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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갤러리 ㅣ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영범, 『철학갤러리』, 풀로엮은집, 2009.
오직 미술관과 박물관 관람만을 목적으로 테마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하루이틀이 아닌 열흘동안이나. 여행전에는 그림에 문외한이었으나, 돌아오는 길에는 Gogh가 ‘고흐’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플란더스의 개’의 ‘네로’가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그림의 작가가 ‘’루벤스‘라는 것도 알게되었으며, 몇몇 작품이긴하지만 화가와 작품을 제법 연결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관람을 하러 화랑, 즉 갤러리에 들어갈때마다 그 규모의 웅장함에 감탄하고는 했다. 그리고 다소 투박하고 크나큰 외형과는 다르게 세부적으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내부 때문에 몇 번인가 길을 잃기도 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그 그림들을 아무렇게나 진열해놓은 것은 아니었다. 시대순이라든지, 장르상이라든지 등의 각각의 기준에 맞추어 공통적인것끼리 분류해놓은 것이었다. 이름이나 그림만 어렴풋이 알던 상태였는데 제법 보는눈이 생기게된 것은 갤러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 어느 시대에 속해있으며, 그 시대의 일반적인 특징은 무엇이며, 어떤 작품과 유사하고 어떤 작품과 상반되는 성격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이 작품의 경향을 계승한 작품은 무엇인지 등등.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세부의 특징을 명확히 꼽아주는 갤러리의 역할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이 책 『철학갤러리』는 읽는 내내 여러 철학자들의 동상을 쭉~세워놓고 그들 하나하나 혹은 무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감상하는 느낌이었다.
책의 서문에는 매우 멋진 표현이 나온다. “철학사에는 때마다 거인이 나타나 다른 거인을 소리쳐 부르면서, 그들 발치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경망스럽고 요란한 난쟁이들에 개의치 않고 드높은 정신의 대화를 계속해왔다.” 솔직히 독서 시간은 참 좋았다. 처음엔 매력적인 문장에 빠져 글을 읽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그림이라던가 철학자들의 일화(예를 들어, 논리적이고 이성적일것이라 생각했던 피타고라스의 주된 관심사가 오히려 종교적이고 윤리적인데에 있었다는 것 등)를 통해 흥미가 유지되었고, 부록으로 첨부된 ’한장으로 보는 철학계보도‘를 통해 각각의 관계를 파악해보느라 끝까지 긴장과 흥미를 놓치지 않았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구성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철학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모차르트, 베토벤은 잘 알아도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는 잘 모르듯이 플라톤, 데카르트는 알아도 라캉, 들뢰즈 등은 생소해서 몇 번인가 다시 읽기는 했다. 나의 상식수준은 기껏해야 화이트헤드가 하버드 철학교수라는 것, 소쉬르는 랑그와 파롤을 정의한 철학자라는 것을 아는 정도였다. 교과서에 나오지 않으면 철학은 접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철학은 죽어있는 지식으로 그 역할을 그치지 않으며, 그렇다고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며, 사유의 폭력이 행해지고 사회에 난제가 제기될 때에 비로소 치열하게 발생하는 것이라한다. 그런점에서 오늘날도 어딘가에서는 철학자들의 깊은 사유와 논쟁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기에 우리의 사회와 인류의 생활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