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평점 :
이용재,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부키, 2009.
정말 읽기 쉬운 책이다.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도 반나절도 안돼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가벼운 책은 절대로 아니다. 그림과 사진이 올컬러로 삽입된 무려 270여페이지의 완전한 책이니 말이다. 게다가 내용은 우리나라 건축물과 선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사상과 일화 등 결코 만만한 내용만은 아니었으나 이토록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작가 이용재의 글재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흥미로운 일화와 사진의 제시 등도 그런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있으면서도 묘하게 읽기 쉬운 그의 매력적인 글 솜씨가 그 중심에 있다고 확신한다.
작가는 건축평론으로 대한민국 1호 석사를 받고, 건축 잡지를 만들 정도로 글에 대한 관심과 욕심이 남달랐다고 한다. 건축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 전국의 문화재를 찾아나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러던 도중 문화재의 탄생 비화에 눈을 뜸으로써 이 재미나고 흥미로운 이야기-제도권 교육에서는 배울 수 없는-를 직접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목표를 세웠나보다. 물론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초점은 건축물보다는 ‘선비’ 그 자체에 있으나 그렇다고 전혀 낚시는 아니다. 다만 그들의 집, 거처, 사원, 묘 등이 하나씩은 꼭 언급이 되니 작가의 진짜 전공과 관심사가 무엇인지는 딱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장을 여는 순간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라이도 프로그램 중 ‘김미화의 세계 그리고 우리는’이 그것이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방송인데, 그 이유는 김미화씨가 경제 전문가, 예술가, 학자, 정치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 방법이 여타 인터뷰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전문가들끼리의 현학적인 대화가 아니라 일반 청취자들을 위해 어려운 단어 -예를 들어, 모기지론이라든가, FTA라든가-가 나올때마다 김미화씨가 “교수님, FTA가 정확이 무슨 뜻이지요?”라고 청취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접근하기 어려운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에 대한 거부감도 줄여주고 마냥 다 알아듣는 체 하고 있지 않아도 되게 부담감을 줄여주기에 이 프로그램이 좋은 것이다. 이 책의 부제는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이다. 그래서 작가는 딸에게 설명하듯 독자에게도 간단한 것부터(예-‘아빠, 판서면 얼마나 높은 거야?’) 복잡한 학문적 설명(예-성리학은 뭐지?)까지 두루 아우르며 답을 해준다. 이게 얼마나 편리하고 시원한지는 읽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을 다 읽고도 ‘뭐 이런 심심풀이 땅콩같은 책이 다 있어?!’라고 불평하는 독자에게 작가가 던질 한마디 말이 당연하단 듯이 떠오른다. “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