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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레폴레 아프리카
김수진 지음 / 샘터사 / 2018년 4월
평점 :

이런저런 생각에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좀 더 용기를 냈더라면 페나의 도움을 받아 녀석들과 이야기를 해봤을 텐데. 왜 나쁜 짓을 하려고 했는지 사정을 들어보고, 다른 방식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나 알아볼 것을. 그리고 힘들고 어려워도 페나처럼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좋은 마음을 먹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노력해보라고 '꼰대' 노릇 좀 해볼걸,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31p)
고생스럽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관리자의 눈치를 보다 겨우 입을 뗀 한 소녀는 "나쁜 커피콩을 골라내고 좋은 커피콩으로 한 포대(60킬로그램)를 가득 채우면 40비르(약 1,600원)를 받는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5,000원 정도하는 이르가체페 드립커피 한 잔의 원두량은 10그램 정도. 이 소녀들은 2,000원이 조금 안 되는 돈을 받고 커피 약 6,000잔을 뽑을 생두를 골라내고 있었다. (41p)
적어도 사자들은 배가 고프지 않으면 절대로 사냥을 하지 않는다. 자신과 새끼의 생존을 위해서만 사냥을 할 뿐, 배를 채우고 나면 다른 동물을 해치지 않는 동물이지 않던가. 사는 데 필요한 것 이상을 갖추고도,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갖고 싶어서 자꾸 욕심을 내고 남의 것을 빼앗기까지 하는 인간이라는 동물도 있는데 말이다. (264p)
'폴레폴레'는 동아프리카에서 널리 사용하는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를 뜻한다고 한다. '빨리빨리'가 '더 빨리빨리'로 변해버린 한국에서 '천천히'란 단어는 참 생소하기까지 하다. 저자 김수진은 특파원으로 아프리카 8개국을 다녀왔다. 에티오피아, 남수단공화국,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아프리카는 내전 중인 나라도 많고 멀기도 하고 낯설어서 여행가기 쉬운 나라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 흥미로웠고, 아프리카 삶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커피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커피 생산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가난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학교를 다니고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도 가만히 앉아서 커피콩을 고르고 있는 소녀들. 그저 태어나보니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을 뿐인데 삶이 이렇게도 다르다. 도움을 줄 방법을 몰라 마음이 아프고 편하게 살고 있어 미안했다.
아프리카에선 'T.I.A'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This is Africa'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약속된 시간이 다가와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운전기사.. 그저 유쾌하게 'T.I.A'라고 외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한가보다? 어딜 가도 약속 안지키는 인간들은 있기 마련인데, 아프리카가 유독 심한지 저런 용어까지 쓰이나보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는 집에서 더우면 에어컨을 추으면 난방을, 배고플 때 먹을 게 있으며, 볼일은 화장실에서 보고 믿을 수 있는 깨끗한 물을 마시며 산다. 지구상에 모든 인구가 그런 건 결코 아니다. 어딘가엔 비만으로 고생하고 어디는 아사 직전이다. 아프리카,, 하면 떠오르는 건 도움이 필요한 손길.. 유쾌한 여행기에 대부분 즐겁게 읽었지만 계속해서 마음 한 켠에 걸리더라. 쉽게 갈 수 없는 아프리카 여러 곳에 대한 간접경험은 내게 짜릿하고 신선한 에너지가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