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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딛고 믿음으로 -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
필립 라이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4년 12월
평점 :
“당신은 하나님을 의심하나요?”
라는 질문을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받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까?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을 ‘의심’한다는 것은 다소 금기 사항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앙의 연수가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이 찬양 속 가사처럼 ‘모든 상황 속에서 주를 찬양하는’ 확신에 찬 믿음으로만 살아갈까?
‘이렇게 하나님을 의심해도 괜찮을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질문으로 서문을 여는 이 책은, 의심을 통해 믿음이 성장한 성경 인물 열 명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의심을 품는 것’에 대해 ‘믿음이 없음’이라 말하지 않고, 오히려 믿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임을 여러 ‘믿음’의 선조들을 통해 보여 준다. 이 책의 각 소제목들은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을 의심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약속, 소명, 보호, 후하심, 공의, 돌보심, 치유, 부활의 능력을 의심(했거나)하는 존재이다. 저자는 ‘우리의 의심을 솔직히 인정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방식으로 그 의심을 다루’고자 한다(59쪽).
의심과 믿음은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다. 저자가 인용한 필립 얀시의 표현이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는 ‘믿음의 국경지대’에 서 있다. 우리는 ‘의심하는 신자’이며, 믿음과 회의주의 사이를 자주 오가는 존재다. 믿음과 의심은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이 아니라 조광기를 조절하는 것과 비슷하다(173쪽). 책에서 인용된 키스 존슨의 표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의심은 믿음의 반대말이 아니다. 의심은 그리스도인들이 이해의 한계 밖으로 과감히 나아갈 때 나타나는 믿음의 한 형태일 뿐이다.’ (174쪽)
‘요한의 목표는 도마를 악한 의심을 품은 자, 절대 따르지 말아야 할 본보기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요한은 도마를 그리스도인의 모범으로 제시한다.’ (195쪽)
돌이켜 보면, 나의 믿음이 바닥을 친 때는 거센 풍파에 부딪혀 허덕일 때이기보다 오히려 내가 ‘선 줄로 여겼을 때’(고전10:12)였다. 거센 풍파를 만나면 물론 힘들긴 하겠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주님을 바라보게 된다. 의심할 겨를이 없다. 빠지면 죽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지기 직전에는 주변을 바라보고 의심하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에 제시된 베드로의 예가 그렇다. 그러나 믿음과 의심이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까닭은 베드로가 물에 빠지기 직전에는 물 위를 걸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자는 베드로의 이 발걸음을 ‘닐 암스트롱의 발걸음을 포함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과감한 발걸음’으로 표현하고 있다(207쪽).
성경은 믿음의 선진들이 사실은 의심하는 자들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흠이 없는 순전한 믿음을 가져서 성경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의심 위에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그들을 믿음의 자리로 이끌어 내었음을 성경은 보여 준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믿음을 위해 계속해서 싸우라고 격려하는 이야기’다(48쪽).
우리는 성경에 대한 확신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살 길은 오직 말씀을 굳게 믿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의심하는 것을 의심’하라고 강력히 권한다.
‘우리의 의심을 의심하는 것. 이것은 때로 예수님을 믿기 힘든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한 마음의 습관이다.’(219쪽)
예수님은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져 주신 후에 이렇게 질문하셨다.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마14:31)
예수님을 인격적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예수님에 대한 의심이 합리적일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의심하는 기적을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가 의심해야 할 것은 복음이 아니라 ‘사탄이 우리로 하여금 믿게 만들려는 모든 것’(220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 인용된 설교자 톰 스키너의 말에 큰 공감이 된다.
‘의심스러운 것들을 이해하려고 오랫동안 애쓰던 나는 믿는 것들을 보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220쪽)
유다서 22절은 이렇게 권면한다. ‘어떤 의심하는 자들을 긍휼히 여기라.’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다. 의심은 정죄 받을 태도라기보다는 믿음의 한 걸음을 떼기 위한 아기의 넘어짐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의심하는 태도만을 유지해서는 걸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과 같이 의심을 ‘딛고’ 믿음으로 걸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예수님께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많이 생각났다. 눈에 보이는 것을 믿으려는 세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으려고 애쓰지만 의구심이 들고, 그런 의구심을 드러내려 해도 터부시 되는 현실 속에서 주저하다 믿음의 길을 벗어날까 염려스럽다. 이들을 예수님의 사랑과 긍휼로 품어 안아주는 믿음의 선배들이 교회 공동체에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부모와 교사, 목자 등의 리더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늘 주님 앞에 믿음이 부족한 자였고 지금도 그러함을 깨닫는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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