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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소년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4
팀 보울러 지음, 양혜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평점 :
『해리 포터』를 제치고 만장일치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한 『리버 보이』의 작가. 이것이 팀 보울러에 대한 첫 번째 설명이다. 다른 대상과의 비교로 어떤 작품을 설명하는 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정도의 설명이라면 ‘성장 소설’ 장르의 대가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범죄에 휘말린 열 다섯 살 소년 지니를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이 이 책의 주요 줄거리다. 책 제목과 같이 이야기의 전개 속도도 빠르게 진행된다. 골목 골목을 굽이져 달리며 주변을 살피는 지니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과 같이 이야기의 전체 뼈대가 점차 모습을 드러낸다.
[p.32.]
그래도 나는 달린다. 거기에 누가 있든 나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내가 빠르다는 것을 안다. 내가 유일하게 자신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달리기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무서워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작가의 말을 통해 살펴본 이야기의 특징은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지만, 이야기가 작가를 찾아온 것인 마냥 표현한 것이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다비드 상을 조각한 것이 아니라, 미켈란젤로가 큰 바위를 파내다 보니 다비드 상을 발굴했다고나 할까. 마치 작가가 이야기의 주 배경이 되는 애벗 가(st)와 도시 주변의 어두운 골목들을 기웃거린 듯, 자신이 지니가 되어 컴컴한 밤거리를 해메며 진실의 빛을 찾아 달리고 달려야 했던 듯 말이다.
철저히 고립된 소년 지니, 달리는 것이 그의 유일한 특기이자 한 때 삶의 낙이었으나, 지금은 영문도 모른 채 무언가를 들고 달려야만 하는 소년의 하루 하루의 기록이, 어쩌면 무엇을 향해 달려가는지 모른 채 진을 빼고 있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행복은 그것의 소중함을 채 모르고 있던 일상의 어딘가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음을 이 책의 작은 복선에서 살펴볼 수 있다. ‘산뜻한 새 출발’이라는 꿈을 과연 지니는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을까?
[p.296.]
아빠가 다시 눈을 든다.
“나는 코너스턴에 갔단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뭐라고요?”
“네가 엄마한테 준 그 사진 책을 보고서 말이다.”
가난과 폭력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받기를 원하는 열 다섯 소년의 외로운 달음박질.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지니와 함께 달리고 있는 당신을 마주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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