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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희행 - 온전히 믿고, 기쁘게 행하다
이해영 지음 / 두란노 / 2023년 8월
평점 :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약2:17)
중고등부 시절, 수련회 때에 자주 인용되던 구절이었다.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라는 초보적인 믿음을 넘어서기를 촉구하는 도전적인 말씀이어서 기억에 남았지만, 믿음에 대한 이 동전의 양면 같은 말씀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믿으면 구원 받지만, 행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면 과연 내 믿음은 어떤 상태일까? 믿음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걸까? 구원은 공로가 아닌 은혜로 주어진 것이라고 하는데 행함이 없는 믿음이 죽은 것이라면 구원은 나의 행위로 말미암는 것인가? 이런 여러 가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했다.
많은 크리스천이 이 믿음과 행함에 대한 신앙의 긴장 관계를 체험하며 살아갈 것이다. 무엇이 우리 삶에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까?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기 앞서, 바울과 야고보 사도가 로마서와 야고보서를 쓴 배경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바울이 이신칭의justification by faith를 선포했다면, 야고보는 이행칭의justification by works를 주장했다. 그러나 야고보가 이행칭의를 강조한 이유는 교회사에서 바울이 처한 상황과 야고보가 처한 상황이 달랐기 때문이다. 바울은 이신칭의를 통해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의롭게 되는가를 밝혔다면, 야고보는 그렇게 의롭게 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했다. 즉 바울은 칭의의 원인이 믿음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고, 야고보는 칭의의 결과로서 행위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바울의 이신칭의와 야고보의 이행칭의는 결코 대척점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10-11쪽)
야고보서는 ‘삶과 신앙에서 위기에 봉착한 성도의 3가지 문제와 그에 대한 응답’이다.
첫째는 시험에 대한 인식이다. 시험은 두 얼굴을 가진 고난이다.(37쪽) 좋은 시험과 나쁜 시험이 아니라, 시험 앞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시험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시험 앞에서 나의 욕심을 좇으면 ‘시험=미혹→죄악→사망’이 되지만, 같은 시험일지라도 믿음으로 역전의 하나님을 신뢰하면 ‘시험=시련→인내→생명’이라는 길을 가게 된다.(39쪽)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는 길이 바로 경건이며, 참된 경건은 성도의 모습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형상이다.(64쪽)
둘째는 ‘참된 믿음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믿음과 행함의 긴장관계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명제는 ‘믿음은 행함으로 완전해진다’는 것이다.
‘믿음과 행위는 상호 공속적이다. 믿음인 생기면 행위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거룩과 사명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하신 자는 사명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중략) 야고보의 이행칭의는 이신칭의를 전제하고 있다.’ (93쪽)
‘야고보는 행함이 없이 믿음을 주장하는 사람을 향하여 “그대는 하나님께서 한 분이심을 믿고 있습니다. 잘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귀신들도 그렇게 믿고 떱니다.”(2:19)라고 말한다. 야고보는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는 믿으면서 행동으로, 삶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고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교인들은 귀신이 가진 하나님 존재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다를 바 없음을 비유한다.’ (91쪽)
셋째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태도이다. 야고보가 제시하는 주의 재림(파루시아)을 기다리는 태도는 바로 인내와 기도이다. 인내가 없으면 하나님의 온전한 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기도와 예배 가운데 주님의 현존을 경험함으로써 종말 감각을 가져야 하고, 이 종말 감각은 곧 우리를 사명자로서 인내하는 삶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준다.(171쪽) 야고보가 권면하는 끊임없는 인내의 자리는 곧 기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의 기도는 개인적 욕망을 이루기 위한 단편적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엘리야처럼 하늘을 여는 권세 있는 기도를 해야 한다.’ (187쪽)
성경은, 특히 신약은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기대와 소망 가운데 지어진 책이다. 예수님의 육신적 동생이기도 했던 야고보는 그의 삶 자체가 어쩌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행위로써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예수님을 ‘정신이 이상해진’ 자신의 형으로 인식하다가 자신을 ‘예수 그리스도의 종’으로 고백하는 변곡점에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믿음이란 자신에게 은혜로 주어진 것이면서 또한 계속해서 이루어가고 전파해야 할 행동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어떠해야 할까? 이제는 부활을 증거를 눈과 귀가 아닌 온 마음으로 경험하는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된 백성으로서 행함으로 믿음을 온전히 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인내와 기도를 쌓아야 할 것이다. 인내와 기도가 필요 없는 그리스도인은 한 사람도 없을 테니 말이다.
믿음과 행함 사이에서 길을 잃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세상의 빛’과 ‘땅의 소금’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우리는 이 성경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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