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라이트의 사순절과 부활절 - 광야에서 영광으로
톰 라이트 지음, 전의우 옮김 / 야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부활절은 우리나라의 24절기상으로는 청명절이었다. 청명은 말 그대로 하늘이 점차 맑아진다는 뜻으로, 농가에서는 봄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다. 전통사회에서 절기는 단순히 기억 또는 기념을 위한 날짜가 아니라 삶을 영위하기 위해 꼭 실천해야 할 일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성경의 절기는 어떨까? 유월절이 대표적이듯, 유대인에게도 절기는 먼저는 기억을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는 기억만을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었고, 이후의 여러 절기들 또한 제사, 수확 등과 관련된 삶의 지침이 되었다.

리처드 포스터는 <겸손을 배우다>에서 사순절을 둘러싼 현대의 관행에 대해 '일부로 침울해려지는 노력', '민망하리만치 하찮은 관행(커피, 초콜릿 등을 끊는 것)'이라고 말하며 비판한 바 있다. 이는 행위 그 자체의 무의미함이라기보다, 일반적인 그리스도인의 절기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수준이 낮음을 드러낸다. 물론 나도 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순절과 부활절을 따라 말씀을 묵상하며 몇 페이지의 글을 읽고, 묵상과 나눔을 하는 일상적 실천도 보통의 그리스도인에게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되어 버렸다. 그만큼 우리네 일상이 바빠졌고, 무의미해졌다. 그러나, 그렇기에 이러한 절기 묵상집은 나같은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하다. 절기를 더이상 무가치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더 나아가서는 절기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것을 넘어서 절기를 살아내는 삶을 위해서 말이다.

톰 라이트의 절기 묵상집인 <사순절과 부활절>은 부제와 같이 광야에서 영광으로 나아가는 예수님의 행적을 따라간다. 예수님은 참으로 여러 곳에,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함께 하신다. 광야에, 무리 가운데, 기도의 자리에, 친구들 가운데, 원수들 가운데, 예루살렘에, 십자가에, 그리고 마침내는 영광의 자리에 오르신다.

원하든 원치 않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도 그런 자리에 서곤 한다. 중요한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그 자리에서 과연 나는 예수님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나 좋을 대로 행할 것인가?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러나 마음의 변화를 얻어 예수님을 의지적으로 따를 수 있도록 친절하게 길을 안내한다. 소소한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도 충분히 예수님의 광야에서부터 십자가, 영광에 이르는 길을 따라 걸어갈 수 있음을 많은 예화와 경험을 말씀의 정수로 이끌어낸다. 이것이야말로 신학자가 성도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아닐까.

톰 라이트는 이미 많은 사순절 묵상집을 내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징적인 것은 부활 이후의 주간에 대한 묵상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폴 트립의 <예수 사셨네>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부활 신앙은 부활절 이후에 비로소 시작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따르던 부족한 제자들도 예수님의 부활 이후에야 자신이 따르던 예수님의 참 존재 가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는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책을 읽으며 점점 '절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올해는 5월 24일이 성령강림절이다. 물론 그날만 성령님이 임하시는 것이 아니지만, 예수님의 부활 승천 이후 제자들의 삶을 좇아 일상을 살아내는 연습을 하기에 절기를 따라가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그러나 그 고난 가운데 빠지지 않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기쁨과 사랑, 참여와 환대다. 예수님의 삶을 조용히 따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분이 머무르셨던 자리에서 주변을 돌아보아 먹이시고 고치시고 발을 씻기시는 일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순절 이후에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오히려 절기를 습관적으로 지키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을 것이다. 저자의 표현과 같이 '이 위대한 연극'에는 모든 독자들을 위한 배역이 주어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감동의 드라마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면 어떨까.

#사순절과부활절 #톰라이트 #광야에서영광으로 #야다북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