만, 나는 이렇게 답답함을 안고 작품이 끝나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설레설레했다.
작품의 구성은 상당히 치밀했다. 그리고 매우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 어쩐지 신문 지면을 통해서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서 얼핏 들어봤을 사건이라고도 생각된다. 다만 우리에게 드러나는 일각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이면에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다. 원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재미있는 법인데, 나같은 일반인들은 범접하기 힘든 정치계와 경제계, 일명 정경유착의 일면을 맛보게 해주니 어쩔수없다는 듯이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나보다. 동종 업체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을 해나가던 신신양회, 이 큰 공장을 이끌어 나가던 여자. 나의 어머니, 그리고 이모들. 이들은 공통의 비밀을 안고 같은 날 죽는다. 그리고 이 죽음을 둘러싸고 신흥 종교 집단의 집단 자살이라고 발표했지만, 의문을 갖고 민감한 곳까지 접근하던 기자도 죽음을 당한다. 신문에 단 한번 거론됐던 대기업 G그룹. 그런데 어떤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분명히 있나보다. 기업의 이름을 회자되지 않도록 해주고, 이 비극적인 그리고 비밀스러운 사건도 조용히 묻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신신양회를 재건하려는 움직임과 동시에 A가 적혀있는 편지가 곳곳에 전달된다. 그들은 전부 남자이며, 연예인, 정치인 아들, 기업인 아들 등 정계나 언론, 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의 자제였다. 과연 신신양회와 그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기에 죽음까지 받아들이며 비밀을 지키려던 것일까? 그리고 A란 무엇일까. 행간을 집중하여 읽는 독자라면 답을 찾을 지도 모르겠다. 문학의 힘은 정답에 있지 않고 생각하는데에 있다는데... 정답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답을 알려주지 않는 작가가 야속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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