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이퍼의 구원하는 믿음
존 파이퍼 지음, 전광규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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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다.
“오래전부터 진지한 그리스도인들이 구원하는 믿음을 단순한 의지의 결정이 아니라 정서(affection)와 관련된 경험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믿음은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필요조건이다. 믿음 없이는 누구도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이 사실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이 ‘믿음’이라는 단어를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방식은 불완전하다. 저자는 이 믿음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신학적으로 그리고 성경적으로 뜯어보는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밟고 있다. 특히 굳이 ‘구원하는’ 이라는 형용사를 믿음 앞에 덧붙인 이유는 믿음의 본질은 믿음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구원하는 것임을 더 의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표현이다. ‘믿음’이라는 단어만을 강조하다보면 그 주도권을 개인이 쥘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이라는 단어 그 자체에 위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주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핵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원하는 믿음’이란 그런 의미에서 사용된다.

이 책은 총 5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구원하는 믿음’에 대한 성경적, 신학적, 문화적,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구원하는 믿음에 대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자 하였다. 2부에서는 성경(특히 신약)에 나타난 ‘믿음’의 600가지 용례를 통하여 구원하는 믿음의 9가지 설명에 대해 분석한다. 3부와 4부에서는 저자가 강조하는 믿음의 정서적인 영역, ‘그리스도를 보배로 받아들임’에 대해 다루고 있고, 마지막 5부에서는 이 구원하는 믿음을 가진 자들이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기독교의 역사에서 ‘믿음’이라는 단어의 해석은 중요한 변화들을 가져왔다. 종교개혁의 시작도 바로 이 ‘믿음’에 대한 새로운-더 정확히 말하면 올바른-해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서는 믿음이 인지적 수준, 그러니까 일련의 지적인 동의의 상태로만 여겨지게 되면서 그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버렸다. 저자는 그러한 비판 의식 속에 믿음의 ‘정서’를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믿음의 ‘정서’란 인간의 ‘감정’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오히려 믿음이 우리 안에 주어질 때 경험하게 되는 영적인 변화이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할 수 있는 하나님에 대한 관계의 재정립을 말한다. 저자는 이것을 ‘하나님을 보배롭게 여김’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이것을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구원으로 우리를 이끄는 믿음’의 결정권이 자기 자신에게 있지 않고, 온전히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기적과 같은 일임을 역설하고자 함이다.

이 책은 읽기에 쉽지 않다. 특히 1부의 내용은 ‘구원하는 믿음’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벗겨내기 위해 세세한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가면 갈수록, ‘구원하는 믿음’이 그리스도인에게 얼마나 본질적인 필요인지, 그리고 가장 완전한 채움인지를 경험해가게 된다. 구원은 우리의 결정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편안함, 만족함, 기쁨 등의 정서는 우리 스스로에게서 나오지 못한다. 믿음은 귀신에게도 존재한다. 귀신도 믿고 떤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귀신은 구원을 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알고 그 능력도 알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보배롭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구원은 우리의 신분이 바뀌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생명으로, 사탄의 자녀에서 하나님의 자녀로 바뀌는 과정이다. 이는 곧 하나님과의 진정한 연합을 의미한다. 그러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하나님 안에서 만족하고, 하나님 안에서 참되고 영원한 기쁨과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이것은 인지적인 영역을 넘어서는 정서적, 영적 합치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 구원의 기쁨을 지금의 삶 가운데서도 더욱 경험해나갈 수 있다. 이것이 교리에서 말하는 성화의 과정이다. 저자는 그의 신학적 결론을 이렇게 내린다.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가장 만족할 때 하나님이 우리 안에서 가장 영광 받으신다.”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우리의 힘이다! (느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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