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간단한 :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최예지 지음 / 쿵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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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산티아고 갈래요? 죽기 전에 다른 사람 세 명에게 똑같이 산티아고행 티켓을 주면 돼요."라는 말과 함께 비행기 티켓이 주어져 100일간의 여행을 떠난 24살 취업 준비생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떠난 여행에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그린 일러스트는 책을 한껏 더 따뜻하게 해준다.

 책의 2/3은 내가 채우는 공간이다. 일기가 낯선 사람들. 도대체 무슨 내용을 적으란 거야? 그날이 그날인데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글쓰기 책이 될 듯하다. 도대체 어떤 말로 채워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이 작가는 매일매일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작가도 했던, 우리도 해야 할 그런 고민과 생각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그냥 살아가다 '나'를 차근차근 365일에 걸쳐 찾아가는 과정을 작가와 함께 한다. 행복한 고민도 있고 어린 시절을 들쳐보거나 안 좋았던 기억을 꺼내보는 내용들도 있다. 도대체 자신에 대해 형체조차 모르겠을 때 산티아고의 속도대로 한번 나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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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미니북)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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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아빠. 아빠도 저게 그레고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만 해요. 우리가 그렇게 믿는 한 우리는 불행해질 뿐이에요. 도대체 저것이 어떻게 그레고르일 수가 있는 거죠? 그가 그레고르 오빠라면, 저런 괴물과 인간이 함께 산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스스로 나갔을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에겐 오빠가 없지만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오빠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괴물은 이렇게 우리를 압박하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집 전체를 차지하고서는, 우리를 거리로 내몰려는 게 분명해요. 저것 좀 보세요, 아버지."(104p)

 멋진 독일어 표현이 있습니다. 덤불 속으로 슬쩍 달아나라고, 바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덤불 속으로 슬쩍 달아났습니다. 제겐 다른 출구가 없었으니까요. 자유를 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말이에요.(189p)


 여러 단편 소설이 묶여져 있는데 『변신』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짧다. 작품 해설을 보니 『변신』을 제외하곤 미완성 작품이라고 한다. 짧지만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그만큼 짧지만 강력한 무언가를 남긴다.

 자고 일어났는데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보람 없고 힘들기만 한 영업 일, 그러나 먹고살아야 하니 최선을 다하지만 삶에 전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레고르.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처음에 굉장히 슬퍼하고 낙담하고 그러나 가족이기에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벌레가 되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이젠 돈까지 못 벌어오니 까먹는 존재로만 전략한 그레고르.. 가족들의 심경 변화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나도 갑자기 나의 가족이 벌레로 변한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비극이 왜 내게 왔는지 하늘부터 원망할까? 세 달이 흐르고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죽길 바란다. 아버지한테 맞은 사과가 등에서 썩고 결국 그레고르를 죽음을 맞이한다. 집안에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살았던 그레고르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레고르 가족이 돈을 악착같이 벌지 않고도 먹고 살만했다면 그레고르를 좀 더 보살필 여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벌레로 변신하는 내용이나, 아버지에게 익사형 판결을 받아 자살한다는 내용처럼 곳곳에 고독과 외로움이 함께 한다.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아마 이런 작품들이 탄생했다는 해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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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뭐라도 되고 있었다
김지희 지음 / 자화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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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수북히 찾아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필코 싫어하던 것들을 하나둘 줄여나가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좋아'의 반대말은 '싫어'가 아니다. 좋아하는 감정이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탁구공과 같아서, 지금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단지 '아직 좋아해보지 않은 무엇'일 뿐인 거다. 그렇담 지금 내가 몹시 싫다고 느끼는 것들 역시(절대 불변의 혐오 대상이 아니라) 내일이라도 당장 좋아하게 될 수 있는 후보군인 셈이다. 솔직히, 좋다가도 금세 싫어지는 게 우리의 변덕 아니던가.(22p)

 그러나 '아직'은 남이 나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 것 같다. 타인이 말해주는 '아직'은 동력이 약하다. '아직'이란, 단순한 붙잡음이 아닌 까닭이다. '아직'은 확신 가득한 계획으로 빚어낸 결의 같은 것이다. '더 강행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그 선택에 대한 해답은 확고한 '자기 믿음'과 확실한 '로드맵'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딱 거기까지인 것 같다.(66p)

 질투는 나를 명쾌하게 한다. 선택의 순간, 두 가지 기로에서 방황하게 될 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이룬 사람에게서 더 질투를 느낄 것 같은가?' 질투의 저울이 더 크게 휘청대는 쪽이, 가장 '나다운 선택'일 것이다.(77p)

 질투도, 경쟁도, 과시도 없는 표준의 상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수시로 나의 관점을 조율해볼 참이다. 적어도 우리가 만나는 날만큼은, 너 역시 그때 그 모습으로 조율되어 있기를. 너와 나 사이, 완전한 교감을 꿈꾼다.(297p)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고 느껴질 때가 가끔 있다. 첫아이를 낳고 집에 있을 때 그 우울감이 최절정에 이르렀던 것 같다. 우리 사회는 밖에 나가 돈을 벌지 않으면 그러니까 생산성이 있지 않은 인간에겐 잉여인간이라는 좋지 않은 꼬리표를 붙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또한 집에서 애'나' 키우는 엄마들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 슈퍼우먼이길 바라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집에서 애'만' 키우는 내가 어찌나 한심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느껴지던지. 그때 만약 이 작가처럼 글을 썼다면 세계 최고 우울한 글이 탄생했을 텐데.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으나 뭐라도 되고 있었다! 그 시기를 지나 나는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엄마가 되었으며 (내 스스로) 효녀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누구보다 더 남편을 생각하여 행동한다고 자부한다. 대외적으로 이룬 것은 없어 보일지언정 내 스스로가 많이 자란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 좀 크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종종 하는데, 배우고 했던 일이 간호일이라 간호사를 계속해야 하나, 그렇다면 병원을 가야 할까, 공무원을 준비해야 할까, 이 고민의 끝에는 아이를 키우며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할까가 가장 큰 문제다. '나다운 선택'은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집안이 강압적이어서가 아니라 나 다운 게 뭔지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거다. 질투의 저울이 더 크게 휘청대는 쪽이 가장 나 다운 선택일 거라는 작가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지지만(명예를 가진 사람, 돈이 많은 사람 번갈아가며 볼 때마다 질투가 난다. 나란 인간.)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보면 언젠가 어떤 결론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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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스티드 캔들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1
에드거 월리스 지음, 양원정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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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초가 두 개 있었어." 티엑스가 말했다. "하나는 방 한가운데, 다른 하나는 침대 아래에 떨어져 있었지. 방 한가운데 떨어져 있던 양초는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용 양초였고, 침대 아래 떨어져 있던 양초는 보통 시중에 파는 양초로 대충 잘려져 있었는데, 아마 카라의 침실에서 잘렸었나 봐. 바닥에 떨어진 양초 부스러기를 발견했거든. 잘린 나머지 부분은 벽난로 속에 버려진 게 분명해. 벽난로에서도 촛농 자국이 발견되었으니까."(187p)


 유명 추리소설 작가인 존 렉스턴은 살인범으로 몰려 수감자가 된다. 석방된 날 카라는 존 렉스턴을 탈옥하게 만들어 자신의 집 지하실에 가두어놓고 괴롭힌다. 존 렉스턴의 아내 그레이스가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자존심에 금이 가 이 둘 부부를 괴롭히는 것. 다행히 존 렉스턴의 좋은 친구, 티엑스가 끊임없이 카라를 추적한다. 카라는 온갖 나쁜 짓을 다 행하는 재활용도 안되는 인간이었는데 결국 렉스턴은 복수의 칼날을 카라에게 정확히 겨눈다. 그러나 누가 카라를 죽였는가!!!!!!! 추리 완전 재미있다.

 존 렉스턴이 결국 여러 나라의 높은 직위의 경찰청장들을 모셔놓고 자신이 벌인 사건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는데 소설 이야기 잘 들었다며 처벌을 하지 않는 모습은 현실성이 제로지만 그 시대엔 가능했으니 이런 소설이 나왔을까?하는 생각도 들고.

 증거와 상상력만으로 범인을 잡아야 하니 티엑스가 추리소설 대가 존 렉스턴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애거서 크리스티와 동시대 사랑받은 작가라 그런가 아무래도 고전 추리소설 느낌이 한껏 난다. 고전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매우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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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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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페나의 도움을 받아 녀석들과 이야기를 해봤을 텐데. 왜 나쁜 짓을 하려고 했는지 사정을 들어보고, 다른 방식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나 알아볼 것을. 그리고 힘들고 어려워도 페나처럼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좋은 마음을 먹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노력해보라고 '꼰대' 노릇 좀 해볼걸,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31p)

 고생스럽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관리자의 눈치를 보다 겨우 입을 뗀 한 소녀는 "나쁜 커피콩을 골라내고 좋은 커피콩으로 한 포대(60킬로그램)를 가득 채우면 40비르(약 1,600원)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5,000원 정도하는 이르가체페 드립커피 한 잔의 원두량은 10그램 정도. 이 소녀들은 2,000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받고 커피 약 6,000잔을 뽑을 생두를 골라내고 있었다. (41p)

적어도 사자들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절대로 사냥을 하지 않는다. 자신과 새끼의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을 할 뿐, 배를 채우고 나면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 동물이지 않던가. 사는 데 필요한 것 이상을 갖추고도,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자꾸 욕심을 내고 남의 것을 빼앗기까지 하는 인간이라는 동물도 있는데 말이다. (264p)


'폴레폴레'는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를 뜻한다고 한다. '빨리빨리'가 '더 빨리빨리'로 변해버린 한국에서 '천천히'란 단어는 참 생소하기까지 하다. 저자 김수진은 특파원으로 아프리카 8개국을 다녀왔다. 에티오피아, 남수단공화국,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아프리카는 내전 중인 나라도 많고 멀기도 하고 낯설어서 여행가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흥미로웠고, 아프리카 삶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커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커피 생산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고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도 가만히 앉아서 커피콩을 고르고 있는 소녀들. 그저 태어나보니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삶이 이렇게도 다르다. 도움을 줄 방법을 몰라 마음이 아프고 편하게 살고 있어 미안했다.

 아프리카에선 'T.I.A'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This is Africa'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와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운전기사.. 그저 유쾌하게 'T.I.A'라고 외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보다? 어딜 가도 약속 안지키는 인간들은 있기 마련인데, 아프리카가 유독 심한지 저런 용어까지 쓰이나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집에서 더우면 에어컨을 추으면 난방을, 배고플 때 먹을 게 있으며, 볼일은 화장실에서 보고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산다. 지구상에 모든 인구가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어딘가엔 비만으로 고생하고 어디는 아사 직전이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건 도움이 필요한 손길.. 유쾌한 여행기에 대부분 즐겁게 읽었지만 계속해서 마음 한 켠에 걸리더라.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 여러 곳에 대한 간접경험은 내게 짜릿하고 신선한 에너지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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