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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여정 - 인생의 흉년에서 온전한 안식으로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4년 2월
평점 :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 이 모두 청소년기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지만, 혼란스러움, 가치관과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 시기를 의미한다. 이 시기는 주로 신체적으로는 2차 성징이 이루어지고, 사회적으로는 학업의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중고등학교 시기와 겹치다보니 이를 진로나 직업의 방향성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고, 정서적으로는 가족(특히 부모님)이나 선생님 등 권위에 대한 갈등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시기는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기다. 인생의 목적과 방향에 대해 갈등하는 모든 시기는 사춘기적일 수 있다.
이규현 목사님의 근간 『회복의 여정』은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비유인 ‘탕자의 비유’를 통해 인간의 사춘기적 성향에 대해 다룬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삶은 사춘기적이다…타락한 인간에게 회복은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5,7쪽).
‘탕자의 비유’는 예수님의 여러 비유 중 워낙에 유명한 비유라서 비그리스도인도 익숙하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다. 아버지를 거역하고 부당하게 자신의 유산을 요구하는 아들, 그 아들을 탓하지 않고 그것이 잘못된 결과를 낳을 줄 알면서도 묵묵히 요구를 들어주는 아버지, 그리고 예상된 결과대로 인생의 쓴맛을 보고 모든 것을 잃은 채로 다시 돌아오는 아들, 그리고 그 아들을 다시 안아주고 품어주는 아버지의 이야기. 이렇게 예수님의 비유는 그 주체가 아들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다시 아들에서 아버지로 귀결된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과 같이,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예수님은 아버지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탕자의 비유에서 중심인물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가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습니다 … 우리는 탕자의 비유에서 아버지가 누구인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13쪽)
팀 켈러 목사님도 이에 주목하여 아예 책의 이름은 『탕부 하나님』이라고 지었다. 예수님께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신 이유도 아들의 타락에 주목함이 아니라, 타락한 아들을 기다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려 주시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타락한 존재이며, 그 타락한 인간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한지(1부), 하나님을 떠난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2부), 왜 회개가 필요하며 회개한 자를 하나님은 어떻게 대하시는지(3부), 하나님의 용서란 어떠한 것인지(4부)를 차근차근 다루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대 사회는 어느 때보다 인간 자신이 삶의 주인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때일수록 인간의 범죄함을 강조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 것 같다. 회개의 시작은 ‘내가 탕자이구나!’라는 탄식이 아닐까? 그래야 회개가 나올 수 있다.
“복음주의 신학자 데이비드 웰스는 ‘회심 없는 기독교는 더 이상 기독교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 하나님을 떠났던 사람은 반드시 회심해야 합니다.” (158-159쪽)
그러나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회개 이후에 용서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이 관계 해결의 키워드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 모든 과정의 주관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회개하기 전에 우리를 먼저 용서하십니다.” (181쪽)
“용서받기 위해 죄를 고백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받은 것에 대한 반응으로 죄를 고백해야 합니다.” (195쪽)
죄의 고백과 용서는 성도의 삶에서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다. 구원을 받았다고 땡!이 아닌 것이다. 눈에 보이는 방황의 정도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늘 여러 삶의 모양에서 예수님을 부인하곤 한다. 그러나 나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하나님의 변함없는 사랑과 용서로 채워지는 것을 또한 경험하는 은혜를 누린다. 그리고 타자의 관점에서 탕자를 바라보면서 정죄하기를 즐기며 하나님께 불만을 제기하는 첫째 아들의 모습도 너무나 많지 않은가? 그래서 탕자의 비유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은혜의 메시지이다.
천국은 아버지의 환대가 있는 곳이다. 누구보다 적극적인 사랑으로 우리를 길이 참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누리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