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에프 클래식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율희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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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있노라니 192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를 살아감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느껴졌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고 사회 이곳저곳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고 페미니즘과 남녀불평등 문제에 대해 약 백년전을 살았던 그녀가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로 여론몰이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려는 그녀만의 강하고 의지에 찬 목소리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책 <자기만의 방>!!!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고 종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독창적인 모더니즘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당시 영국의 유일했던 여자대학교 두 곳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추가, 수정, 발전해 책으로 출간했다고 전한다. 출간당시에는 혹평과 찬사가 뒤섞여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는 1970년대가 되어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이론서로 재평가를 받게 된 책이기도 하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여성과 여성의 특징, 여성과 여성이 쓰는 소설, 그리고 여성과 여성에 대해 쓴 소설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적인 문제들과 사회적 진실들에 대한 관점들을 고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도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경제적 자립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돈'과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 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과 그 본질, 특히나 당시 남성에게 국한된 사회적 특권과 불평등을 전해 들었을 때 불과 백년전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열등감을 표현한 글들을 보면서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단순한 희생양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횡포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성격이라는 것이 아예없다'"(p.46)

"여성은 극단적이다. 남성에 비해 탁월하게 열등하다" (p.46)

"여성은 교육받을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p.47 나폴레옹)

"여성에게는 영혼이 있는가, 없는가?"(p.47)

교육의 기회조차 제공받지 못했으며, 남자들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야 했던 당시 시대상을 생각하면 여자대학교의 학생들은 그야말로 "자기들만의 방"을 누리고 실천하고 있는 변화의 주도층임을 역설하고 있었다. 변화의 시기에 맞게 여성으로서의 글을 쓰는 방향과 방법도 제시해주며 백년이라는 시간이 더 지나면 분명 장엄하게 펼쳐진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가슴 뭉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한쪽 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여성과 남성이 협력하는 양석적인 상호교류를 통해 창조적예술이 완성이 되어야만 가장 완벽하고 자유로운 행복으로 이끄는 상태를 야기시킬 수 있음을 강조하는 부분은 시대를 앞서가는 생각이었음과 동시에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강조한 두가지, '돈'과 '자기만의 방'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주는 현실적인 충고처럼 느껴졌다. 오백파운드라는 돈이 주는 경제적인 자유와 물질적 풍요가 주는 독립과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인을 통해 개인적의 삶의 내적, 외적인 변화들을 통해 문학적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이 책이 주는 가장 커다란 메세지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여성과 글쓰기'라는 주제로 쓰인 책이긴 하지만, 단순히 이러한 한정된 주제 뿐 아니라 우리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적용이 되는 부분으로 느껴졌다. 그것이 무슨 일이든 상관없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거나 접하게 되었을 때, 단순히 남성,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본질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충고와 함께 어떤 일도 노력없이는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는 충고는 다른 말로는 노력하면 충분히 가치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기도 해 읽고 나서도 깊은 울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녀가 자기만의 방과 매년 오백 파운드의 돈을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주제가 아무리 사소하거나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온갖 종류의 책을 쓰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여행하며 빈둥거리고, 세상의 미래나 과거를 곰곰히 생각하고 책을 보며 몽상을 펼치고, 길 모퉁이에서 어슬렁거리고, 생각의 낚싯줄을 강물 속에 깊이 담그기에 충분한 자기 몫의 돈을 소유하기 바랍니다.

(p.161)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건네주는 듯한 이 말은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 머릿 속을 맴돌게 되는 말이었다.

나는 다른 것보다 나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간단히 그리고 평범하게 말할 뿐입니다. 고상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햐을 미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말하겠습니다. 사물을 그 자체로 생각하세요.

(p.163-164)

동등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버지니아 울프, 그녀가 살았던 시대에서는 이 당연한 권리마저도 누릴 수 없었음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동시에 그녀의 당시에 했던 노력들이 백년이 지난 지금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조금은 흐뭇해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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