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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말렉과 싸운다 - 나의 옛사람과 반드시 치러야 할 전쟁
이승희 지음 / 두란노 / 2021년 11월
평점 :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17)
이 구절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가슴이 뛰는가? 그렇다. 실로 이 선언은 가슴뛰는 선언이다. 마치 8.15 해방의 그 날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나는 새로운 피조물인가? 나의 삶은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분명히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내 삶은 달라졌다. 그러나 또한 분명한 것은 나의 옛 모습 또한 남아 있다. 그저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잘 살아 있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오죽하면 사도 바울도 자신을 ‘곤고한 사람’이라고 표현했을까. 그야말로 인류 최대의 난제다.
이 책은 새롭게 되었으나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이것을 ‘아말렉’이라 이름지었다. 성경에 등장한 아말렉 족속의 정체성과 특징에 대해 논하면서 오늘 내 삶에 살아 숨쉬는 아말렉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섬세하게 밝히고 있다.
불신
이 책에서 지적하는 아말렉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불신’이다. 그리고 이 불신은 두려움과 연결된다. 두려워할 이를 두려워하지 않음이 불신의 중심에 있다.
‘아말렉은 우리 속에 있는 불신의 성향입니다. 불신의 성향이 있으면, 하나님이 가나안 땅에 이끌어 주셔도 그곳에서 풍요로움을 누릴 수 없습니다.’ (43쪽)
그리스도 안에 거하면 그리스도를 불신하지 않는다. 자녀가 부모의 품 안에서 만족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자녀가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이 무엇일까? 바로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다. 가장 신뢰하는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때 자녀는 불안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자녀가 하나님 안에 온전히 거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가장 두려운 것은 하나님 안에 거하지 않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한다면, 다른 어떤 것을 하나님 대신 의지할텐데 그것이 절대 그를 만족시키거나 안정감을 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신앙이 그를 두렵게 만들고, 그 두려움이 자신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기
아말렉과의 지난한 싸움에서 승리하는 비결로 저자는 ‘기억하기’와 ‘기억에서 지워 버리기’를 성경 본문을 근거로 말한다. 아말렉이 어떤 존재인지를 기억하라는 메시지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적을 알아야 적과 싸울 것 아닌가. 그런데 ‘지워 버리라’는 말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의미임을 깨닫게 되었다. 아말렉을 기억하는 것은 문제의 예방 혹은 진단이 될 수는 있으나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묵상할 것은 하나님이 되어야지, 아말렉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하신 하나님의 날이고(Yesterday is his-story), 내일은 그의 약속을 이뤄가는 것을 누릴 날이며(tomorrow is my-story), 오늘은 그의 약속을 믿고 따르는 백성에게 선물로 주신 날이다(today is a God-gift). 그러므로 현재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So the present is present).’ (118쪽)
쿵푸팬더의 유명한 대사를 멋지게 바꾼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스도인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변치 않으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근거로 기뻐하며 하루하루를 감사함으로 누릴 수 있다. 내가 하나님을 신뢰하는 만큼 나의 하루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하나님의 지팡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도구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비유들이 있겠으나, 이 책에서는 ‘하나님의 지팡이’를 말한다. 누구의 지팡이냐가 중요하다. 모세가 가진 지팡이는 흔하디 흔한 지팡이였으나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서 ‘하나님의 지팡이’가 되었다. 그리고 모세는 그 지팡이를 가지고 홍해를 가르고, 반석에서 물을 내고, 기도함으로 아말렉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였다. 하나님은 이미 모세가 가지고 있던 일상의 도구를 새롭게 탄생시키셨다.
나에게 모세의 ‘하나님의 지팡이’와 같은 것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모세가 자신의 지팡이를 ‘하나님’의 지팡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드러내고 또한 경험할 것인지는 지금 여기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주체가 바로 하나님 자신이심을 인정할 때 내 삶에서 하나님께서 더욱 역사하실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에 여전히 살아 숨쉬며 틈을 타서 공격하는 나의 옛 자아를 살펴보게 되었다. 때로 그것이 상처가 남긴 흉터마냥 내 삶에서 지워지지 않는 모습인 듯 여겨질 때가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성경은 분명히 이 지긋지긋한 아말렉을 지워 없앨 수 있음을 말씀하고 있다. 주님은 우리가 이 선한 싸움을 잘 싸워내기를 원하시고, 그러시기에 이 싸움을 이길 힘 또한 주신다. ‘최후 승리를 얻기까지 험한 십자가 붙들겠네’의 고백이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주어지기를 축복한다. 아말렉을 기억하자. 그리고 아말렉을 지워 버리자.
구원의 감격을 얻고도 옛 자아, 쓴 뿌리로 인해 온전히 기쁨을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이것이 소모전이 아니라 이미 끝난 전쟁에서 도망가며 끝까지 발악하는 패잔병을 물리치는, 승리를 확정짓는 마지막 전투임을 기억하자. 주님은 참으로 우리의 승리의 깃발, 여호와 닛시가 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