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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집중력 - 하루가 달라지는
나구모 요시노리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1일 1식"으로 유명한 저자가(나는 읽지 않았고 제목만 많이 봄) '집중력'을 주제로 신간을 출간했다. 물리적 몸을 가진 인간이 한계를
극복하고 효과적으로 집중하기 위해 주변 환경을 어떻게 조성하고 어떤 습관을 가질지에 대해 생물학적 지식을 곁들여 가볍게 서술한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이다. 본인이 쓰고 있는 책이 바로 자기계발서인데 책 중간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다 실천하고 하루 아침에 좋은 인간으로 변할 수 있을
듯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류의 말이 써 있어서 웃었다. 아무튼 유방 관련 전문의가 따로 없어서 다른 여러 과에서 나누어서 치료하던
시대에 이 분야가 잘 되리라는 선견지명을 가지고 키우고 연구했다고 하니 여러 모로 유명해질 만한 자격이 있는 의사다. 집중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의식주나 자세에 관한 잡다한 지식보다도 저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집중력을 키우고 발휘했던 실제 경험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다.

일단 저자는 수도사 마냥 자신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하는 습관을 지녔다. 최근 하루키가 자신이 어떤 생각으로 작가라는 직업 생활을 하는지를
다룬 책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읽었는데, 저자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 일과를 매우 일찍 시작하면서 계획을
철저히 지키고 있었다. 인간은 사실상 깊이 자는 논렘수면 3시간만 자도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은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글쓰기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매우 고요한 시간에 집중해서 수행한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병원 관련 일을 보고 저녁에는 만나야할 사람을
만나거나 강연을 가고 다시 일찍 집에 들어와(2차를 절대 가지 않는 등!!) 일찍 잠드는 바른생활을 한다. 이미 인간이 "1일 1식"만 한다는
점에 대해 경악할 수 있었지만, 음식물 섭취에도 맛에 대한 쾌락을 억제하고 최대한 좋은 음식을 조금씩만 먹고 절대 야근하지 않고 일찍 일어나
일출을 보며 생체 시계를 낮으로 돌린다. 책은 그야말로 이렇게 살아야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유혹 때문에 지키지
못하는 점들을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어 짚어낸다. 집중력을 높이도록 도와주는 이러한 단순한 행동들을 작게 쪼개어 짧은 챕터가 끝날 때마다
'습관 41' 형식으로 60가지로 한 문장으로 정리해 실천을 돕는다.
저자는 자신을 두고 컴플렉스 덩어리였다고 말한다. 특히 모든 후세대들의 숙명이지만 비유가 아니라 진짜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본인 표현으로
사춘기 시절 '복수'하기 위해) 고2 말에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상 고3 때부터 정신 차렸는데 의대에 가고 의사가 될 수 있었다니 똑똑한
유전자와 근성을 이미 유전자로 물려받았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본인 스스로도 정신 차린 후로는 고3 때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인내하며 미친듯이
공부했다고 말하고 있다. 대학 때는 이런 저런 동아리와 승마를 하느라 또다시 닥치면 벼락치기로 준비하는 그였지만 벼락치기로 진급 시험에
통과하고 국가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니 이미 그는 갖추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보인다. 어쨌거나 집중하지 못했던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또 본인이 실천해보니 효과가 있는 습관들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설득력을 얻는다. 외과의사가 된 후 유방 클리닉 관련 자신의 소명에 대해 스스로를
효과적으로 동기부여하고 물리적 삶을 통제하며 많은 일들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커지면서 젊은이는 체력만으로 무리를
지키지 못하였다. 포식이나 전투를 할 때도 체력만이 아닌 작전을 짜는 두뇌나 경험이 요구되었다. 또한 약한 자를 지키는 상냥함도
요구되었다.
이윽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며 정치나 경제에 뛰어난 사람이 권력자가 되었다. 물론 권력자와 젊은이가
맨손으로 승부를 겨룬다면 젊은이가 이길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의 질서는 지킬 수 없다. 거기서 '윗사람을 존중하는 규칙'이 생겨났다. 그것이
법률, 윤리, 도덕, 교육으로, 이를 담당하는 뇌가 신피질이다...
어린아이가 천진한 것은 변연계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웃거나 화내거나 울거나 밥을 먹고 푹 자는 등
본능에 따라 산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치려 한다. 가르칠 미자는 몸 신身자에 아름다울미美가 합쳐져 있다. 배우지 못한 아이는
거칠고 난폭하다. 부모에게 복종하는 아이는 '몸이 아름답게' 교육받는 것이다. 물론 아이들도 반항을 한다. 그것을 반항기라고 하며 서너 살 때가
'제1반항기', 사춘기가 '제2반항기'이다. 즉, 반항기는 신피질을 향한 변연계의 반항이다."
176-177쪽.
몇 년 전 한동안 뇌와 신경과학에 관한 책이 유행처럼 쏟아져 나올 때 찾아 읽곤 했다. 여기 3층 뇌에 관한 내용이 잠깐 나오기에
옮겨둔다. 도덕, 윤리, 교육이 다루는 내용이 혁신하기, '나이 들지 않기'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주장에 따르면 체력적으로 약한
기성세대가 젊은이를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수유너머N 토요인문학에서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읽으면서
당연히 학교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학교아말로 '가르칠 미'를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장소이다. 아마도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에서 자주 쓰는 글자인
듯 가르칠 미자를 처음 접했다. 요즘 나라나 교육부에서 '인성'이나 '안전'을 강조하는 맥락과 관련하여, 학생 신체 행동을 매우 세밀하게 분할해
순응을 실천하도록 유도하며 그러한 행동을 '착하다', '잘 배웠다'고 여기며 만족하는 어른 선생님들이 보인다. 아이는 아이 답게, 천진함을 잃지
않고 놀이하면서 삶과 관련된 이런 저런 기술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자기 인격을 예술작품처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자고 주장한다면 이 책 저자는
반대할지도 모르겠다. 신경과학 분야나 저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생물학적 맥락은 이해하겠지만.
원문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693715 제 주력 블로그는 예스이십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