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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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 쿳시, 왕은철 엮,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민음사, 2009.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매우 흡입력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말 그대로 두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릴만한다. J.M.쿳시는 한번 상을 받으면 한 작가에게 두 번 주지 않는 다는 부커상을 2회나 수상한 작가라 한다. 이토록 유명한 작가를 이제껏 몰랐다는 것, 그리고 <추락>, <슬로우 맨>,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와 같은 그의 역작들을 지금껏 모르고 지낸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를 읽고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비단 나 뿐만아니라 J.M.쿳시의 작품, 어떤 것이라도 한 작품난이라도 읽어 본 모든 이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린 생각일 것이다. 정말 실험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토록 흡입력 있고 매력있는 작품은 근래에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의 형식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본문을 세 부분(때론 두 부분)으로 나누어 개별적인 사건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첫 부분은 작중 인물, 작가인 JC가 쓴 원고, 중간 부분은 작중 화자인 JC의 의식과 그에 관련된 사건, 마지막 부분은 주인공의 타이피스트에 얽힌 글로 이루어져 있다. 페이지마다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사실 세부분을 동시에 읽어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독자의 선택이 필요한 부분이다. 나는 JC가 쓴 부분부터 챕터별로 읽어나갔다. 그리고 타이피스트인 안야의 부분을 읽고 마지막에 원고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부터 본 것인데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전혀 개별적인 것만은 아니다. 각 이야기와 관련된 것들이 많아서 마치 부조화 속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듯하다. 소설에서 이토록 실험적인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면서도 그 집중력과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던 이유는 순전히 쿳시의 문장력과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탁월한 능력 덕분이라고 본다. 후대의 작가들에게 이런 방식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그만한 글재주가 없다면 산만한 글이 될 수 밖에 없을 듯해서 쉽게 따라할 것 같지는 않다. 음악에서 이런 형태를 대위법이라고 한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썼던 대위법은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결합시켜 일종의 대화 상태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대위법이 문학적으로 충실하게 실현되어 에세이, JC의 글, 안야의 글이 대화하듯이 아주 적절하게 구현된 소설이라는 평을 내릴 수 있겠다. 읽고 보니 이는 하나의 단선적인 일반 소설에 비해 그 울림과 감동의 폭이 휠씬 깊었다는 점에서 J.M. 쿳시의 이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매력적인 작품에 빠져 보기를 과감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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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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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케 마코토, 홍성민 역,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뜨인돌, 2009.


반가웠다. 그동안 나의 독서 습관에 대해 의심이 많았는데 권위자가 나타나 잘하고 있으니 격려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나의 독서 형태는 일반인의 그것과는 조금 달라서 내 독서 스타일을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하고 있는 도중 이 책을 만났고, 결국 고치기는커녕 더 풀어해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는 여러 장르의 책을, 여러 장소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서 초병렬적으로 독서를 하라고 제안한다. 열권이 어렵다면 일단 에세이와 같이 짧고 간결하면서도 읽기 쉬운 책들을 골라 한번에 3권 정도 읽는 것으로 초병렬 독서법을 실행해보라고 한다. 나의 경우 평균적으로 다섯 권을 동시에 읽는데 이때 동시에 읽는 다는 것이 액면 그대로 다섯 권의 책을 펴놓고 이 책 한 장, 저 책 몇 줄 식으로 읽으라는 뜻으로 오역해서는 안된다. 각각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목적과 다른 장르, 이런 조건들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보는 책, 출퇴근할 때 보는 책,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보는 책, 미팅 시간이 남았을 때 보는 책 등을 구분해 놓으라는 것이다. 책 한권을 사면 그것을 완독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주구장창 그 책만 들고 다니며 읽는 이들로써는 좀처럼 이해가 안될 것이다. 게다가 여러 책을 읽으면 오히려 혼동이 생기고 이 책, 저책 읽을 때마다 어디까지 봤더라 하는 뇌에너지 낭비가 생겨서 오히려 도움이 덜 될 것이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렇지만 열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라는 목적은 여러 책을 읽으라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읽음으로써 창의적이고 풍부한 사고를 촉진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수긍이 갈 것이다. 저자는 35세의 젊은 나이로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법인의 사장으로 취임했던 뛰어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성장가도를 달렸던 원동력으로 초병렬적 독서법을 꼽고있으니 그 권위자의 말을 믿어봄직하다. 책에서 얻는 지식과 지혜로움 외에도 여러 책을 초병렬적으로 읽음으로써 탁월한 업무 능력과 통찰력,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능력 또한 키울 수 있다면 이야말로 일석이조의 좋은 독서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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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디자인 산책 디자인 산책 시리즈 1
안애경 지음 / 나무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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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경, [핀란드 디자인 산책]

 

자연미! 이 책을 다 읽고, 혹은 이 책에 수록된 디자인을 다 감상하고 느낀 점이다. 자연의 그것을 모방하는 것. 자연스럽게 자연 속에 동화되어 그 속에 스며드는 것. 숲을 보다가 가까이 가서야 의자를 발견하듯이 핀란드의 공공 디자인은 친숙하지만 편리하게를 모토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됨에 따라 인위적인 디자인 보다는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었다. 자연미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아닌가. 친환경적인 디자인이 이 시대의 핵심 디자인이라면 우리나라는 핀란드 디자인에서 몇가지 배워 우리것에 적용시키고, 이를 발전시킨다면 보다 나은 것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애국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을 산책하듯 둘러보니 우리나라의 그것 또한 경쟁력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하는 말이다.

독자적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기 보다는 그것이 설치되고 이용되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빛을 발하는 하나의 예술작품.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던 핀란드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은 정말 작품, 예술 작품이었다. 이렇게 이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이런 작품을 보고 탐이 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자라면 다용도 공구세트에 저절로 눈이 가듯이 이쁜 가구 욕심이 많은 아내도,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를 추구하는 잇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디자인의 상품들이 많았다. 문득 이것들은 책에 실으려고 멋지고 실용적인, 대표 작품들만 올린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책 후반까지 일맥상통하게 ‘자연미’를 추구하는 핀란드인들의 공공 디자인 스타일을 보아하니 딱히 그렇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친환경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의식이 이러한 디자인 타입을 완성하게 한 원동력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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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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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크 라히미, 임희근 역, [인내의 돌[, 현대문학, 2009.


대단한 책이다. 아직 9월밖에 안됐지만 나의 올해의 책을 꼽으라하면 주저않고 이 책을 선택하겠다. 읽는 내내 ‘이 작가 누구야?’, ‘또 뭐썼지?’, ‘이야...이 사람 그냥 가만히 있을 작가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띠지를 확인하는 순간. 그럼 그렇지. 200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훌륭한 작품이라도 번역의 과정을 거치면 그 빛이 바래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전문 번역일을 하고 있는 임희근씨의 훌륭한 번역도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작가의 의도를 헤치지 않으면서 작가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 모두를 살리는 역할.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인해 이 작품은 상당한 수작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아프간 여성의 강렬한 고백, 그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 영상처럼 펼쳐지는 한 여인의 삶과 꿈, 그 구원의 이야기!’ 허황된 광고 문구가 아니다. 이 작품은 만연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짧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쇄할 때 줄간격이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에 엄청난 힘이 실려있어서 실제 적혀진 글보다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내용과 감정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마치 카메라가 한 장면, 한 부분을 보여 주듯이. 그러면서도 상상력을 제약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카메라에 수동적이면서도 상상에는 적극적이게 하는 역설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정말 신기한 문장력을 구사한다. 슬몃 질투가 날 정도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가슴 가득히 전해지는 그 무엇을 전할 수 있는 손꼽히는 작가라고 평가한다.
차도르(아프가니스탄 말로 차다리), 히잡, 아바야, 부르카...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을 구속하는 여러 문물들이 있다. 여성이라면 비정상적인 정도로 억압받는 이 문화권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개인 내적으로 갇힌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그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순전히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렇지만 이마저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의 돌을 만지며 그 돌이 깨지기까지 불만을 흘려넣는다. Syngue Sabour. 나에게 인내의 돌이란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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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의 비밀
폴 크리스토퍼 지음, 민시현 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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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리스토퍼, 주순애ㆍ민시현 옮김, [아즈텍의 비밀], 중앙Books, 2009.

 

 

16세기에 사라진 코르테스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21세기 인디아나 존스! 타이틀이 거창하다. 게다가 책 띠지에는 2008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렘브란트의 유령] 작가인 폴 크리스토퍼의 신작이라는 엄청난 후광까지 비취고 있기에 이 책을 집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즈텍 문명은 지금의 멕시코 지역에 존재했던 제국이다. 흔히 알고 있는 마야 문명의 영향을 받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면 딱 떠오르는 시각적 이미지가 있으리라. 황금색!

시간적 배경은 1500년대. 아즈텍 문명이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1520년대 즈음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했기에 이 작품은 팩션으로 볼 수 있겠다. 게다가 등장 인물 중에는 실존인물이 나오기도 했다. 에스파냐의 정복자인 코르테스가 등장인물로 나온다. 멕시코를 정복한 아즈텍의 이단자. 멕시코 정복 기간 중에 축적한 재물을 왕실에 헌납하지 않으면 종교재판소가 그를 이단자로 엄벌할 것이 두려워 보물을 숨기는데서 이 작품은 시작된다.

고금을 넘나드는 이야기의 전개는 사뭇 흥미로우면서도 자칫 혼돈스러워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특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16세기 이야기를 다룬 부분이 훨씬 흥미로웠다. 보물을 찾아 여행을 하는 여타의 책이나 영화를 봤을 때도 현재 이야기보다는 예전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으로 그려지는 것을 봐도 그렇다. 그렇지만 현세의 등장 인물이나 그들을 얽어맨 갈등 관계가 무미건조하다는 것은 아니다. 제약업계의 억만장자이자 보물탐사 회사의 사장인 해리슨 노블, 제임스 조나스 노블 부자. 바우처 주교와 도미니크 수도회의 은밀한 조직인 까발로 네로. 영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등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맥스 케슬러. 쿠바 혁명 정부의 잠수함 함장인 아카디 토마스 크루즈 등. 부(富)와 정치권력(政治權力), 종교(宗敎)와 비밀집단(秘密集團) 등 간의 갈등이 촘촘하면서도 치밀하게 얽혀있고 제법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어서 읽는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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