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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을 말하다 - 우리가 꿈꾸는 그 가정
이규현 지음 / 두란노 / 2023년 4월
평점 :
기독교의 본질은 말씀 안에 있다. 성도가 말씀을 읽는 주체가 되는 것이 종교개혁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 비로소 말씀은 성도 안에 거할 수 있게 되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난 지금에는 제2의 종교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말씀을 실제로 얼마나 살아내는가에 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면서 기독교인의 민낯이 드러났다.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면서, 그간 얼마나 삶의 예배가 부족했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교회 내부적으로도 어떤 프로그램이나 부서별 모임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에 의존하던 것이 무너지게 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가정’이다.
이 책은 결혼, 부부의 역할, 자녀 양육, 가정과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모든 주제의 핵심에는 ‘가정은 하나님이 만드신 첫 번째 공동체’임에 있다. 오늘날 인본주의, 개인주의적 세계관에 의해 이 부분이 얼마나 흐려졌는지 모른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이미 현대인의 선택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이 세대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충분한 진단과 이해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결혼제도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명령하신 바임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에게 아주 중요하다.
‘결혼이란 무엇일까요? 결혼은 하나님께서 디자인하신 제도입니다. 사람이 만들어 낸 문화나 사회적 관습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 안에 있는 하나님의 신성한 법칙을 알아야 합니다.’ (13쪽)
하나님께서 결혼을 허락하신 이유는 진정한 연합의 축복을 누리게 하기 위함이셨다. 그래서 아담이 하와에 대해 한 고백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그리고 이것은 신약 시대의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로 이어진다. 이것은 복음이 개별 가정만을 위한 ‘가족 이기주의’가 아님을 보여준다. 가정 안에서 복음이 제대로 채워질 때, 그것이 교회와 공동체로 흘러갈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부부의 진정한 연합과 상호 복종, 비판이 아닌 용납을 통해 가정이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녀 양육 또한 가능함을 말한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를 때, 자녀는 노여워한다. 그리고 자녀가 성장하면 교회를 떠나고 복음을 등지게 된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는, ‘이것을 내가 모르는 건 아니다.’일 것이다. 가정의 회복은 지식의 여부에 있지 않다. 얼마나 그것을 위해 내 마음을 쏟고 기도하며 나를 날마다 십자가 앞에서 죽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가정 안에서, 특히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부부 톡톡(talk talk)’이라는 코너를 매 과 끝에 두었다. 전체적인 구성도 4개 분야 16과로 나누어져 있어 결혼예비학교나 신혼부부를 포함한 부부 소그룹 사이에 함께 나눌 수 있는 워크북의 형태를 띄었다. 하나님은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닮게 지으셨다. 그래서 끊임없고 진실한 소통 가운데 성장할 수 있도록 지음 받았다. 사람이 하나님께 기도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듯이, 부부 간의 연합도 대화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가정으로는 모든 것이 채워질 수 없다. 복음은 모든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열쇠이다. 건강한 가정이 교회 내에 세워질 때, 이 축복의 기름은 교회 공동체 전체로 저절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혹 가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버림받음을 경험한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를 통해 회복되고, 또 그것이 새롭게 건강한 가정을 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회는 영적 가족이 되어야 합니다. 모이기를 힘쓰고 삶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사역이나 활동들보다 먼저 영적 가족으로 깊은 교감을 나눠야 합니다. 주일날 예배만 드리고 흩어지면 안 됩니다. 가족 공동체의 맛은 모여서 삶을 나눌 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중심적인 삶을 버리고 공동체로 살아가야 합니다.’ (206쪽)
게리 토마스는 영성을 ‘하나님과 관계 맺는 방식’이라 정의했다.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면 하나님과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데, 하나님이 태초에 계획하신 가정 안에서 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배우자를 열렬히 사랑함을 통해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맛볼 수 있다. 자녀를 양육하며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교회 공동체 내의 교제를 통해 우리 몸 속에 흐르는 피보다 더 진한 그리스도의 보혈의 능력을 경험할 수 있다.
본질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작은 실천에서부터 가정은 변화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역설한다.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관용을,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사랑을’이라는 내가 좋아하는 어거스틴의 말은 가정을 향한 하나님의 메시지와도 일치한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 이미 우리 가정에, 교회에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다.
모든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 이 책을 읽으면 당연히 좋겠고, 특별히 예비부부나 신혼부부가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