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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나라 사람들 - 목욕탕에서 발가벗겨진 세상과 나
신병근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3월
평점 :
신병근, 『탕나라 사람들』, 시대의 창, 2009.
특이한 책이다. 독특한 그림체와 여행을 하는 내용전개구조. 주인공인 일곱살 동갑내기 뺑글이와 똥희는 탕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여기에서 탕나라란 목욕탕을 의미한다. 뺑글이는 소심하고 불안감이 많은 철부지로 나오고, 똥희는 주도적이고 명랑 발랄한 박학다식한 어린이로 등장한다. 똑같은 나이이지만 ‘저게 뭐야?’, ‘왜 그렇지?’ 등등의 뺑글이의 질문에 상냥하고 자세히 설명해주는 역할을 하는 똥희의 지적수준과 철학관은 보통 어른 이상이라 조금 어색하긴 하다. 어쨌든 탕나라로의 여행을 경험해나가는 그 과정들은 내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역할을 했었다. 나 또한 뺑글이처럼 ‘아, 그렇구나’를 연발했으니까.
탕나라에 대한 그림 및 설명이 나온다. ‘대략 80세, 배경화면+네비게이션, 인간 신체 모양의 대중목욕탕.’ 첫 장면에 이런 그림과 설명이 나왔지만 사실 책을 다 읽을때 까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과한 채 책을 읽어 버린 것이다. 솔직히, 책 뒷부분에 붙어있는 제작노트 부분을 보고서야 이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이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모습, 웬일인지 지면과? 목욕탕 물에 잠겨있는 부분?이 어두운 색깔이었다. 물론 이것도 책을 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인간내면의 무의식 세계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그러고 보니 그럴듯하다. 갑자기 목욕탕 안의 괴물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사람들 내면 무의식에는 이런 것들이 숨어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나보다. 외면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 겉으로 드러난 외면의 세계는 깨끗이 하기 위해 때를 벗기고 비누칠을 하지만 과연 내면의 세계는 어떻게 닦고 정리할 것인가? 작가는 상당히 철학적인 이야기를 그림과 여행이라는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려 했는데, 결국 그 답을 얻어냈을까? 인간과 존재에 대하여 상당히 많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작가 스스로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나 의문이 든다. 그것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니까. 아마도 선인들이 그랬듯, 수많은 동서고금의 철학자들이 그랬듯.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작가도 언급했듯이 다소 조잡해 보일 수 있는 그림이 많다. 작업도 작은 그림으로 그린것 같지는 않은데, 그 근거는 각 부분의 그림들이 매우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는데서 단순히 조잡하다고 치부해 버릴수 없는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그리는 것은 쉬운일 일지도 모른다. 그냥 목욕탕가서 사진 찍어서 있는 그대로 묘사해버리면 끝이니까. 그런데 이 작품의 독특성은 그들의 혹은 우리들의 외양만 있는 그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각각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욕심이나 본성을 특징적으로 집어내어 이를 단순화하여 그리려는 노력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날카로운 시선은 오랜 고민과 존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나온 귀중한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