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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아버지께 책을 읽어드립니다 - 책 읽어 주는 여자, 김소영의 독서 치유 에세이
김소영 지음 / 두란노 / 2023년 6월
평점 :
처음에 이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그냥 어떤 커리어우먼이 자신의 외적 성공을 내려놓고 아버지의 병간호에 지극정성으로 힘쓴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했다. 간증 류의 에세이집은 내가 그다지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어서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책을 펴들었다.
이 책은 내가 첫 문장에 소개한 대로, 유명 잡지사의 소위 잘 나가는 여성 CEO였던 저자가 자신의 우선순위를 자녀와 가족에게 두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인생의 2막을 펼쳐나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저자의 인생에 중요한 결단인 ‘퇴사’가 특별한 사건 사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진정한 우선순위를 점검해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저자의 손에는 늘 ‘책’이 있었다. 저자의 표현대로 ‘인문학과 고무장갑’은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살림꾼으로서의 두 정체성을 건강하게 유지해주는 비결이었다.
‘인문학과 고무장갑’은 내 삶을 풍성하게 하고 내게 행복을 안겨 주는, 죽는 날까지 절대 놓지 말아야겠다 생각하는 소명의 도구이다. (79쪽)
불의의 사고로 13년째 병상에 누워 목 아래로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와 그런 남편을 수발하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긍휼의 마음으로 2년째 ‘책을 읽어주는 딸’이 된 사연은 그렇게 이미 저자의 삶에서 준비되고 있는 듯했다.
책은 주로 나 자신을 위한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자기 계발을 위해서, 자기 교양을 쌓기 위해서, 자신의 정서적 만족을 위해서 책을 읽는다. 그런데 책을 읽어주는 것은 전적으로 타인에 대한 사랑에 기반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책을 남에게 읽어준 경험이 있다면, 십중팔구 어린 자녀에게 책을 읽어준 일일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아버지, 어머니를 위해 책을 읽어준다. 이것이 나중에는 자신에게도 유익이 됨을 느끼게 되었지만, 먼저는 부모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다. 그래서 저자가 인용한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나벨 리’의 한 구절이 심금을 울린다.
‘We loved with a love that was more than love.’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사랑을 했다.) (256쪽)
저자가 읽어준 책의 목록은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와 같은 소설에서부터 류시화의 「신이 쉼표를 넣은 곳에 마침표를 찍지 마라」, 나태주의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의 시집, 손웅정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와 같은 에세이집,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같은 고전, 그리고 요한복음, 창세기, 출애굽기 등의 성경까지 다양한 장르로 가득하다. 그리고 저자가 아버지께 꼭 들려드리고 싶었던 로마서까지. 저자가 가장 주고 싶었던 사랑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것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묵상하게 된다.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셨으면, 우리를 위해 이렇게 두툼한 책인 성경을 주셨을까. 요한복음 1장의 말씀과 같이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라’ 하셨다. 자기 자신을 이토록 잘 설명할 수 있는 책이 세상에 과연 어디 있을까. 저자와 같이 나부터 이 말씀을 잘 읽고, 내 자녀에게 이 말씀을 잘 들려주어야겠다. 또한 인생에 도움이 되는 좋은 고전을 많이 읽혀주어야겠다.
책 읽기나 비블리오테라피(독서치유)에 관심이 있는 분이나, 믿지 않는 가족을 전도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꼭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녹음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진심 어린 사랑의 표현을 전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좋지 않을까. 사랑은 말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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