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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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7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이다. 전혀 모르던 작가였기에 그가 왜 노벨상을 받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론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어느정도 예상을 하면서 읽어나갔다. 작가가 마치 진짜 클론, 캐시인 것마냥 캐시의 자서전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세한 묘사들이 압권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자세히 묘사하느라 전개가 빠르지 않아 진력나기도 했다.

마지막에 캐시와 토미가 마담을 찾아가서 같이 있던 에밀리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말로 듣게 되었을 때는 허망하기도 했다. 에밀리 선생님이 말로서 책의 전체를 요약정리 해버린것 같아 앞의 내용이 있으나 없으나 크게 상관이 없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1세기인 현재 클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발달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이 소설의 배경이 1970~80년대라는 게 조금 의아하기도 하면서 어쩌면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21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했다면 그냥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을텐데 과거라면 또 뭔가 다르게 다가온다. 작가의 의도가 무얼까 궁금해지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이 클론이란 걸 모르고 읽었다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거다. 실제로도 이 소설에서 클론의 영혼은 인간과 비슷하게 묘사된다. 알아채기 어려운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는 것 같다.

한번 읽어서는 작가의 의도를 잘 모르겠다. 나에게 크게 와닿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사육이라는 단어가 조금 충격적이긴 했다. 캐시나 토미, 루스를 보며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는데 그들을 사육한다고 말할 때는 마치 나도 사육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에선 인간 대 클론으로 나누어지지만 현실에서는 인간 대 인간인데도 더한 취급을 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그걸 의도한걸까? 모르겠다.
어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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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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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하고 왠지 세련된 문장이면서도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힌다.
동시대의 흔한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흥미롭다.
내가 겪고 있는 일상의 어떤 한가지 본질과 마주하는 듯한 느낌.
백지은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알듯 말듯한 그 본질이 ‘관성‘이라는 두 글자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걸 깨닫고는 안그래도 공허한 삶이 더 공허하게 느껴졌고 내 삶에 ‘관성‘과 ‘공허‘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버린 것 같았다.
앞으로도 그 글자를 지우고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이상하고 슬픈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이었다.
직시하고 또 그렇게 살아갈 미래도 함께 어렴풋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렇게 살지는 않으리라는 다짐은 어째 일어나지 않는다.
발버둥쳐봤자 어차피 거길 거라는 체념이 더 크게 일어난다.

<우리안의 천사>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을 땐 저들의 생각은 어리석다 생각했고 나라면 과연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보며 읽었다. 남우가 그 6층에서 실은 아무 것도 안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해보았다. 추측이라기 보다는 바램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다시 읽으니 확실해졌다. 남우는 그 일을 한거였다. 그리고 애완견 애니의 일과 관련된 앞부분의 문장들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살리려는 의논은 크게 말할 수 있어도, 죽이려는 의논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애니는 나한테 유일한 가족이야. 지금 한 말, 안 들은 걸로 할게.‘
‘강아지의 목숨과 내 목숨을 동일한 저울에 달아놓고 측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안의 천사>와 <밤의 대관람차>에는 조금 다른 관성의 법칙이 존재한다. 전자가 두렵지만 바라기도 하는 극적인 파국이 당도하기 전의 수동적 관성이라면 후자는 변화를 바라지 않는 자발적 관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관성과 변화. 반대되는 의미의 단어가 우리 삶 속에 공존하고 있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에는 관성의 법칙이 더 지배적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다른 이유보다 그게 더 쉽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내가 잠시 한눈을 팔아도 세상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않을 텐데.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결정의 순간에 아무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결정해버리고, 전 생애에 걸쳐 그 결정을 지키며 사는 일이 자신이 자초한 삶의 방식이라고 양은 탄식했다......
남편이 잠든 81제곱미터 아파트의 현관문을 열고 나서면서 양은 자신의 몸이 25년의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대화가 없어도, 음악이 없어도, 라디오 소리가 없어도, 사랑이 없어도, 세상 모든 소리와 빛이 사그라진 곳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관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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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 1 리처드 파인만 시리즈 4
리처드 파인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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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각의 탄생>에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참 흥미로운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고 드디어 그의 이야기를 읽었다.
분명 남다른 사람이다. 내가 볼 땐 두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첫번째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하고싶은 일을 할 땐 옆을 보지 않고 직진만 하는 성격인 듯 하다. 나같으면 이러면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을 한번씩은 해보는데 파인만은 그런 게 거의 없는 것 같았다. 감정소모 또한 적은 것 같았다. 나무로 비유하자면 곁가지를 많이 내지 않는 나무, 대나무가 그런가? 한 줄기로 곧게 뻗어올라가는...

두번째는 ‘재미‘가 가장 큰 원천이라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교수가 될 때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거나 재미있어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기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2차대전의 원자폭탄 연구에 참여한 동기가 궁금했었는데 그 이유는 애국심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 당시 분위기의 영향도 있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독일군이 먼저 폭탄을 만든다는 상상을 해보고는 안되겠다 싶어 하게 된 것이었다. 그의 일상과 함께 전개되는 원자폭탄 연구과정이 흥미로웠다.
그의 일상 자체가 다 흥미롭다. 그의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람이 아인슈타인이고 그와 산책을 하는 사람, 그와 농담따먹기 하는 사람들이 거의 노벨상 수상자들이고 그들의 의견에 딴지를 거는 사람이 파인만이다.
원자폭탄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건 아이러니다. 인류발전에 기여한 업적도 있을테지만 인류를 위험에 처하게도 하는 업적도 있으니 말이다.

파인만의 일생을 보니 그 말이 떠오른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파인만은 인생을 그저 즐기는 자였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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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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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호모데우스는 나에게 타임머신이고 드론이고 우주선이다.
덕분에 나는 더 넓고 크고 깊게 보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입을 딱 벌리고 그의 이야기에 따라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다 조금 정신을 차리고 반박할 거리들을 억지로 생각해보게 되지만 절대 쉽지가 않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친절하게 재밌게 때로는 비정하게 설명해주는 데다 꼬투리잡을 게 생길라치면 그 역시도 다 안다는 듯이 친절하게 조목조목 따져주는데 두손 두발 다 들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교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는(아마 우리는) 유발 하라리교 신자가 된다.
그가 말한 미래의 시나리오는 예측이 아니라 가능성이라고 말하는데 그 가능성이 왠지 맞아떨어질 것 같고 내가 느끼기엔 희망적이지 않아 두렵다. 그렇다 해도 미래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다.
그가 생각한 이 책의 목표도 가능성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그 목표를 달성해낸 것 같다.
지금까지 읽어본 책 중에 ‘가장 위대하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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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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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페이지는 통채로 필사를 하고 싶을 만큼 나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점점 더 지루하고 어려워진다. 뭘 말하려는 건지도 모르겠고 폐지를 압축하는 한탸의 일상은 더럽고 지루하다.
독서는 한탸의 머리속을 시끄럽게 하고 또한 행복하게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제3자가 보는 한탸는 지하실의 생쥐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걸 잠재우고 싶어서 한탸는 스스로 폐지 압축기 속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걸까?
뭐지? 작가는 정말 뭘 말하고 싶은 걸까? 최근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혼자 많이 하는 독서는 오히려 나쁠 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런 걸 말하고 싶은 걸까? 참 어려운 책이다.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여러번 반복된 이 말이 그냥 생각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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