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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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작가의 작품을 읽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래서 더 호기심이 동했다. 박경리문학상과 프란츠 카프카문학상의 수상작가인 아모즈 오즈의 추천사로 '내가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이다'라는 찬사도 그렇고, 젊은 작가임에도 가상증강 현실연구소에서 신경인지 뇌연구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특이한 이력도 나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보였다. 그런데다 이스라엘에서 베스트셀러는 물론이거니와 문화부장관상에 젊은 작가에게 주는 기금수혜자인데다 할리우드 제작사에 영화와 드라마 판권까지 팔려 곧 제작에 들어간다는 소개글은 호기심과 관심을 지나 필독해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이 책 <예루살렘 해변>은 총 14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젊은 작가답게 현대적인 감각의 느낌의 작품과 함께 치열하게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 과학기술의 발달로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삶의 의미와 작가가 이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에서는 페이스북의 거짓 포스팅을 통해 가상공간에서의 허구의 인물을 만들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끌어내는 두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현실세계에서의 나의 삶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삶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을 갖게 했다. 그들이 말하는 인터넷은 삶의 대체품도 아니었고, 무한한잠재력이 있는 결점없이 완벽한 순수한 최상의 공간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달리 말하면 현실세계가 그와는 정반대의 공간이라는 말로 들려서 고달픈 우리의 일상을 엿보게 되는 부분이기도 해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인생이 흑백처럼 두 지점만 있지 않아. 회색처럼 그 중간의 일상과 함께 사는 법도 배워야해.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중에서 p.48

<101.3FM>은 전자제품 수선공에게 어느날 노인이 맡긴 라디오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듣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에 점점 집착해가며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남의 시선과 마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데비의 드림 하우스>는 꿈을 제조하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살 집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악몽을 제조하고자 하지만, 결국 사랑하는 연인이 의뢰한 악몽은 제조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결국 돈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삶의 의미 주식회사>는 말 그래도 어느날 갑자기 삶의 의미가 궁금해져 체험형 맞춤형 프로그램에 등록해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서지만 결국 삶은 구지 그 의미를 밝히며 살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주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었다.

어쩌면 하나의 거창한 의미를 찾는 것을 그만두고 아이의 웃음소리나 푸른 풀 같은 작고 단순한 것들을 위해 살기 시작해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르죠. 나도 잘 모르겠지만 뭐든 미소짓게 만드는 것들이 소중해요.

<삶의 의미 주식회사>중에서 p.97~98

<엑시트>는 꿈의 덤불 속에서 헤매는 아픈 딸을 둔 아빠가 점차 아이와 공감을 나누고 점차 부모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려나가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예루살렘 해변>은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기억 속 존재하지도 않는 해변을 찾아 나서는 두 노부부의 이야기가 쓸쓸하게 그려지고 있다. 눈 덮인 예루살렘의 바다에 대한 기억을 제외한 그녀의 모슨 기억은 허공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 기억만은 놓지 않았다고 추억하는 그녀만의 그 공간이 주는 의미를 통해 서로 다른 기억과 회상이 주는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노인부대>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처럼 특수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 공감할 수 있는 특수한 상황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였다. 노인부대라는 제목처럼 할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자마자 여든에 군대를 지원한 전혀 노인같지 않은 할아버지와 그를 지켜보는 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이혼하고 인도에서 지내는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아들을 그리워하며 용서를 구하며 그간의 상황을 풀어가고자 자신과 그들 가족 이야기를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현재의 우리 가족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에서는 기억을 공유하는 시술을 받는 커플이야기가 나온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모두 정확히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자 하지만 사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하더라도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 또한 같아야 할 이유도 당위성도 적어도 내 눈에는 없어보였다. 각자가 생각하고 추억하는 대로 기억이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집착하고 함께임을 강요하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기억은 간단히 지워질 수 없는 거라고. 그녀가 관심없는 그 모든 것들을 그가 설명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있지만 그녀의 모든 의식은 폭포 아래에 있다.

<사막을 기억하는 방법>중에서 p.406

그 외 <아니타 샤브타이>, <해왕성>, <파리와 고슴도치>, <고객서비스 지침서>등도 고도로 과학과 기술이 발달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느끼는 인간성 상실과 고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하고 있다.

평생을 살면서 가히 상상해보거나 생각해볼 엄두조차 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기법으로 가득차 있다. 읽는 내내 놀라운 반전과 상상력들로 입이 다물어 지지 않았지만, 읽다보면 이는 모두 현재의 우리 모습을 투영해볼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야 할 현재는 어떠해야 할 것이며, 어떻게 앞으로를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날 수 있게 된다니 더욱 기대가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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