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돌
아티크 라히미 지음, 임희근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아티크 라히미, 임희근 역, [인내의 돌[, 현대문학, 2009.


대단한 책이다. 아직 9월밖에 안됐지만 나의 올해의 책을 꼽으라하면 주저않고 이 책을 선택하겠다. 읽는 내내 ‘이 작가 누구야?’, ‘또 뭐썼지?’, ‘이야...이 사람 그냥 가만히 있을 작가가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띠지를 확인하는 순간. 그럼 그렇지. 2008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훌륭한 작품이라도 번역의 과정을 거치면 그 빛이 바래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전문 번역일을 하고 있는 임희근씨의 훌륭한 번역도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작가의 의도를 헤치지 않으면서 작가의 언어와 독자의 언어, 모두를 살리는 역할. 완성도 높은 번역으로 인해 이 작품은 상당한 수작으로 굳건히 자리잡게 된 것이다.
‘자아를 찾아가는 아프간 여성의 강렬한 고백, 그 폭발적인 이야기의 힘, 영상처럼 펼쳐지는 한 여인의 삶과 꿈, 그 구원의 이야기!’ 허황된 광고 문구가 아니다. 이 작품은 만연체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짧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인쇄할 때 줄간격이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문장 한 문장에 엄청난 힘이 실려있어서 실제 적혀진 글보다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내용과 감정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마치 카메라가 한 장면, 한 부분을 보여 주듯이. 그러면서도 상상력을 제약하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카메라에 수동적이면서도 상상에는 적극적이게 하는 역설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정말 신기한 문장력을 구사한다. 슬몃 질투가 날 정도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가슴 가득히 전해지는 그 무엇을 전할 수 있는 손꼽히는 작가라고 평가한다.
차도르(아프가니스탄 말로 차다리), 히잡, 아바야, 부르카...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을 구속하는 여러 문물들이 있다. 여성이라면 비정상적인 정도로 억압받는 이 문화권에서는 정치적, 종교적, 개인 내적으로 갇힌 존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말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한의 정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그 분노와 울분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순전히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 그렇지만 이마저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의 돌을 만지며 그 돌이 깨지기까지 불만을 흘려넣는다. Syngue Sabour. 나에게 인내의 돌이란 어떤 것인가를 돌아보게 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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