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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을 걷는 기도 - 위기의 동반자가 되어 줄 존 던의 하나님 대면 기록
필립 얀시 지음, 홍종락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 필립 얀시, 「한밤을 걷는 기도」 서평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다. 여러 종류의 질문이 있겠으나, 그 모든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그러나 이 질문 자체는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않는다. 병의 원인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결국에는 질문이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페스트가 창궐한 중세 유럽, 종교개혁의 선구자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에서 페스트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가?’라는 서신을 남겼다. 믿음의 선구자들은 죽음이라는 치명적인 죄의 결과에 대하여 낙담하지 않고, 부활의 소망을 가지고 이 사태에서 공동체가 구원의 확신 안에서 승리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기를 원했다.
독일에 마르틴 루터가 있었다면, 영국에는 존 던이 있었다. 필립 얀시의 이 책은 존 던의 ‘비상시의 기도문’을 묵상집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존 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는데, 영국 문학사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고,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이 기도문에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의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저자는 존 던이라는 인물이 과거 팬데믹의 위기 가운데서 어떻게 하나님을 찾고 구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를 얻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페스트로 의심되는 고열의 질병에 시달리는 동안 존 던이 할 수 있었던 일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병세를 살피며 그 내용을 기록하고, 자신이 당하는 이 고통에 관한 질문을 하나님 앞에 가감없이 하는 것이었다. 그는 목사였고, 뛰어난 설교자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고통 아래 초연하지 않았다. 그도 까닭 없는 고통 아래 두려워했고, 하나님께 원망 섞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굳게 믿으며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 애썼다.
사람이 위기 가운데 서면 자신의 신앙의 수준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그가 다른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묵상과 기도를 이어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는 단순히 하나님을 잘 아는 목사이자 신학자가 아니라 하나님을 처절하고도 간절하게 찾을 줄 알았던 예배자였다. 인류의 모든 고통을 짊어지신 예수님이시기에 우리가 능히 예수님을 의지할 수 있듯,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가운데서 하나님의 존재를 붙잡았던 존 던의 기도문이기에 그의 묵상과 기도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다행히 그가 걸린 병은 페스트가 아니라 발진 티푸스였고, 그는 병에서 회복되어 8년을 더 살았다. 그러나 설령 그가 그 당시에 병으로 인해 죽었을지라도 그의 기록이 헛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페스트가 창궐하였던 시기에 믿음으로 살아남아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자신의 구원을 ‘확신’한 삶을 살아내었음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삶의 모습 속에서 현재를 살아내고 미래를 일궈나가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이다. 죄로 인해 주어진 고통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 했다. 욥, 존 던, 마르틴 루터, C.S. 루이스 까지.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을 통해 우리는 오늘 우리 앞에 주어진 안개와 같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에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절망 가운데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 가운데 하나님의 변함 없는 사랑을 의지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들에게 존 던은 분명히 알려줄 것이다.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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