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되고 싶은 너에게 -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건축가의 마음과 태도
구마 겐고 지음, 송태욱 옮김 / 안그라픽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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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지만, 이 책은 두 가지 이유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첫째는 이전에 건축 관련 책을 읽었던 경험이 있는데(유현준 교수님의 책), 건축가가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다른 건축가의 관점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둘째는 이 책을 지은 구마 겐고 선생님의 이름을 알았기 때문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경주에는 세계문화엑스포공원이 있는데, 20주년 기념관 건축에 이 분이 참여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나왔으니, 나로서는 읽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건축가로서 또는 한 인간으로서 구마 겐고 선생님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부제가 ‘구마 겐고가 들려주는 건축가의 마음과 태도’인데, 부제목에 맞게 저자는 건축가로서 자신이 지녀왔던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소개하자면, 먼저는 저자가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가족(더 정확히는 아버지)의 역할이다. 물론 저자는 아버지의 모든 것을 닮고자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아버지의 성향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러나 저자가 건축가가 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을 마련해 주신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당시 아버지는 도쿄에 엄청난 기세로 들어서기 시작하는 모더니즘 건축에 대해 가르쳐주었습니다. 아버지에게 감사해야 하는 또 한 가지는 가족 전원이 참여했던 ‘설계 회의’입니다.” (29쪽 중에서)

또 한 가지는 건축물을 짓는 행위를 ‘죄’와 연결지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를 의식한 저자의 성찰이기도 하며, 모더니즘적인 건축을 넘어서서 인간이 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건축(저자가 ‘작은 건축’이라고 말하는)을 지향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저자가 처음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단게 선생의 요요기 경기장과 대비되는 도쿄 국립 경기장(사실 이걸 저자가 설계한 줄 이제 알았다)의 디테일도 인상깊었다. 그가 이제껏 만나왔던 건축가들을 통해 느꼈던 바를 본인의 삶과 건축에서 잘 실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가의 인품과 작품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133쪽 중에서)

그는 서문에서 ‘건축가는 평범한 사람(다양한 보통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평범한 사람에게 바싹 다가가 생각하며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참으로 그가 그런 삶의 태도를 지니며 살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신도 아니고 괴짜도 아니지만, 사려깊고 마음 따뜻하면서도 심미안이 있는, 꽤 균형잡힌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건축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과 그것이 우리의 삶의 환경과 연결되는 부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물론, 건축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물론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진 건축가가 많아진다면, 우리네 삶의 공간도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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