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미니북)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민준 옮김 / 자화상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아빠. 아빠도 저게 그레고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만 해요. 우리가 그렇게 믿는 한 우리는 불행해질 뿐이에요. 도대체 저것이 어떻게 그레고르일 수가 있는 거죠? 그가 그레고르 오빠라면, 저런 괴물과 인간이 함께 산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스스로 나갔을 거예요. 그렇다면 우리에겐 오빠가 없지만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오빠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 괴물은 이렇게 우리를 압박하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집 전체를 차지하고서는, 우리를 거리로 내몰려는 게 분명해요. 저것 좀 보세요, 아버지."(104p)

 멋진 독일어 표현이 있습니다. 덤불 속으로 슬쩍 달아나라고, 바로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덤불 속으로 슬쩍 달아났습니다. 제겐 다른 출구가 없었으니까요. 자유를 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여전히 존재하는 한 말이에요.(189p)


 여러 단편 소설이 묶여져 있는데 『변신』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짧다. 작품 해설을 보니 『변신』을 제외하곤 미완성 작품이라고 한다. 짧지만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고 그만큼 짧지만 강력한 무언가를 남긴다.

 자고 일어났는데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 보람 없고 힘들기만 한 영업 일, 그러나 먹고살아야 하니 최선을 다하지만 삶에 전혀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그레고르.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고 가족들은 처음에 굉장히 슬퍼하고 낙담하고 그러나 가족이기에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 벌레가 되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히려 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이젠 돈까지 못 벌어오니 까먹는 존재로만 전략한 그레고르.. 가족들의 심경 변화가 너무 사실적이어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나도 갑자기 나의 가족이 벌레로 변한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 비극이 왜 내게 왔는지 하늘부터 원망할까? 세 달이 흐르고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죽길 바란다. 아버지한테 맞은 사과가 등에서 썩고 결국 그레고르를 죽음을 맞이한다. 집안에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살았던 그레고르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자유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만약 그레고르 가족이 돈을 악착같이 벌지 않고도 먹고 살만했다면 그레고르를 좀 더 보살필 여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갑자기 벌레로 변신하는 내용이나, 아버지에게 익사형 판결을 받아 자살한다는 내용처럼 곳곳에 고독과 외로움이 함께 한다. 유대계 독일인이라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아마 이런 작품들이 탄생했다는 해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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