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이코노미스트 세계경제대전망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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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 세계경제대전망(원제 The World in 2020)>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매년 발간하는 시리즈물 중 최신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경제신문이 이코노미스트지와 독점계약을 맺고 한국어판을 만든다. 나는 영국 대학 입시 때문에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하기 시작했는데, 한국인의 관점 밖에서 세계 이슈를 볼 수 있어서 만족한다. 자연스럽게 <2020 세계경제대전망> 단행본에도 손이 갔다.

 

이 책은 정치, 과학기술, 세계 뉴스 같은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기사와 칼럼이 섞여 있는 형식이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키워드를 두 가지 뽑아보자면 미래에 대한 예측과 미국 정치다.

 

[미래에 대한 예측]

 

과거 세대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그 다음 세대에 와서는 악행이 되는 일은 항상 일어난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은 야만적이고 우리는 깨어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행동이나 풍습들도 객관적으로 보면 아주 이상하게 보인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읽어봤던 소설에 주인공들이 고기를 먹는다는 이유로 미래인들에게 식인종 취급을 당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는 어이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코노미스트지의 예측이 맞는다면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 고기를 먹기 위해 가축을 키우면 엄청난 환경오염이 일어난다. 에너지 효율도 낮아서 가축에게 먹일 사료를 사람이 직접 먹으면 고기를 먹을 때보다 10배 정도 되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죽인다는 윤리적 문제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콩고기처럼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이 많아지고 가격도 내려가면서 이 모든 문제점을 감수하고 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예측한다.

 

[미국 정치]

 

주변에서 트럼프는 탄핵이 어떻게 흘러가던지 간에 재선에 성공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람들의 예측을 뒤엎고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이긴 것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그런데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득표수로 따지면 트럼프가 힐러리보다 표를 적게 얻었는데,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투표에서 이겨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경우는 전체 미국 대선에서 세 번밖에 없었다. 다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트럼프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미국 경제 사정도 별로 좋지 않다. 어쩌면 이코노미스트지가 2016년 대선 때 사람들이 그랬듯이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 때문에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설득력 있는 근거에 기반한 예측을 제공한다는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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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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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입시에 치여 정신없이 달리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멈춰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필요없는 것을 비우고 필요한 것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입시가 끝난 중3 고3 학생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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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 -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 샘터 50주년 지령 600호 기념판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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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행복하라>는 10년 전에 돌아가신 법정 스님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초등학생 때 필기구를 정말 좋아했던 저는 문구점에 들어가 보면 이것저것 사 모으고 싶어졌습니다(사실 지금도 그래요). 막상 그렇게 해 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별로 쓸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문구점에 가게 되면 필기구를 더 사고 싶어졌다. 필기구를 사면 행복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방 안에 필기구가 점점 늘어나면서 막상 필요할 때 찾지 못해서 쓰지 못한 적도 많았고, 필기구를 관리하는 데 점점 많은 시간을 쏟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행복하라>의 끝부분에 나오는 <무소유>에는 난초를 기르면서 즐거웠는데 어느 순간 난초에 집착해서 얽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난초를 필기구로 바꾸면 딱 제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무소유라는 개념만 접했을 때는 나와는 거리가 먼 신선놀음처럼 느껴졌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비우는 일의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같은 관점은 아니지만 저는 미니멀 라이프 열풍을 보면서 다시 무소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불교의 인생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모은 책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필요 없는 것을 비우려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잠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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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다르게 보기’의 과학
보 로토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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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가 남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에서 따온 것 같은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라는 제목에 끌렸습니다. 처음에는 철학 입문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알아보니 신경과학을 중심으로 온갖 분야들이 섞여 있네요. 신경과학과 철학에 대해 알고 싶은 나에게 딱 맞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떤 책을 처음 읽으면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릿속에서 마구 스쳐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이 계속 객관적인 진리(혹은 실재)라는 주제로 되돌아갔습니다. 특히 2정보는 무의미하다를 읽으면서 객관적인 진리에 대한 나의 입장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고 논리를 전개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도 얻을 수 있었어요.

 

신경과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혀에 닿는 화학물질이나 귀로 들어오는 진동처럼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 자체에는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의미는 우리가 주변 환경 그리고 과거의 경험과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의미에 대한 논쟁은 객관적인 실재에 대한 논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감각이 우리에게 객관적인 실재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 뇌는 우리에게 객관적인 실재를 보여주는 대신 살아남기 편한 방식으로 들어오는 정보에 의미를 부여해서 보여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객관적인 실재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몇 년 전에 화제가 되었던 드레스 색깔논쟁 같은 일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드레스 색깔논쟁은 인터넷에 올라온 드레스가 파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인지, 흰 바탕에 금색 줄무늬인지를 두고 시작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드레스 색을 가장 정확하게 보았다고 생각했고, 누군가가 그 색이 아니라고 하면 당황했습니다. 우리는 평소에 우리가 객관적인 실재를 정확하게 본다고 가정하고 그 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을 쌓아 올립니다. 다른 사람이 논리적인 근거를 들고 와서 설득해도 관점을 바꾸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드레스 논쟁에서처럼 이미 그 주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도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객관적인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대신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에 대해 자각하면서 그 방식들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철학적 질문으로 다뤄졌던 의미와 실재를 신경과학은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경과학의 관점에 대해 알게 되어서 신선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는 인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과학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모두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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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음, 조은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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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이 과거로 넘어가는 내용이 나오는 창작물에서는 대부분 과거 사람들이 넘어온 현대인을 천재 취급하는 묘사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묘사가 과연 현실적일까요?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중에서 우리가 직접 만들 줄 아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넷 망을 구축하거나 핸드폰을 만들거나 비행기를 띄우는 것 같은 작업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그런데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는 과거에 떨어져서 진짜로 천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지금까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필요했던 거의 모든 기술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독자가 타임머신 FC3000의 고장으로 인해 과거에 발이 묶였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얼마나 먼 과거에 떨어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순서도가 나오고, 모든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5가지 핵심 기술(음성 언어, 문자 언어, 숫자, 과학적 방법, 잉여 열량)도 나옵니다. 그 다음에 본격적으로 온갖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이 책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내용을 설명해 준다는 것입니다. 읽어보기 전에는 문명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학기술이 들어있다니 도대체 얼마나 두껍고 복잡한 소위 말하는 벽돌책일지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그런데 막상 마음을 잡고 읽어보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책이라는 느낌이 오네요. 설정도 재치있고, ‘죽기 싫으면 반드시 챙겨야 할 기초 영양소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점도 좋습니다. 미술이나 음악, 철학 같은 인문학과 예술도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어서 실제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에 떨어진 것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필요한 지식을 재미있게 얻으려고 해도 좋은 책입니다.

 

여러분은 주위에 있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궁금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랬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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