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나흰 5기 미션도서라 선택의 여지 없이 받았지만 선택 도서였더라도 신청했을 테다. 왜냐면 지도 교수님께서 니체 전공자셔서 석사 때 강의를 들으며 니체 저작을 함께 읽었기에 항상 관심 있는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렴풋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선악의 저편" 같은 책의 부분 부분을 읽으며 '니체= 중2병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저자는 니체의 그러한 점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까발리고' 있다. 다산북스 공홈에서 이 책 제목을 투표로 붙이는 상황을 본 적이 있는데, 다 읽고 보니 이 책은 니체 사상을 토대로 보여주는 인문학이나 인간학이라기보다는 니체라는 인간에 대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니체론'이나 '니체라는 인간' 같은 제목이 더 걸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앞부분은 니체 사상 전반을 다루기도 하는데 결국 저자가 강하게 하고 싶었던 주장은 니체는 자신이 비판하던 바로 그 '약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초인이 아니었다'는 메시지인 듯하다. 포스트모더니즘 유행 이후 니체가 세계 어디서나 떠받들여지고 있는 이 때 분명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주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 자신이 에필로그에 이 책을 내면서 항의를 받을까봐 걱정했다고 적었듯이 말이다.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

* 니체 사상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로 유명하다는 저자는 니체의 입을 빌어 약하고 착한 사람을 비판한다. 이들은 공동체를 두려워하면서 침묵하는 순응자이자,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지 않았을 때만 착한 안전주의자이다. 특히 우리는 일본인들이 흔히 조용히 질서 잘 지키고 부당한 일이 있어도 별로 발언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들어 맞는 주장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이자 모범생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며 살았을 분들과 함께 근무하다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을 뼈저리게 공감할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러한 면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부당한 관행으로 고통스러워 발언하려고 할 때, 어떤 선생님은 뒤에서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인성도 실력'임을 주장하는 기이한 이 사회에서 그러한 착함을 진정한 착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내 안전'을 최대 가치로 추구하는 지금 자신의 진정한 건강과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의 약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배체되는 일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게 뭐든 자신이 현재 속한 공동체의 방침에 어느새 동참하게 된다. 그들은 평소에는 지극히 부드럽고 온화하다. 그러나 신변의 안전이 위협 받는 전시가 되면 그 즉시 만사를 팽개치고 권위에 자신을 맞춘다. 이를 위해서라면 모든 사람을 배신하고, 지금 막 내뱉은 주장을 취소하며, 조그만 위험에도 조개처럼 입을 닫는다." 47쪽.

 

길지만 비슷한 주장들을 계속 인용해본다. 이 책이 보이는 핵심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사실 저자는 니체 자신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주장을 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이를 테면 니체가 첫 책 "비극의 탄생" 출간 당시 비난을 당한 이후 줄곧 자신의 글에서 개미처럼 성실하기만 한 고전 문헌 학자를 비판한다. 또 추앙하다시피 친하게 지내던 바그너가 자신의 성적 취향에 대해 의심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혹은 니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고) 바그너와 결별하고 바그너를 속물주의자라고 비난한다. 문제는 일련의 상황 속에서 오프라인 면대면 관계에서는 니체가 약하고 착하고 온순한 언행을 보였으나 글에서는 매우 거칠게 거의 모든 당대 사람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량한 약자는 표면적으로는 지극히 온화하다. 남의 면전에 대고 심술을 부리는 경우도 없고, 남이 보는 데서는 억지를 부리지도 않는다. 모두가 편안하게 쉬고 있는 장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며, 한없이 겸손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그들은 모두가 보고 있는 곳, 칭찬을 받을 듯한 곳에서는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는 한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남을 구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스로를 도덕적이라고 느끼며 들뜬 기분에 취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은 뒤에서 남몰래 움직인다.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자신에 관한 모든 평판을 찾아낸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악평이 나오면 그 불씨를 찾아내기 위해 온 힘을 쏟으며 불씨를 퍼트린 장본인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리하여 뒤에서는 끈질기게 그를 저주하며 몰락을 기원한다. 하지만 당사자와 얼굴을 마주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낯으로 대한다.

앞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주제에, 신변의 위협을 조금이라도 느끼면... 달아난다." 78-79쪽.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니체처럼 인간을 관찰하고 분석하기 잘하던 사람이 왜 정작 자신의 모습은 돌아보지 못했는지 한탄한다. '안전'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자신이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저자의 통찰이 대단하다. 무사 안일주의로 최대한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라면 인생에서 모험하거나 고통을 없애고 진정한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갈등을 일으키는 일 따위는 최대한 피한다. 니체가 말년에 정신적으로 어려워진 이유에는 그렇게 일상에서 자신을 억눌렀던 행동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선량한 약자는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도 악행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자기비판적 시각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관찰하는 눈이 없다.

왜 그들 몸속에는 이런 비판적 안목이 움트지 않는 것인가? 그것은 그들이 되도록 안락하게, 게다가 이득을 보며(손해 없이) 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범죄는커녕 나쁜 짓조차 전혀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무난하게 산다, 안전하게 산다'라는 대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자신도 여차하면 나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상상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안전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현실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막연히 느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사실을 외면하는 기술을 익힌 것이다." 99쪽.

 

니체를 싫어하고 칸트를 좋아한다는 저자는 칸트의 말을 빌어 니체가 비판했고 니체 자신도 가지고 있던 그러한 약하고 착한 성향이 사실은 진정으로 착한 모습이 아니었음을 꼬집는다.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만 통용되는 편협한 착함은 여전히 보편적이지 않아 우리 밖에 있는 타인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우리와 다르게 말하고 행동하는 소수가 있다면 그들의 말이 합리적이고 옳다고 하더라도 다수는 일단 그들을 누른다.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들에게 나쁜 사람 이미지를 덧씌워 상대적으로 자신들이 착하고 안전하다며 안도한다.

"착한 사람은 칸트가 뚜렷이 제시했듯 성실성과 행복이 양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들은 행복을 최고로 꼽는 인종이므로 자타의 행복이 일치할 때만 성실성을 바란다. 이 말인즉슨 자타의 행복과 성실함이 일치할 것 같은 토양에서만 성실하다는 뜻이다.

그것은 어떤 토양인가? 약하면서 옳은, 즉 약해서 옳은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느끼는 토양, 같은 종류의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토양이다. 이리하여 퍼석퍼석한 인공비료를 충분히 뿌린 토양에서 그들은 그저 자기기만의 도로를 힘차게 달린다.

그들은 사회의 규칙과 관습, 예의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성실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의 성실함은 언제나 사회의 주어진 규칙과 관습, 예의의 틀 안에 있다. 그들의 성실함은 틀 밖을 엿보는 것조차 두려워하며 밖으로 나오는 자를 격렬하게 단죄하고 박해하고 죽이는 성실함, 즉 원래 의미의 성실함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142-143쪽.

 

 

* 니체= 중2병, 관심 종자, 우쭈쭈가 필요한 유아 같은 사람

결국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중2병이자 관심 종자였던 니체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그야말로 주변 사람들의 '우쭈쭈'가 필요했던 유아 같은 사람으로 니체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니체 자신도 '초인'이 아니었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니체 자신이 비판했던 '약한' 모습을 니체 자신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무의식 중에 느끼고 '센척'하지 않았느냐는 저자의 주장을 (주류 주장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니체 자신이나 니체를 사랑하는 전공자들은 부당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지만) 새겨 들어볼 만하다. 그래서 더불어 '싸우는 철학자'라 불린다는 저자는 그러한 면이 없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일상에서 발언할 때 '원한' 그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싸움을 위해 싸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본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949676 (저의 주력 블로그는 예스이십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교양 있(는 척하)는 금수저 집안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읽으며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가 생각났다. 혼전임신과 출산으로 계급을 초월한 결혼을 이루는 모티프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엄마도 언니도 혜란이도 계급에 맞지 않거나 자신들이 보기에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남자를 ‘사랑’하지만, 그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완성’한다(이 소설 마냥 사랑을 완성한다는 해피엔딩이 실생활에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믿지 않는다). 아무튼 모티프가 이러하기 때문에 소설에는 꽤나 야한 장면들이 있다. 학급문고에 절대 꽂아둘 수 없는 책이다.

 

 

꽂아둘 수 없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후반에는 작가가 정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소설 초반 이 금수저 가족이 지향하는 삶의 철학은 ‘나쁘다’. 최근 공립학교 선생님께서 우리 지역처럼 변두리에 있는 학생들이 ‘인성’이 부족해서 큰 문제라며 강남 아이들은 인성 교육을 잘 받아서 예의조차 바르다,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고 말씀하셨다. 세밀하게 철저히 관리한 삶에 대한 칭송을 듣기가 불편했다. 착함 자체를 위해 우러나오는 인성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성공을 위해 만들어진 인성이라니. 그런데 이 가족은 그러한 삶을 지향하고 살았다. 엄마나 언니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예측하고 살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항상 반듯한 모습을 보이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숨 막히기까지 하다. 엄마는 고운 말만 쓰고 화내는 법이 없으며 가족은 매일 아침 식사를 함께 하며 교양 있는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럽지 않다. 결국 혜윤의 몸에서 왜곡이 터져 나온다. 이 가족은 그 왜곡 덕분에 정상 궤도로 돌아오므로 혜윤과 진욱에게 감사해야 한다.

 

 

지금 당장 막장 컨셉 일일드라마로 만들어도 손색없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기호 작가가 쓰는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 법한’ 소소하고 리얼한 생활상을 그린 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본 적도 없는 이 가족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판타지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 드라마가 항상 이런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상황이 의아하다. 비슷한 모티프를 취한 이 소설을 두고 예스이십사 친구블로거 중 하나는 ‘킬링타임용 소설’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소설 자체는 매우 재미있게 잘 읽힌다. 특히 혜란의 일상은 (삶의 철학은 나쁘지만) 사이다를 들이키는 듯한 시원함을 선사한다. 위에 쓴 것처럼 ‘금수저’ 논쟁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만한 지점도 있다. 아무튼 분량도 많지 않고 기승전결도 분명하여 책을 들자 마자 다 읽을 수 있었다. 다산북스 나나흰 5기 미션도서로 선물 받아 읽었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934780 (저의 주력 블로그는 예스이십사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드 토크 - TED 공식 프레젠테이션 가이드
크리스 앤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 2016기독교사대회 때 대회 10회 맞이 10대 실천과제 투표를 위해 '수업 전후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기' 20초 홍보를 맡게 되었다. 근 1,800명 앞에서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고도 효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해야했다. 마침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던(서포터즈 기간이 끝나자 얄짤 없이 강등 당했다, 옆동네 서포터즈는 희망하는 모두를 연장시켜주어 비교가 되었다) 21세기북스에 이 책 신간 서평단 모집글이 올라와 신청해서 읽고 있던 차였다. 물론 30명 학생 앞에서 매일 수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는 학생과 좁은 공간에서 활동을 곁들여 하는 수업 상황과는 또 다른 일종의 '대규모 면대면 연설' 상황을 준비하는데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한국인인 나는 TED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더 익숙하다. TED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을 연설한 영상을 온라인으로 배포한 프로젝트 정도로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TED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 프로젝트라는 점, 시작부터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누구나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좋은 강의(?)를 온라인에서 공유한다, 지식정보사회에 딱딱하고 긴 연설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좀 더 효과적인 방식들을 사용해 나의 관심사를 알린다는 포멧은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현대에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TED는 '리키'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리처드 솔 워먼과 공동 설립자인 해리 막스가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산업의 컨버전스(convergence: 이종 제품이나 비즈니스 간의 결합)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이론 아래 1984년에 만들었다. 그럴 만했다. 그해는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런칭했고, 소니는 처음으로 컴팩트디스크를 공개했다. 이들 제품 모두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산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이 세 분야를 연결하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을 것이다. 기술은 인간 중심의 디자이너와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더욱 큰 매력을 발산하지 않나? 건축가와 디자이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리더들이 기술의 새로운 발전을 이해하면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300-301쪽.

 

알파고 사태를 맞은 2016년에 아래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컴퓨터가 더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넘겨주고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물론 최근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제3인류"를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자살을 선택할 줄 알고 생식을 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는 상황을 상상하고 있기는 하다. 로봇이 정말 인간 같아지기 전까지는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OECD에서 발표한 DeSeCo 프로젝트 결과에서도 저자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를 잘 살기 위해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핵심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 도구를 상호적으로 사용하기

- 이질적인 집단과 상호작용하기

-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이들 주장의 공통점이 TED 철학과 기법에 잘 담겨 있다. TED라는 명칭 자체가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이므로 이들을 잘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목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임을 알 수 있다. 스스로 TED 듣기를 선택한 청중들은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일단 다방면 전문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고 생각지 못했던 지식을 습득하거나 통찰을 얻는다. 프레젠테이션하는 이도 자신의 관심사를 어떻게 연구하고 가공해서 불특정 다수가 이해하기 쉽게 들려줄지 고민하고 성찰한다.  

 

"지식의 가치와 목적은 물론 어떻게 지식을 얻을까에 대한 다양한 추정은, 전체 교육 시스템의 구조를 포함하여 산업화 시대의 잔재다. 산업화 시대에는 성공의 열쇠가 기업이나 학교에서 거대한 전문 지식을 익히면 됐다. 그러다 보니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었다...

지식 경제는 그와 다른 것을 요구했다. 전문화된 지식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영역이었지만 컴퓨터에 의해 잠식당하는 일이 늘었다. 석유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방대한 양의 지질학 데이터를 이용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패턴을 분석해 찾는다. 이제는 뛰어난 토목공학자가 새로 건축된 건물의 압력과 긴장을 수동으로 계산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다...

이쯤 되자 사람들은 우울했다. '기계가 모든 전문 분야에서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그 해답이 꽤 솔깃하다.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람다워야 한다. 일하거나 배우는 법에서도 사람다워야 한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다르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되거나 전산화될 것이다. 이제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풍부한 경로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혁신, 창의, 인간 고유의 가치)

이들 중 어떤 것이라도 사실로 입증되면 산업화 시대와는 전혀 다른 학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전문 지식도 필요에 따라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보자. 스마트폰이 있다면 당신이 사는 세계는 이미 꽤 그와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대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전문적인 지식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 맥락에서의 지식

- 창의적인 지식

- 인간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 306-309쪽.

저자는 이와 더불어 이제는 학교 교육과정에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방법 배우기도 꼭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데 교사로서 공감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눌 수록 의미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말한다. 글쓰기와 효과적인 발표 기술은 그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필요하다고.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임기응변도 떨어지고 달변도 아니기 때문에 1,800명 앞에서 말해야한다는 상황 자체가 매우 큰 압박이었다. 기독교인 교사 집단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성별과 연령, 학교급과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리라 예상했다. 이 책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받아 썼다. 책에서는 TED 강의 시 꼭 말 잘하는 사람이 쇼맨십을 발휘해 즉흥적으로 웃긴 프레젠테이션 하기를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TED를 기획하면서 많은 발표자들이 겪는 준비과정, 시행착오, 성공 사례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말 잘하는 능력에 기댄 발표자보다는 자신이 정말 관심 있고 열정 있는 분야에 대해 확실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엄청 많이 준비하고 대본을 가공하고 준비한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에 따라 '수업 전후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기'가 누구를 돕는 실천 내용인지, 실천 내용과 결과, 동기부여를 20초 안에 (우겨)넣을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하고 시간이 넘칠 때마다 문장을 정제했다. 스톱워치를 켜고 계속 읽어보아 익숙하게 만들었다. 무대에서 마음은 떨렸지만 컨닝페이퍼를 들고 올라가 말해야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저자도 강조했듯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발표 내용에 있어서 내 자신이 그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이고 그러한 열정은 청중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유 있을 때 TED나 세바시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짧은 발표 영상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참, 저자가 중간 중간 아버지가 선교사였고 본인은 철학을 공부했으며 TED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게 된 과정을 이야기로 들려주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오타와 가끔 튀어나오는 어색한 문장은 다소 아쉬웠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8639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대 합격생 100인의 학생부종합전형
양현.이현지 지음 / 다산에듀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나나흰 5기로 넘어갔는데 선택도서로 올라왔기에 인원 제한 간당한 가운데 신청해서 받아보았다. 현직 교사라 안 그래도 학종의 장단점에 대해 주워듣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며 받았고 흥미롭게 읽었다. 다산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학종의 단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서울대가 70%를 수시(학종 100%)로 뽑는다는 당면한 현실 속에서 정시 수능으로 승부 보기 어려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방금 학종으로 합격한 서울대 15, 16학번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모든 학생이 같은 구조로 자신의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3년 고교 생활을 큼직하게 보여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합격 스킬(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 준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 특별히 서울대 입시가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 학교활동 변화를 이끄는 경향이 있고, 그 영향이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내려오기도 하는지라 중3을 전담하고 있는 나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독서였다. 현장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과정에서 나타나는 폐해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 학종이 어떤 학생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알차게 만들어주고 정말 생생하고도 깊이 배우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면이 크다고 생각했다.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선생님께서 자유학기제 세팅 초기에 무려 중1들을 데리고! '소논문 쓰기' 수업을 하셔서 제본하신 책자를 선물로 받았을 때, 중학생도 소논문 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사회실천창의상상프로젝트를 모든 학생이 맛볼 수 있도록 바꿔가는 과정에서 장차 학종- 연구 및 소논문 쓰기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때는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 반영 비율을 수능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있었지만 학종 제도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중학교까지 소문이 퍼지지는 않았을 때였다. 우리는 그저 수업과 학교 생활 중에 좀 더 자발적으로 깊이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고 싶었다. 순간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좀 어렵고 진지하더라도 그 과정을 참았을 때 결과적으로 크게 배웠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수업과 평가를 하고 싶었다. 서울대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아래와 같은 결과는 가까운 미래를 잘 살기 위한 핵심 역량을 기르고자 할 때 교육과 배움 방식이 어떻게 변해야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Q4. 고교 시절 동안 가장 좋았던 활동은?

A 워낙 많은 활동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고 말한 서울대 합격생들이 많았다(34%).

스스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연구하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작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독서토론, 자율 동아리, 음악 축제, 학생회, 봉사활동, 경시대회, 스터디그룹 등 다양한 활동들이 뒤를 이었다.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이라는 활동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엄청난 주제를 택할 필요도 없다. 관심 있는 작은 주제나 의문점을 정해서 인터넷도 검색하고 관련 도서도 찾아보고 인터뷰와 설문 조사도 해서 그 결과와 의미를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 소논문을 스펙으로서만 접근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고 싶은 마음에 사교육의 힘을 빌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서울대 합격생들이 사교육을 이용해 소논문을 작성했다면 고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1위로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을 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대 합격생들이 고교 시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해 하나씩 찾아보고 알아 가는 과정이 마치 추리 영화에서 실마리를 잡아 풀어 나가는 것처럼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과물보다 이러한 과정들이 곧 점수라는 점도!" 21-22쪽.

 

나야 1999년 즈음에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시간이 꽤나 지나긴 했지만 좋은 의미에서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당시 들어가고 싶은 학교에 어렵게 들어갔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주변에 두고 나도 최선을 다했기에 전혀 후회가 없고 대학에 내 실력보다 과분하게 잘 진학했다고 생각한다. 수행평가와 수시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이런 저런 교내외에 (눈먼) 대회와 활동들이 많았기에 3년 내내 닥치는 대로 참여했고 글쓰기나 중국어로 대회에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았다. 공부 말고도 관현악부 활동도 열심히 참여했고, 좋은 친구들 좋은 선생님들과 즐겁게 지냈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이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학종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험담을 듣고 있으려니 내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모든 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이렇다면 좋을 텐데.

 "마음 맞는 선생님, 친구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세요. 함께 즐겁게 이것저것 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좋은 활동들을 서로 추천해 줄 수도 있고, 함께 특강을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즐거운 학교생활과 입시 양쪽에 큰 도움이 됩니다." 226쪽.

 

특히 중학교나 고1 때까지도 학업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공부에 불이 붙어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고 실력도 급격히 향상되었던 학생들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학종하면 내신과 학교활동 둘 다를 잡아야 해서 바쁘고 압박스럽다, 학종 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교육 힘을 빌려야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여기 합격생 대부분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직하리만치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자율학습 시간에 10회독 복습을 하고 주말에도 혼자 학교에 나와 엉덩이로 공부하는 끈기 있는 학생들이었다. 사교육은 면접 정도에서 힘을 빌렸고, 그나마도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을 받아 준비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사교육 업체 등 어른 도움을 받으면 대학교 뿐만 아니라 당장 담임선생님도 금방 알아챈다고.

 "나는 아예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에 혼자 남아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했다. 어느새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 NPC'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적이 계속 올랐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시험 후기를 적으며 분석했고 대책을 세워 약점을 보완했다. 106쪽."

 

그래서 학종은 이런 면에서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1 때 진로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아주 큼직하게 분야를 탐색해두고, 2학년 때 좀 더 구체화 시키고, 3학년 때 좀 더 구체화 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할 수 있다. 때로 정했던 진로가 180도 바뀌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 마저도 의미 부여를 잘하면 된다. 학교 생활 중 어떤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더 잘 맞을 듯한 학과를 찾는 방식이 고1 때부터 확고하게 진학 학과를 정해두고 3년 내내 거기에 대한 기록만을 모으는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다.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맞는 활동들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공통점이 드러나고, 분량 제한 있어 짧은 자기소개서 안에 이야기와 맥락을 담아 자신과 고등학교 3년 생활을 의미 있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학종으로 점수 높은 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욕심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활동 했는지 여부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방금 학종으로 합격한 선배들이 학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대부분 '스펙 때문에 얄팍하게 이것저것 활동하기보다는 좋아하는 활동을 깊이 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세요, 그러다보면 기록이 쌓여요.'라고 말해주고 있어서 좋아보였다. 점수 높은 대학들이 은연 중에 고교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도 도는 마당인데, 이 책이 각 학생들을 소개할 때 표로 정리해준 바에 따르면 특목보다 일반계고 출신, 서울 강남이나 목동보다 지역 출신이 더 많아보인다. 정말 학종을 잘 활용하면 대학 입시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까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기록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면도 좋았다. 수능이 아니라 학종으로 승부를 봐야만 할 처지에 놓여 있었던 학생들은 일찌감치 진학 방식을 정하고 준비했다. 내신+ 동아리와 창체 활동, 수상, 독서 등 학교생활기록부 각 항목에 대한 활동을 하면서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었다. 달별로 한글 파일에 짧게 메모해두었다가 고3 여름방학 이전에 자기소개서 초고를 잡을 때 활용하기도 하고, 결과물이나 활동 과정을 찍은 사진, 언론 보도 자료들을 잘 모아두기도 했다. 선생님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나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기도 좋다.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기록에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학종 준비하는 학생들이 그런 성실함까지도 배우고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다.

 

교사로서는 합격생 대부분이 자기 일처럼 발벗고 도와주셨던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있다는 점 또한 보기 좋았다. 자기 학생 잘 되는 일인데 열심히 도와주지 않는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목을 가지 못해 좋은 시스템 속에서 준비하지 못한다고 좌절하고 있을 것인가, 지역 일반계에서도 자신이 가진 자원과 환경을 잘 활용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생활해볼 것인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반계고 학생들의 실제 합격 사례들은 희망을 준다. 환경이 비교적 열악하다 하더라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찾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멀리 보았을 때 삶 전반에서 큰 자산이 될 테다. 2학기 되면 이 책 내용을 우리 중3 학생들에게도 소개해주어야겠다.

 

실제로 학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점은 두 가지였다. 제목에도 '서울대 합격생'이 들어 있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대' 합격생들 이야기만 나오기에, 아직도 우리에게 좋은 학교= 점수 놓은 학교= 서울대 라는 학벌 의식이 심하게 남아 있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법으로 통제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고, 고등학생과 학부모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학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일거수일투족, 본인의 인성과 선생님에 대한 친밀함까지도 기록, 평가 당하며 스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겠구나 싶어서 또한 불쌍했다. 물론 여기 나온 학생들은 입을 모아 '학종을 준비한다고 내신을 포기하지 마세요, 내신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신 시험 한 번 망쳤다고 내신을 포기하지 마세요,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과정도 잘 활용하면 됩니다.'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울대에 학종으로 갈 정도 학생이면 내신 등급 평점은 거의들 좋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8502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 평범한 나날을 깨워줄 64가지 천재들의 몽상
김옥 글.그림 / arte(아르테)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1세기북스 서평단에서 모집했던 신간인데 예술을 다루고 있어보여서 냉큼 신청했다.  작가 예술 감상 경험 이후 소회를 정리한 짤막한 글을 담고 있는데 작가의 블로그를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예술 영화를 많이 다루고 있어서 나는 좋았다. 블로그라고 했지만 감상 깊이가 얕지 않으면서도 공감 가며 여럽지 않게 술술 읽힌다. 요즘 페미니즘 담론도 활발하지만 극히 여성 입장에서 쓴 글이라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은 읽기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에 실은 여러 예술 작품은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혹은 저자가 작품 속에서 유독 그러한 요소를 읽어내었다. 엄연히 존재하는 사람인데 거의 모든 구성원이 안 보이는 척하며 지내는 상황, 알 듯하다. 책 제목이 이미 작가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다고 명시하고 있으니 읽을지 말지 선택은 독자 몫이다.

 "무표정한 고교생 유미, 그녀는 강박성 정신장애로 물건을 훔친다. 매사에 의욕이 없는 유미는 세상 모든 게 그저 뻔하고 시시할 뿐이다. 같이 놀던 남자들이 혼자 일방적으로 주절거리면, 묵묵히 듣다가 발로 걷어차버리는 게 취미인 그녀. 히데노리가 웃는다면 유미는 무표정하다. 그들이 세상을 대하는 각자의 자세다.

일본 영화 "우연하게도 최악의 소년"은 돌파구 없는 10대들의 성장통을 그려낸다. 재일 한국인은 히데노리가 따돌림을 당하는 큰 이유다...

현실은? 다수가 괴롭혀도 좋다고 정한 사람은 맞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은밀하게 정해버린 사회에서는, 존재 자체가 이미 죄다. 그걸 견디고 갚아주라니 말이 될까? 똑같이 민족 차별을 감내하고 살아왔을 그들은 아들을 방관한다. 헤쳐나갈 방법은 스스로의 숙제이기에, 알아서 잘 살아남길 바랄 뿐이었다." 178-179쪽.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은 대부분 영화이고, 가끔 소설, 사진전이나 그림 전시회를 다루고 있기도 하다. 나도 미학 관심자라 항상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예술'은 무엇을 지향해야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 '예술과 도덕' 단원에서는 순수(유미주의) 예술과 사회참여 예술로 구분해 소개하고 있다. 예술이 꼭 아름다워야하느냐는 문제는 칸트 미학에서 말하는 '쾌, 불쾌'와도 연결되는데 예술 작품이 그야말로 예뻐서 감각이 만족할 때만 아름답다고 말할지, 아니면 여기 저자의 말처럼 쾌감을 주는 아름다움 외에 다른 의미를 주는 예술 작품도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미학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는 "마크 로스코전" 평에서 자신은 형체를 명확하게 그린 구상화를 좋아하고 추상화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나는 오토 딕스가 그린 사회참여 메시지를 담은 표현주의 그림이나 마크 로스코 그림 같은 관념적이며 극단적인 추상화를 좋아한다. 사진과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대에는 형체를 똑같이 화폭에 옮기는 일은 얼마간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술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오토 딕스는 사회 속 부조리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딕스는 연민과 표현주의자의 절망을 결합헤 당시 악몽 같은 독일의 현실을 화폭에 담아냈다.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절망하고 분노해야 마땅한 것들에 대한 교묘한 기만을 폭로한다. 무엇보다 전쟁의 참상을 신랄하게 고발한 그의 반전주의는 나치 정권의 분노를 사고 핍박 당하는 이유가 되었다. 히틀러의 전체주의는 최강 독일제국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위대함에 예술 또한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다. 미술은 게르만 민족의 우월적 신화를 아름답게 포장하는 데 동원되었고, 이른바 '나치 미술'이라 일컬어졌다.

새로운 현대 미술의 다양한 사조들은 갑자기 모두 반동이 되었다. 1937년 나치 정부에서 주최한 퇴폐 미술전은 그에 대한 보복이었다... 퇴폐 미술전에 포함되었던 딕스의 그림. 이유는 전쟁을 미화하지 않아서였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보통 미술과 예술을 일컬어 아름다움의 상징처럼 표현하지만 오토 딕스의 작품은 '미술'은 무엇인지를 되묻게 만든다... 현대 미술사조의 한 획을 긋는 딕스의 그림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생각의 강렬함은 미처 보지 못한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이끈다." 231-233쪽.

 

책 제목이기도 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불거진 홍상수, 김민희 관계와 그로 인한 홍상수 가족과의 갈등 기사 때문에 덩달아 주목을 받은 지난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에 대한 감상에 저자가 붙인 제목이다. 개봉 당시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였기 때문에 요즘 sns에서 마녀사냥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안타깝다. 누가 옳다고 판단하기 조심스럽지만 일련의 사태를 통해 일단 홍상수 감독이 정말 리얼하게 영화를 찍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관객들은 확인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 행태는 영화 속 사람들이나 영화 밖 우리나 동일하다. 나는 그 점이 정말 리얼하다고, 그래서 홍상수 감독은 여전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를 기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심지어 같은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진실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은, 고정된 진실은 애초 존재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40쪽.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하는 작가는 감상문 한 편 한 편에 그 작품을 보여주는 그림 한 편씩을 예쁘게 그려서 얹었다. 다시금 그림 잘 그리는 모든 사람이 부러워지는 지점이다. 나도 본 작품("은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블라인드", "빅 아이즈", "불량공주 모모코", "마크 로스코 전")에 대한 평은 특별히 공감했고 보지 않은 영화에 대한 평 중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드는 글들도 있었다. 책을 받자 마자 책장 넘어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평일에는 서평 정리할 여력이 부족해 이제 정리하고 있어서 기록 남겨두고 싶었던 부분을 많이 잊어버려 아쉽다.  

 

제 주력 블로그는 blog.yes24.com/odie42입니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7869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