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더클래식 한국문학 컬렉션 1
김승옥 지음 / 더클래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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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이후 절필을 선언하신 후 현재도 투병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해마다 읽고 싶은 나의 도서목록리스트에 어김없이 적혀있긴 했으나, 개인적인 취향이 단편보다는 장편에 눈이 더 가는 터라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매번 지나치곤 했었다. 이번에 출판사 '더클래식'에서 한국문학 컬렉션시리즈를 출간하는데 그 첫번째 책으로 <무진기행>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올해 탄생 80주년을 맞은 그의 기념 출간이기도 한 이 책을 드디어 읽을 기회를 얻어 감개무량함 마저 들게 했다.

20여편이 조금 넘는 작품만으로도 한국 작가들의 스승이자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불리워지고 있는 김승옥 작가님의 이 책 <무진기행>은 그의 모든 중단편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편 12편을 수록해두었다. 전후시대를 살아온 작가가 근대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그려낸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과거소설에서 흔히 보였던 인물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들을 지니고 있었다. <무진기행>, <생명연습>, <역사>, <서울, 1964년 겨울>에서도 고향을 떠나 도시로 이주해 살고 있지만 기존 소설에서 흔히 보였던 고향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을 그려내기 보다는 부끄럽고 어려웠던 고향에서의 과거를 회상하고 벗어나 도시에서 정착하게 된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며 자각하는 모습들을 그려나가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수많은 주제들 중에서 이 책의 대부분의 소설 역시 '사랑'이라는 주제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휴가차 내려온 무진에서 한 여인을 만나지만 인사도 없이 서울로 향하게 되는 <무진기행>, 자신이 사랑하는 윤희누나를 형이 겁탈하는 계획에 동참하게 되는 <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겁탈하고 떠나게 되는 교수님의 사랑방식을 얘기하는 <생명연습>, 하숙집 주인 딸 숙이에 대한 감정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다산성>, 그리고 유명탤런트와의 사랑와 이별을 이야기한 <서울의 달빛 0장> 등 대부분이 사랑에 대한 비틀린 상실감이 그려져있었다. 근대화과정에서의 유교적인 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삶의 방식이 현재와는 상당히 많이 변화되고 달라져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진을, 안개를, 외롭게 미쳐가는 것을, 유행가는 술집 여자의 자살을, 배반을, 무책임을 긍정하기는 하자.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다. 꼭 한번만. 그리고 나는 내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 속에서만 살기로 약속한다.

<무진기행>중에서 p.42

고결하고 단아함의 결정체였던 어머니가 남자를 집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이 주는 충격으로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된 형과 함께 어머니 살해를 모의하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룬 <생명연습>에서도 그렇지만 한 개인의 내면을 특이한 언어로 형상화하는 가장 특징을 보여준 작품이 바로 <다산성>에서 였다. 작가 최초로 중편소설이면서 각각의 개인과 주체, 자아의 문제들이 하나의 사건과 연결지어져 꼬리에 꼬리를 무는 언어적 유희를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미있게 맛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우리 열명이라는 밀가루는 반죽이 되면, 엉뚱하게도 찐빵이 된다. 하나하나가 지고 있는 분위기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그들이 모였을때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조용한 밀가루들은 떠들썩한 찐빵이 되는 것이다.

<다산성>중에서 p.299

'염소는 힘이 세다. 그러나 염소는 오늘 아침 죽었다. 이제 우리 집에 힘센 것은 하나도 없다. 힘센 것은 모두 우리 집의 밖에 있다.'로 시작되는 <염소는 힘이 세다>, 반드시 실패했어야 할 자신의 적으로 얘기한 <그와 나>, 부잣집으로 하숙을 옮기게 되면서 그의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역사>, 해고하면서도 차나 한잔하자고 권하게 되는 문화를 꼬집어 주는 <차나한잔>,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 등도 '감수성의 혁명'이라고 부리워지는 이유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작가만의 언어유희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벽은 벽인 동시에 정사각형이 아닐까? 나는 인간인 동시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곡선의 평면이다. 마티스의 저 여인들처럼, 화려한 풍경 속에서 창백한 백지로 남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어떤 하얀 평면. 고은 커튼을 드리워놓고 싱싱한 화초를 가꾸어 놓고 하늘이 엿보이는 유리창을 달아놓은 그러한 방 속에서 그러나 그 그 모든 것을 설치해 놓은 여인은 텅빈 백지. 동그라미를 저 벽에 붙이러 일어나보자, 할 수 있겠지? 자아, 내게 가장 귀한 고정관념으로써.

<확인해본 열다섯 개의 고정관념>중에서 p.294-295

12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1960년 전후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과 고뇌 그리고 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으며, 쓸쓸하고 고독한 자아와 내면의 모습이 불안하고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당시 사람들의 상실감과 일탈들로 이어져 아름답고 화려한 작가 특유의 언어들로 표현되어 만날수 있었다. 올해 읽어야할 책을 읽어낸 과제를 마친 기분이 아니라 여지껏 읽지 못하고 있었던 그의 작품을 이렇게 늦게 만나게 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 늦었지만 그의 작품에 대한 문단의 화려한 미사어구의 감탄과 존경에 대한 격한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의미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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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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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동했다. 박경리문학상과 프란츠 카프카문학상의 수상작가인 아모즈 오즈의 추천사로 '내가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찬사도 그렇고, 젊은 작가임에도 가상증강 현실연구소에서 신경인지 뇌연구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특이한 이력도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그런데다 이스라엘에서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거니와 문화부장관상에 젊은 작가에게 주는 기금수혜자인데다 할리우드 제작사에 영화와 드라마 판권까지 팔려 곧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개글은 호기심과 관심을 지나 필독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 <예루살렘 해변>은 총 14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젊은 작가답게 현대적인 감각의 느낌의 작품과 함께 치열하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삶의 의미와 작가가 이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에서는 페이스북의 거짓 포스팅을 통해 가상공간에서의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끌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세계에서의 나의 삶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삶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인터넷은 삶의 대체품도 아니었고, 무한한잠재력이 있는 결점없이 완벽한 순수한 최상의 공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달리 말하면 현실세계가 그와는 정반대의 공간이라는 말로 들려서 고달픈 우리의 일상을 엿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해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인생이 흑백처럼 두 지점만 있지 않아. 회색처럼 그 중간의 일상과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해.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중에서 p.48

<101.3FM>은 전자제품 수선공에게 어느날 노인이 맡긴 라디오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에 점점 집착해가며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남의 시선과 마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데비의 드림 하우스>는 꿈을 제조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살 집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악몽을 제조하고자 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이 의뢰한 악몽은 제조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돈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말 그래도 어느날 갑자기 삶의 의미가 궁금해져 체험형 맞춤형 프로그램에 등록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삶은 구지 그 의미를 밝히며 살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어쩌면 하나의 거창한 의미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의 웃음소리나 푸른 풀 같은 작고 단순한 것들을 위해 살기 시작해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르죠.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뭐든 미소짓게 만드는 것들이 소중해요.

<삶의 의미 주식회사>중에서 p.97~98

<엑시트>는 꿈의 덤불 속에서 헤매는 아픈 딸을 둔 아빠가 점차 아이와 공감을 나누고 점차 부모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예루살렘 해변>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기억 속 존재하지도 않는 해변을 찾아 나서는 두 노부부의 이야기가 쓸쓸하게 그려지고 있다. 눈 덮인 예루살렘의 바다에 대한 기억을 제외한 그녀의 모슨 기억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기억만은 놓지 않았다고 추억하는 그녀만의 그 공간이 주는 의미를 통해 서로 다른 기억과 회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노인부대>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처럼 특수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였다. 노인부대라는 제목처럼 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마자 여든에 군대를 지원한 전혀 노인같지 않은 할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이혼하고 인도에서 지내는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아들을 그리워하며 용서를 구하며 그간의 상황을 풀어가고자 자신과 그들 가족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현재의 우리 가족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에서는 기억을 공유하는 시술을 받는 커플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모두 정확히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자 하지만 사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 또한 같아야 할 이유도 당위성도 적어도 내 눈에는 없어보였다. 각자가 생각하고 추억하는 대로 기억이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집착하고 함께임을 강요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억은 간단히 지워질 수 없는 거라고. 그녀가 관심없는 그 모든 것들을 그가 설명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지만 그녀의 모든 의식은 폭포 아래에 있다.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중에서 p.406

그 외 <아니타 샤브타이>, <해왕성>, <파리와 고슴도치>, <고객서비스 지침서>등도 고도로 과학과 기술이 발달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인간성 상실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가히 상상해보거나 생각해볼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가득차 있다. 읽는 내내 놀라운 반전과 상상력들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지만, 읽다보면 이는 모두 현재의 우리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재는 어떠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날 수 있게 된다니 더욱 기대가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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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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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있노라니 192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를 살아감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느껴졌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고 사회 이곳저곳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고 페미니즘과 남녀불평등 문제에 대해 약 백년전을 살았던 그녀가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로 여론몰이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려는 그녀만의 강하고 의지에 찬 목소리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책 <자기만의 방>!!!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고 종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독창적인 모더니즘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당시 영국의 유일했던 여자대학교 두 곳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추가, 수정, 발전해 책으로 출간했다고 전한다. 출간당시에는 혹평과 찬사가 뒤섞여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는 1970년대가 되어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이론서로 재평가를 받게 된 책이기도 하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여성과 여성의 특징, 여성과 여성이 쓰는 소설, 그리고 여성과 여성에 대해 쓴 소설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적인 문제들과 사회적 진실들에 대한 관점들을 고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도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경제적 자립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돈'과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 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과 그 본질, 특히나 당시 남성에게 국한된 사회적 특권과 불평등을 전해 들었을 때 불과 백년전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열등감을 표현한 글들을 보면서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단순한 희생양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횡포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성격이라는 것이 아예없다'"(p.46)

"여성은 극단적이다. 남성에 비해 탁월하게 열등하다" (p.46)

"여성은 교육받을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p.47 나폴레옹)

"여성에게는 영혼이 있는가, 없는가?"(p.47)

교육의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했으며, 남자들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자기들만의 방"을 누리고 실천하고 있는 변화의 주도층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변화의 시기에 맞게 여성으로서의 글을 쓰는 방향과 방법도 제시해주며 백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면 분명 장엄하게 펼쳐진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가슴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한쪽 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여성과 남성이 협력하는 양석적인 상호교류를 통해 창조적예술이 완성이 되어야만 가장 완벽하고 자유로운 행복으로 이끄는 상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는 부분은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이었음과 동시에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한 두가지, '돈'과 '자기만의 방'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충고처럼 느껴졌다. 오백파운드라는 돈이 주는 경제적인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주는 독립과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인을 통해 개인적의 삶의 내적, 외적인 변화들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 책이 주는 가장 커다란 메세지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여성과 글쓰기'라는 주제로 쓰인 책이긴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한정된 주제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는 부분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상관없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거나 접하게 되었을 때, 단순히 남성,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본질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충고와 함께 어떤 일도 노력없이는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충고는 다른 말로는 노력하면 충분히 가치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기도 해 읽고 나서도 깊은 울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가 자기만의 방과 매년 오백 파운드의 돈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주제가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을 쓰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여행하며 빈둥거리고, 세상의 미래나 과거를 곰곰히 생각하고 책을 보며 몽상을 펼치고, 길 모퉁이에서 어슬렁거리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물 속에 깊이 담그기에 충분한 자기 몫의 돈을 소유하기 바랍니다.

(p.161)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건네주는 듯한 이 말은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 머릿 속을 맴돌게 되는 말이었다.

나는 다른 것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간단히 그리고 평범하게 말할 뿐입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햐을 미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세요.

(p.163-164)

동등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버지니아 울프,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이 당연한 권리마저도 누릴 수 없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녀의 당시에 했던 노력들이 백년이 지난 지금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은 흐뭇해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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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
정기문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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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하면 내 기억 속엔 중세사와 비교적 근대사 흥미진진했던 수많은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고대사를 떠올려보면 사실 그다지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 별로 없다. 세계사를 처음 접할 때 배웠던 4대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문명이 기억나는 정도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는 이렇게 나처럼 서양고대사에 문외한이 읽으면 적합한 입문서로 보인다.

로마사 전공자로 삼십여년간을 서양고대사를 연구하신 정기문 교수님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방대한 역사로 출발해 서로마 제국의 멸망까지 다루어야 할 서양 고대사가 대개 고대 그리스를 원류로 규정해 대부분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서양문명의 기둥이자 서양 근대 이후까지도 지탱하고 있는 신과 인간에 대한 사고관인 종교관을 기본원리로 철학, 법, 문학 등을 총망라한 필수적인 주제를 모두 담아낸 책을 찾기 힘들다고 하고 판단하여 서양고대사가 다루어야 할 시기 전체를 담으면서도 일반독자나 학생들에게 적합한 서양 고대입문서를 찾지 못해 직접 입문서를 쓰게 되었다며, 이 책의 출간동기를 직접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 '고대 그리스' 그리고 '고대 로마', 이렇게 총 3부로 크게 나뉘어진다. 4대문명 중 가장 먼저 발전한 메소포타미아의 신석기 혁명을 시작으로, 문화와 교육의 창시자인 수메르인, 최초의 통일자 아카드인, 함부라비 법전의 창시한 바빌로니아인, 지중해를 장악했던 페니키아인과 일신교의 유대인, 광대한 지역을 지배했던 페르시아인들까지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했던 종족들과 태양과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 문명에 대한 광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한 그리스문명의 시발점인 동서양을 연결시켜주는 마노스 문명을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의 신화와 사상, 문화는 물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같은 대표학자들을 낳은 그리스의 철학과 희극과 비극, 역사저술, 그리스를 상징하는 민주주의와 함께 그리스의 분열까지도 함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불리한 지리적 조건임에도 이탈리아를 통일하면서 로마제국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로마공화정 시대와 개혁, 재정수립, 그리고 유럽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기독교의 탄생과 발전, 서로마제국의 멸망까지를 상세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사실 다른 세계사 책도 여러권 읽어봤지만 이 책만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사실과 원론에 충실하게 근거를 두고 있는 딱딱한 다른 책들에 비해 읽기가 쉽고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시대순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둔 내용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머릿속에 연대기가 대강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읽는 내내 하나도 빠지지 않고 꼼꼼하게 읽을 수 있었으며, 주제별로 묶여있는 내용들 역시도 시대순으로 상세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 설명을 해둠으로써 고대사를 이해하는 데 훨씬 더 쉽게 다가왔다.

그리스인 입장에서 해가 뜨는 동쪽을 의미 하는 빛과 오리엔트 문명을 뜻하는 동방의 의미를 나타내는 '빛은 동방에서 왔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으며, <길가메쉬 서사시>에서의 대홍수 이야기가 성경이야기에서 각색된 부분을 인지할 수 있게 되었다. 건축의 천재였던 신바빌로니아인들의 7대불가사의 중 하나였었던 궁중정원이나 1889년 에펠탑 건축이전에 세계에서 최대 높이였다던 피라미드 건설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미라의 상세한 제작과정에 대해 읽으면서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하면 떠오르는 올림포스의 12신의 탄생과정이야기는 언제나 다시 읽어도 흥미로웠으며 이오니아학파를 시작으로 아테네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소피스트인 소크라테스를 포함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문학과 철학이 현재까지도 인간중심의 문명을 이끈 헬레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생각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오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로마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왕들이 실은 제1시민이였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고, 로마가 인류에게 남긴 유산 중 최고로 꼽히는 로마의 12표법이 평민들의 권리신장이 중심이었다는 사실도 읽으면서 놀랍게 느껴졌다. 또한 유럽연합 가입국 전체가 기독교국가라는 사실을 통해 로마시대 기독교가 탄생하고 발전하게 된 사실이 현재까지도 얼마나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을 생각하면 인류사에 로마가 남긴 역할이 어땠는지를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서로마제국의 멸망이 로마제국 전체의 멸망으로 둔갑한 이유 역시 서양인들의 자기중심적 시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서양고대사를 재미있으면서도 체계적으로 읽을 계획인 사람이라면 정기문 교수님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를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읽은 책들 중 참, 마음에 드는 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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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활용을 알려줌 - 화상수업, 강연에 꼭 필요한
고정욱 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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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온라인으로 수업이나 교육을 듣는 일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게 되었고, 직장에서 화상회의는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실행이 되면서 우리 회사의 미팅 역시 줌으로 자주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고, 회의를 주관하는 일이 잦은 요즘에는 파워포인트를 이용한 줌미팅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회의가 매끄럽게 잘 진행되고 있는지, 여타 보완해야 할 문제점들은 없는지를 인터넷 검색과 줌 자체 녹화기능을 통해 자주자주 피드백을 하면서 고쳐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점은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하는 마음에 비전코리아의 <줌 활용을 알려줌>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줌 활용을 알려줌>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상수업이나 강연에 꼭 필요한 Zoom 활용에 대한 기능을 알려주는 책이다. '줌유격대'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온라인 강의 전문가 5인이 줌의 고급 기능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물론 줌 화상강연 활용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아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총 5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줌의 기본, 줌 활용 잘하고 있나요?'에서는 제목처럼 줌의 기본적인 활용법인 ID관리법, 구글미트나 웹엑스와 같은 다른 솔루션 뿐 아니라 유료계정과의 차이점, 회의초대나 비밀번호 설정하기 기능, 스마트폰이나 PC, 맥 환경에서의 줌의 기능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공유와 저장만 알아도 당신은 줌 고수!'에서는 화면공유의 전반적인 기술부분을 설명해주고 있다. PPT를 웹형식으로 진행해 슬라이드쇼를 바로 띄우게 하는 방법이라던지 주석작성법과 화이트보드 사용법은 물론이거니와 동영상을 줌으로 공유했을 때 화면이 끊기는 현상을 해결하는 방법과 회의내용저장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효율적 화상회의를 위한 고급기술'부분에서는 유료기능이긴 하지만 공동호스트나 모니터링, 조별 모둠 모임인 소회의실 운영법 등에 대한 기능을 설명해주고 있었고, '화상강의 꿀팁'은 줌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의 호스트의 강의 스킬이나 방법들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줌 활용의 끝판왕'에서는 줌으로 유투브나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하는 전문방송가용 지침에 대한 설명이 이뤄지고 있다. 부가적으로 '줌 설정의 모든 것'과 '단축키를 외워서 활용하기'는 줌의 기본 기능설정법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짚어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도움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줌 미팅을 하면서 비디오를 켜기전에 미리 화면공유를 띄워 슬라이드쇼로 켜놓고 나서 회의를 시작하곤 했었는데, PPT화면을 자체적으로 웹형식으로 진행하도록 체크하면 된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또한 동영상을 공유할 때 랙이 걸린것처럼 동영상이 자주 끊기는 현상과 동영상의 소리가 상대방에게 1-2초 정도 시간차이를 두고 전송이 되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는데 화면최적화 기능이나 프레임크기조절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점이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이득을 얻은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축키의 기능에 대해서는 이전에 전혀 들어본적이 없었던지라 이번 기회를 통해 자주 사용하는 몇가지들은 외워서 다음 회의에서는 꼭 사용해보리라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새로운 2021년을 맞아 일과 업무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는 차원에서 이 책 <줌 활용을 알려줌>이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시간이 된 것같아 무엇보다 의미가 있었다. 줌 회의를 진행하시는 직장인들, 줌으로 수업을 하는 강사나 교사분들, 그리고 줌으로 라이브 방송을 하는 분들이 한번쯤은 꼭 짚어봐야 할 알짜배기 기능이 빼곡히 채워진 책이니 시간되면 꼭 한번 읽어보고 자신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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