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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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는 기록에 묻혀 있는 역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역사학도에게 답사란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의 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홍준 선생님의 답사기 시리즈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의 책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답사기의 특장점이 전문적이지만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생생한 문화유산 내러티브와 그 속에 녹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자서전에 가깝다 할 정도로 저자 본인의 인생이 잘 드러나 있다. 장르상 잡문으로 분류하긴 했지만, 독자로서는 저자 본인의 인생 답사기라 느껴질 정도였다.

1장과 3장은 여러 분야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글들을 엄선해 놓았다. 담배, 잡초, 꽃, 바둑, 예술, 고서점, 어머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1장_인생만사]는 저자의 표현대로 ‘인생이 녹아’ 있다. [2장_문화의 창]을 통해서는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저자의 이력답게 과거-현재-미래를 아울러 우리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100년 뒤 지정될 국보․보물이 있는가’에서는 과거 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관행적인 시각을 깨는 하나의 울림이었다.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며 삶을 건강하게 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104쪽 중에서)이라는 지적은 숨가쁘게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우리 사회가 한번 쯤 멈추어 생각할 가치가 충분하다 생각한다. [3장_답사 여적]도 그와 마찬가지로 북한, 중국, 일본 등 우리와 가까운-그러나 상당히 복잡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나라를 답사하며 느낀 바를 저자 특유의 내러티브로 서술하고 있다.

[4장_예술가와 함께]와 [5장_스승과 벗]은 저자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일단 저자가 이만큼 많은 현대사의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문사답게 이분들의 인생에 대한 추도사를 많이 남기셨는데, 저자가 돌아가신 이후에는 누가 어떤 글을 쓸지도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부록: 나의 글쓰기]에는 글쟁이로서 사회에서 요구받은(?)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쓴 것이다. 요즘에는 SNS나 브런치 등 작가라는 개념이 더 보편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보통 사람의 글쓰기가 어느 때보다 각광받는,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양질의 글을 읽고 싶은 욕구도 동반 증가하는 시점에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조언은 상당히 유익하다. 좋은 글을 읽고 필사하고 모방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문체를 형성하면서도 ‘글이란 내가 아는 것,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것’(302쪽 중에서)이라는 저자의 대전제를 유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글쟁이, 유홍준 선생님의 글을 앞으로도 많이 많이 읽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나도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나의 생각과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고 싶다. 유홍준 선생님의 글을 사랑하고, 그런 글쓰기를 희망하는 독자 겸 작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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