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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천재 IQ 87 - 천재 연구 보고서
배효준 지음 / 도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배효준, [행복한 천재 IQ87], 도서출판 도구, 2009.
자서전적 소설인 듯 하다. 표지에 배효준 장편소설이라는 문구가 떡! 하니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이 작품의 주인공 ‘미수’는 작가 자신이겠구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대개 소설가의 첫 작품은 자서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말들을 한다. 혹시나해서 이 작품이 처녀작인가 해서 찾아보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미 2008년에 어느 낡은 경고문이라는 제목의 첫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자서전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요인으로 이 작품의 핍진성을 꼽는다. 핍진성은 잘 쓰는 단어는 아니기는 하다. 뭐, 리얼리티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만큼 이 작품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이다. 소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허구라고 정의했을 때, 소설에 있어 이만큼이나 사실성이 살아있다는 것은 작품성이 높아지는데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인물 뿐만이 아니다. 인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소설의 배경, 즉 상황 또한 매우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설정되어 있다. 소설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 중에 인물과 배경이 이토록 훌륭하니 70%는 먹고 들어간셈 이다.
이 책의 부제는 ‘천재 연구 보고서’이다. 그리고 책 띠에도 적혀있는 것이 ‘IQ87은 집중된 지혜를 정직하게 지켜주는 머리이므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IQ가 될 것이다.’란다. 정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처음에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구만 하고 혀를 차겠지만, 나중에는 그 사람이 정말 행복해보일 것 같다. IQ라는 것이 수치화될 수 있는 성질은 아니고 그냥 100을 평균점으로 삼아 그보다 뛰어나고, 뒤처지고만을 구분했을 뿐이지, 그것이 행복을 결정하는 무엇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왠지 IQ가 높으면 더 쉽게 성공하고 그 성공을 기반으로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나보다. 물론 나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다. 남들만큼의 적당한 IQ를 갖고 있지만 남들보다 훨씬 행복하거나 그렇지는 않는다는데서 IQ와 행복의 상관관계는 별로 없다고 내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 적당히 어리석게, 적당히 못 들은척, 적당히 못 알아듣는척하면 오히려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이 역설적인 진리가 가슴 깊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