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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생 100인의 학생부종합전형
양현.이현지 지음 / 다산에듀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나나흰 5기로 넘어갔는데 선택도서로 올라왔기에 인원 제한 간당한 가운데 신청해서 받아보았다. 현직 교사라 안 그래도 학종의 장단점에
대해 주워듣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며 받았고 흥미롭게 읽었다. 다산북스에서 나온 이 책은 학종의 단점을 부각하기보다는 서울대가 70%를
수시(학종 100%)로 뽑는다는 당면한 현실 속에서 정시 수능으로 승부 보기 어려운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방금 학종으로
합격한 서울대 15, 16학번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모든 학생이 같은 구조로 자신의 준비 과정을 소개하고 있는데 3년
고교 생활을 큼직하게 보여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합격 스킬(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등 준비)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 특별히 서울대 입시가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 학교활동 변화를 이끄는 경향이 있고, 그 영향이
중학교, 초등학교까지 내려오기도 하는지라 중3을 전담하고 있는 나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독서였다. 현장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과정에서
나타나는 폐해에 대해서도 말이 많지만 학종이 어떤 학생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알차게 만들어주고 정말 생생하고도 깊이 배우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면이 크다고 생각했다.
좋은교사운동 정병오 선생님께서 자유학기제 세팅 초기에 무려 중1들을 데리고! '소논문 쓰기' 수업을 하셔서 제본하신 책자를 선물로 받았을
때, 중학생도 소논문 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또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사회실천창의상상프로젝트를 모든 학생이 맛볼 수 있도록
바꿔가는 과정에서 장차 학종- 연구 및 소논문 쓰기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때는 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 반영 비율을 수능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까지는 있었지만 학종 제도가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중학교까지 소문이 퍼지지는 않았을
때였다. 우리는 그저 수업과 학교 생활 중에 좀 더 자발적으로 깊이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고 싶었다. 순간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활동이 아니라 좀
어렵고 진지하더라도 그 과정을 참았을 때 결과적으로 크게 배웠다는 뿌듯함이 느껴지는 수업과 평가를 하고 싶었다. 서울대 합격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아래와 같은 결과는 가까운 미래를 잘 살기 위한 핵심 역량을 기르고자 할 때 교육과 배움 방식이 어떻게 변해야할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Q4. 고교 시절 동안 가장 좋았던 활동은?
A 워낙 많은 활동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이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고 말한 서울대
합격생들이 많았다(34%).
스스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연구하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작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과 희열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독서토론, 자율 동아리, 음악 축제, 학생회, 봉사활동, 경시대회, 스터디그룹 등 다양한
활동들이 뒤를 이었다.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이라는 활동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엄청난 주제를 택할 필요도 없다.
관심 있는 작은 주제나 의문점을 정해서 인터넷도 검색하고 관련 도서도 찾아보고 인터뷰와 설문 조사도 해서 그 결과와 의미를 뽑아내면 되는
것이다.
... 소논문을 스펙으로서만 접근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럴듯한 결과물을 얻고 싶은 마음에 사교육의
힘을 빌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서울대 합격생들이 사교육을 이용해 소논문을 작성했다면 고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1위로 '연구
및 소논문 작성'을 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서울대 합격생들이 고교 시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를 시작해 하나씩 찾아보고
알아 가는 과정이 마치 추리 영화에서 실마리를 잡아 풀어 나가는 것처럼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결과물보다 이러한 과정들이 곧 점수라는 점도!" 21-22쪽.
나야 1999년 즈음에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시간이 꽤나 지나긴 했지만 좋은 의미에서 고등학생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곤 한다. 당시
들어가고 싶은 학교에 어렵게 들어갔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주변에 두고 나도 최선을 다했기에 전혀 후회가 없고 대학에 내 실력보다 과분하게 잘
진학했다고 생각한다. 수행평가와 수시가 시작되던 시기였고 이런 저런 교내외에 (눈먼) 대회와 활동들이 많았기에 3년 내내 닥치는 대로 참여했고
글쓰기나 중국어로 대회에서 상을 받는 일이 많았다. 공부 말고도 관현악부 활동도 열심히 참여했고, 좋은 친구들 좋은 선생님들과 즐겁게 지냈다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고등학교 생활이 좋았다고 기억하고 있다. 이 책에서 학종으로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들의 경험담을 듣고 있으려니 내
고등학교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모든 고등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이렇다면 좋을 텐데.
"마음 맞는 선생님, 친구들과 커뮤니티를 만들어
보세요. 함께 즐겁게 이것저것 하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좋은 활동들을 서로 추천해 줄 수도 있고, 함께 특강을 듣거나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습니다. 즐거운 학교생활과 입시 양쪽에 큰 도움이 됩니다." 226쪽.
특히 중학교나 고1 때까지도 학업에 손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정신 차리고 공부에 불이 붙어 공부하는 재미를 느끼고 실력도 급격히 향상되었던
학생들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학종하면 내신과 학교활동 둘 다를 잡아야 해서 바쁘고 압박스럽다, 학종 자료를 만들기 위해 사교육 힘을 빌려야
한다는 오해가 있는데 여기 합격생 대부분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우직하리만치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자율학습 시간에 10회독 복습을 하고
주말에도 혼자 학교에 나와 엉덩이로 공부하는 끈기 있는 학생들이었다. 사교육은 면접 정도에서 힘을 빌렸고, 그나마도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
도움을 받아 준비한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자기소개서 작성 시 사교육 업체 등 어른 도움을 받으면 대학교 뿐만 아니라
당장 담임선생님도 금방 알아챈다고.
"나는 아예 학원을 그만두고 학교에 혼자 남아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했다. 어느새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 NPC'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성적이 계속 올랐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시험 후기를 적으며 분석했고 대책을 세워 약점을 보완했다.
106쪽."
그래서 학종은 이런 면에서 좋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고1 때 진로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아주 큼직하게 분야를 탐색해두고, 2학년 때 좀
더 구체화 시키고, 3학년 때 좀 더 구체화 시키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탐색할 수 있다. 때로 정했던 진로가 180도 바뀌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 마저도 의미 부여를 잘하면 된다. 학교 생활 중 어떤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더 잘 맞을 듯한 학과를 찾는 방식이
고1 때부터 확고하게 진학 학과를 정해두고 3년 내내 거기에 대한 기록만을 모으는 방식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다.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맞는 활동들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학교생활기록부에서 공통점이 드러나고, 분량 제한 있어 짧은 자기소개서 안에 이야기와 맥락을 담아 자신과
고등학교 3년 생활을 의미 있게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 학종으로 점수 높은 학교에 진학하겠다는 욕심으로 스펙을 쌓기 위해 활동 했는지 여부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방금 학종으로 합격한 선배들이 학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대부분 '스펙 때문에 얄팍하게 이것저것 활동하기보다는 좋아하는 활동을 깊이 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즐기세요, 그러다보면 기록이 쌓여요.'라고 말해주고 있어서 좋아보였다. 점수 높은 대학들이 은연 중에 고교등급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도 도는 마당인데, 이 책이 각 학생들을 소개할 때 표로 정리해준 바에 따르면 특목보다 일반계고 출신, 서울 강남이나 목동보다 지역
출신이 더 많아보인다. 정말 학종을 잘 활용하면 대학 입시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까 기대가 되는 순간이었다.
기록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면도 좋았다. 수능이 아니라 학종으로 승부를 봐야만 할 처지에 놓여 있었던 학생들은 일찌감치 진학 방식을 정하고
준비했다. 내신+ 동아리와 창체 활동, 수상, 독서 등 학교생활기록부 각 항목에 대한 활동을 하면서 과정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었다.
달별로 한글 파일에 짧게 메모해두었다가 고3 여름방학 이전에 자기소개서 초고를 잡을 때 활용하기도 하고, 결과물이나 활동 과정을 찍은 사진,
언론 보도 자료들을 잘 모아두기도 했다. 선생님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나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 구체적인 자료로 제시하기도 좋다.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기록에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학종 준비하는 학생들이 그런 성실함까지도 배우고 있다는 점이 좋아보였다.
교사로서는 합격생 대부분이 자기 일처럼 발벗고 도와주셨던 학교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있다는 점 또한 보기 좋았다. 자기 학생 잘 되는 일인데
열심히 도와주지 않는 선생님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목을 가지 못해 좋은 시스템 속에서 준비하지 못한다고 좌절하고 있을 것인가, 지역 일반계에서도
자신이 가진 자원과 환경을 잘 활용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생활해볼 것인가.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일반계고 학생들의 실제 합격 사례들은
희망을 준다. 환경이 비교적 열악하다 하더라도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길을 찾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멀리 보았을 때 삶
전반에서 큰 자산이 될 테다. 2학기 되면 이 책 내용을 우리 중3 학생들에게도 소개해주어야겠다.
실제로 학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매우 도움이 될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내내 안타까웠던 점은 두 가지였다. 제목에도 '서울대
합격생'이 들어 있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서울대' 합격생들 이야기만 나오기에, 아직도 우리에게 좋은 학교= 점수 놓은 학교= 서울대 라는 학벌
의식이 심하게 남아 있구나 싶어 안타까웠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는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법으로
통제해야 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고, 고등학생과 학부모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리고 학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일거수일투족, 본인의 인성과
선생님에 대한 친밀함까지도 기록, 평가 당하며 스펙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겠구나 싶어서 또한 불쌍했다. 물론 여기 나온 학생들은 입을
모아 '학종을 준비한다고 내신을 포기하지 마세요, 내신이 훨씬 중요합니다!! 내신 시험 한 번 망쳤다고 내신을 포기하지 마세요, 떨어졌다가
올라가는 과정도 잘 활용하면 됩니다.'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서울대에 학종으로 갈 정도 학생이면 내신 등급
평점은 거의들 좋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85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