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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영성 - 영적 무감각에 빠뜨리는 '바쁨'을 제거하라
존 마크 코머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8월
평점 :
나는 자기계발적 요소를 담고 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경우도 있고,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잘 실천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 말하기도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자기계발도서의 방향이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활 습관이나 어떤 가치관을 가꾸는 것은 좋은 일임에 당연하지만 성공이라는 주제 아래 제시되는 비결 혹은 솔루션에 대한 반감이 나에게는 있다.
처음에 이 책을 접하고는 약간 그런 면이 있었다.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제목을 보고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한 면도 없잖아 있다. 영성이면 영성인데 왜 슬로우? 처음에는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나 한번 보자.’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실질적인 내 삶의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멀티사이트 교회의 담임목회를 하던 자신의 개인적인 고백과 함께 ‘바쁨’이라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사실은 모든 인류에게) 얼마나 큰 적인지를 밝히고 있다. 효율과 성과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은 포스트 모던 사회에도 여전히 남아있고, 그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더 편리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현대인의 가치에도 여유, 여가 생활, 취미 등이 중요하다. YOLO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듯이.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여유 속에서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 본성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영적인 공허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첫 번째 파트가 문제 인식이었다면, 두 번째 파트는 모범 답안 제시다. 바로 예수님이다. 여기서 먼저,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슬로우 영성’의 추구가 결코 게으른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시간을 만드신 하나님의 섭리 아래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할 수 있냐고? 바로 예수님이 보여주셨다. 누구보다 하루가 꽉 찼던 그분, 그러나 그분은 절대 서두르지 않았다. 예수님을 원하는 사람도 죽이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예수님은 그들에 의해 휘둘려 다니지 않았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헐레벌떡 달려갔다는 기록도 없다. 치유 받기 위해 줄 선 인파로 인해 끼니를 거를 때는 있었어도,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한 기도를 쉬셨다는 기록은 없다. 성경은 수많은 가치와 정보를 우리에게 알려주지만, 가장 좋은 정보는 복음이다. 이 복음의 핵심은 예수님이 실제로 어떤 삶을 살아내셨는가에 있다.
“기본적으로 사복음서는 전기다. 예수님의 삶을 자세히 기록한 이 이야기들은 그분의 가르침이나 기적, 그분의 삶과 부활에 관한 사건들 못지않게 하나님 나라에서 사는 삶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125쪽)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 번째 파트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 이는 저자가 밝혔듯이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숙고하여 받아들일 만한 제안임이 분명하다. 이 네 가지는 침묵과 고독 훈련, 안식일 훈련, 단순함 훈련, 늦추기 훈련이다. 공통점을 찾았는가? 맞다. 이는 모두 ‘훈련’이다. 육체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훈련이 필요하듯, 삶의 태도가 가치관을 형성하고 이를 실제로 살아내는 데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 어떤 습관을 갖추어 체질에 익숙해지게 걸리는 시간이 2~3주 정도라고들 한다. 이제껏 나도 너무 바쁨에 익숙하게 살았다. 운전할 때 가장 이 특징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무려 ‘일부러 차가 많이 서 있는 줄에 서기’,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리지 않기’ 등을 제안한다. 제대로 된 안식을 위해 스마트폰과 SNS를 멀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잘 지켜지는 부분이 있어서 감사한 것도 있고, 전혀 지켜지지 않아 도전을 얻은 부분도 있다. 이 책은 영성에 대한 이야기지만 이 영성은 중세 수도사들의 고상한 훈련을 넘어서서 실제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토대가 된다. 맑은 가을 하늘 한 번 볼 여유가 없는가? 길을 걸으며 꽃과 나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여유가 없는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을 영상통화로만 보고 카톡으로만 대화하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산다고는 말할 수 있는데, 행복하게 산다고 말하기는 어려운가?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나도 이 책을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천천히 그리고 또 천천히 읽었다.
주님은 나와 함께 걷자고 말씀하시지, “뛰어! 더 빨리!”를 외치지 않으신다. 오늘, 주님과 함께 동산을 거니는 에덴 동산을 누리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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