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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믿음이 필요하다 - 종교는 있지만 진짜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강정훈 지음 / 두란노 / 2024년 8월
평점 :
탈종교의 시대, 탈기독교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에게 ‘믿음이란 무엇인가?’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있어 반드시 나름의 대답을 가져야 하는 질문이 되었다. 저자는 모압 평지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고별 설교를 하던 모세의 심정으로 자신이 목회한 교회의 성도들을 포함한 한국 교회 그리스도인 독자들에게 믿음의 본질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무신론자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무신론조차도 하나의 ‘믿음’이라는 역설 아래 여러 종교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진정한 ‘행복’을 얻는 방법은 오직 기독교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논증하고 있다.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히11:1)라고 성경에서 정의되는 믿음에 대해 이 책은 수용, 동의, 의존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이 세 단어는 모두 믿음의 ‘내용’보다는 ‘대상’이신 하나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구원이 인간의 노력과 공로를 통해 얻어지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따른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정립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드러낸다.
그런 점에서, 믿음은 결과라기보다는 하나의 여정이다. 책에 인용된 “믿음은 계단 전체를 보지 못하더라도 한 발짝 내딛는 것이다.”라는 마르틴 루터 킹의 말(95쪽)처럼 기독교의 믿음은 맹신(盲信)과 인지(認知)의 그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어디로 길을 가는지 다 알지 못하더라도 부모님을 신뢰하기에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듯이.
그래서 이 책에서는 나만의 ‘신앙고백’과 ‘간증’을 강조한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만으로는 고백이 나올 수 없다. 말로 그치고 삶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간증’이란 다른 세계의 이야기일 뿐이다. 내가 믿고 따르는 하나님을 나의 언어로 얼마나 고백할 수 있느냐는 하나님을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내가 만난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는 표현할 수 있다. 나의 간증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님이 나의 삶을 통해 일하신다는 사실 자체는 나와 공동체 가운데 확증할 수 있다. 한국 교회의 동력이 약해지게 된 계기도 바로 이런 신앙고백과 간증 대신에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예배를 통해 얻어지는 나의 만족이라는 감정적인 요소가 더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끝으로 저자는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 특히 근현대사에서 기독교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 역사에 교회가 없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저자의 질문은 그래서 중요하다.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현재를 조금만 살펴봐도 쉽게 답변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기에 ‘비난을 멈추고 느헤미야의 영성을 되찾자’는 저자의 고언은 정말로 새겨들어야 한다.
‘똥오줌 묻은 아기를 씻겨 보니 대야의 물이 더러워졌다. 더러운 물을 버린다는 것이 대야의 아기까지 던져 버렸다. 그러면 아기를 씻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255쪽)
‘이미’와 ‘아직’의 혼재 속에 살아가는 말세의 그리스도인에게 꼭 필요한 것이 믿음이다. 존 파이퍼가 강조한 ‘구원하는 믿음’이 우리에게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한 시기다. 나는 무엇을 믿고 있는가? 그 믿음이 나를 정말로 구원하는가? 나는 하나님을 올바르게 믿고 있는가? 나의 고백과 간증은 살아있는 고백과 간증인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지금,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를 바라보며, 세상 풍조에 떠내려가지 않는 든든한 믿음의 소유자가 되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아름다운 믿음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사명을 받은 부모와 교회의 제직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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