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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교사의 말 기술 - 당당하게 학부모와 마주하기 위한 민원 대응법 36 ㅣ 성효 쌤의 교사 멘토링 1
김성효 지음 / 빅피시 / 2024년 6월
평점 :
‘학교 현장이 쉽지 않다’는 말은 하루 이틀 이야기는 아니지만, 2023년은 이런 인식을 확실하게 못 박은 해인 것 같다. 이제 곧 그런 흐름이,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로, 고등학교로 확대될 것이라는 한숨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이 이슈의 중심에는 ‘학부모’라는 교육의 주체가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학부모는 교사의 대립적 존재가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교사와 학부모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존재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 양육의 주체가 된다면,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의 지도의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학부모는 때로 교사를 자신의 역할과 동일시한다. 그리고 그 이해 수준에서 교사(학교)가 벗어난다고 느낄 때 불만을 표시한다. 물론 이것도 그들의 권리이지만, 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인격이 무시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놓인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다.
현직 교감 선생님이자 27년차 교사인 저자는 자신의 교직 생활 가운데 경험했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을 통해 얻은 대화의 기술을 이 책에 녹여냈다. 몇몇 사건들은 정말 교사로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읽기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글을 통해서도 당시 저자가 느꼈을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기에 다른 교사들에게 좋은 지침을 제시할 수 있는 자리에 서지 않았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고맙습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민원’과 ‘상담’의 차이점에 대한 기술이었다. 무엇이든 개념 정의가 중요한 것 같다. 저자가 제시하는 두 개념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민원은 요구하는 바가 비교적 명확하고, 문제의 해결을 교사나 학교에 요구합니다. 상담은 민원과 성격이 다릅니다. 민원이 문제 해결에 초점이 있다면 상담은 교사에게 조언이나 협력을 바랍니다.’ (42쪽 중에서)
결국 핵심은 드러나는 대화 속에 숨겨져 있는 상대방의 의도를 헤아리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나 여러 챕터의 제목들만 얼핏 보면 문제 상황에 대처하는 노하우와 팁들을 소개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당당하게 학부모와 마주하기 위한 민원 대응법 36’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실제 그런 내용들이 주류이긴 하지만, 다양한 문제 상황의 주된 해결 방안의 전제는 간단하다. 바로 ‘듣기-하기-마무리’이다. 조건 없이 들어주고, 해줄 수 있는 일은 즉각 해주되, 그렇지 않은 것은 부드럽게 선을 긋고, 교육적인 방법으로 마무리하며 받아야 할 사과가 있다면 받는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 교사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민원에는 이것이 어렵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는 학교에서 이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도 교사들이 서로 힘이 되어주고 공감해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올 초 학교에는 민원 대응법과 관련한 공문이 왔었다. 그러나 잘 읽히지 않았다. 매뉴얼이라는 것은 결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교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학교가 잘못된 책임을지지 않기 위해 교사가 해야만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그래서 매뉴얼은 늘 차갑고 딱딱하다. 그러나 이 책은 따뜻하다. 따뜻하다못해 저자의 눈물과 정성이 가득하다. 그래서 마치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듯 휘리릭 읽어졌다. 그러나 이것을 체득하기까지는 곱씹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 말로 ‘대한민국 교사들에게 이런 책 한 권은 있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썼’다고 밝혔다. 나도 동감한다. 이런 책 한 권이 있음으로 많은 교사들이 짐을 조금이나마 나눠 지는 위로를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부모님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또한 교사의 무게감을 알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며 교사에게 원하는 바를 잘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고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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