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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가고 싶다 - 소설가 이순원의 강릉이야기
이순원 지음 / 포럼 / 2009년 2월
평점 :
이순원, 『강릉에 가고 싶다』, forum, 2009.
애향심이 강한 대구 친구가 있다. 대구어 화자인 그 덕분에 대구에 대해 제법 잘 알게된 대구쟁이가 되었다. 작가 이순원은 강릉쟁이이다. 상고를 상위권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강릉상고에 입학했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왼손잡이라 그 꿈을 이루지 못 했다는 슬픈 결말이 따르긴 했지만. 어쨌든 강릉쟁이 이순원의 이야기를 따라 강릉 탐방을 해보면 강릉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뜬금없이 애향심까지 생길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여행지침서이다. 물론 여행 지침서로 보기에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을 갖고 있지만 말이다. 다행히 군 생활을 경기도권에서 보내서인지, 웬만한 남자라면 친숙한 강원도 이야기가 나왔지만 나는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연인이라면 누구나 가보았을직한 정동진에도 한번 안 가봤고, 허난설헌, 오죽헌 등에 대한 이야기는 전공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으로밖에 접해보지 못했다. 사실 오죽헌이 강릉에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살짝 창피하다.
본문은 작가의 가족여행과정을 순서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읽는 내내 그 옆에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들으며 여행하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에 한 서점에서 했던 이순원 선생님의 싸인회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은비령>의 작가라며 유명하댔는데, 사실 그때는 잘 몰랐다.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란 책을 들고 싸인을 받았는데, 참 인상이 좋았던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무심코 첫 장을 넘겼고, 홀린듯 한권을 다 읽은 후 친구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도 있다. ‘망배(望拜)’라는 작품을 읽고 넘쳐오르는 감동과 여운이 아쉬워서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친구 또한 나처럼 책에 홀딱 빠져서 독후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나에게 말 그대로, 독서의 즐거움을 처음 알려준 작가 이순원. 그의 옆에서 강릉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여행은 바라본 만큼이 아니라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참 멋진 말이다. 나는 강릉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강릉에 대해 많이 알고, 많이 누릴 수 있는 작가가 내 옆에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동대문밖에서는 강릉이 최고라며 강릉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이 강한 작가는 강릉시 3대 명풍으로 불리는 경포, 단오제, 금강소나무의 소개 뿐만 아니라 허난설헌의 시 작품, 그림 소개를 통해 여행의 운치를 살렸고, 강릉구경도 식후경이라며 시골장터에서 밥도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실 곳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아, 잊지 마시라. 이 책이 여행지침서라는 사실을. 운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여행지에 대한 전화번호와 찾아가는 길, 예상 경비, 할인 받는 법 등 유용한 실용서로서의 기능도 멋지게 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