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 우울하고 부정적인 아이,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 원도의 유년시절이 그의 일생을 사로잡고 있는 듯 하다.엄마이다 보니 원도의 생각과 감정을 읽으며 혹여 내가 내 아이에게 저런 감정을 느끼게 하진 않았던가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울던 아이에게 감정을 헤아려주지 못하고 ‘니 잘못이잖아‘라고 했던 때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반성. 또 한편으론 거의 대부분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원도가 답답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과거만 붙잡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라는 훈계를 하게 만든다.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가 신선하고 놀라웠는데 특히 1인칭주인공시점으로 계속 원도를 따라가게 만들다가 마지막에 시선을 독자에게 돌리는 순간은 살짝 소름이 돋기도 했다. 복간한 책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다. 한 찌질한 남자 이야기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 주변, 늘 그자리에 존재하는 나무는 마치 배경과도 같아 존재감을 못 느낄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런 나무가 언제부터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첫 뿌리를 내린 곳에서 많게는 천년이상을 사는 나무의 생존 전략을 알고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균근 공생관계, 곤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그 천적을 불러들이는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나무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씨앗에서부터 아름드리 나무, 고사목이 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박테리아, 개미와 같은 곤충, 도롱뇽과 새들까지 상호작용하고 적응해나가는 과정도 알 수 있었다. 나무 뿐 아니라 식물의 능력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길가의 잡초가 그냥 잡초가 아닐 것이다.
재미있는 동식물의 생장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진정한 의미도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좋았다. 다만 챕터별로 나오는 소제목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 같아 없었으면 더 좋았을 듯 하다.
장편일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단편이었다. 첫번째 <바빌론의 탑>은 흥미롭게 읽혔는데 끝나서 아쉬웠고 그 다음부터는 내용 자체가 좀 어려웠다. 머리가 아프다고 느낄 정도로... 8개의 단편 중 5개만 읽었다. 영화<컨택트>의 원작인 <네 인생의 이야기>도 소재와 전개방식, 의미가 모두 놀라웠지만 작가의 정신세계를 따라가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 ‘페르마의 최단시간의 원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신기했고 까먹지 말고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써먹을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ㅋㅋ 암튼 내겐 너무 어려운 소설.
선배 언니가 해주는 인생 조언같은 책. 많이 공감했고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 여기!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