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있노라니 1920년대가 아니라 2020년대를 살아감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느껴졌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고 사회 이곳저곳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고 페미니즘과 남녀불평등 문제에 대해 약 백년전을 살았던 그녀가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화로 여론몰이를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려는 그녀만의 강하고 의지에 찬 목소리를 전해 들을 수 있는 책 <자기만의 방>!!! 그래서 내게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 같다.
평생 우울증에 시달리고 종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독창적인 모더니즘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당시 영국의 유일했던 여자대학교 두 곳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추가, 수정, 발전해 책으로 출간했다고 전한다. 출간당시에는 혹평과 찬사가 뒤섞여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페미니즘 운동이 본격적으로 이슈화되는 1970년대가 되어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이론서로 재평가를 받게 된 책이기도 하다.
총 6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여성과 여성의 특징, 여성과 여성이 쓰는 소설, 그리고 여성과 여성에 대해 쓴 소설에 대해 다양한 예시와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적인 문제들과 사회적 진실들에 대한 관점들을 고찰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무엇보다도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경제적 자립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돈'과 누구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 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성과 그 본질, 특히나 당시 남성에게 국한된 사회적 특권과 불평등을 전해 들었을 때 불과 백년전의 이야기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여성에 대한 신체적, 정신적, 도덕적 열등감을 표현한 글들을 보면서 가부장적 권력에 의한 단순한 희생양을 넘어서 여성에 대한 횡포와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