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토크 - TED 공식 프레젠테이션 가이드
크리스 앤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 2016기독교사대회 때 대회 10회 맞이 10대 실천과제 투표를 위해 '수업 전후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기' 20초 홍보를 맡게 되었다. 근 1,800명 앞에서 극히 짧은 시간 동안 밀도 있고도 효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해야했다. 마침 서포터즈 활동을 하고 있던(서포터즈 기간이 끝나자 얄짤 없이 강등 당했다, 옆동네 서포터즈는 희망하는 모두를 연장시켜주어 비교가 되었다) 21세기북스에 이 책 신간 서평단 모집글이 올라와 신청해서 읽고 있던 차였다. 물론 30명 학생 앞에서 매일 수업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는 학생과 좁은 공간에서 활동을 곁들여 하는 수업 상황과는 또 다른 일종의 '대규모 면대면 연설' 상황을 준비하는데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었다.

한국인인 나는 TED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더 익숙하다. TED에 대해서는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자신이 가진 전문 지식을 연설한 영상을 온라인으로 배포한 프로젝트 정도로 알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TED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 프로젝트라는 점, 시작부터 어떤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누구나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좋은 강의(?)를 온라인에서 공유한다, 지식정보사회에 딱딱하고 긴 연설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좀 더 효과적인 방식들을 사용해 나의 관심사를 알린다는 포멧은 다른 흥미로운 볼거리로 가득한 현대에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TED는 '리키'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리처드 솔 워먼과 공동 설립자인 해리 막스가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산업의 컨버전스(convergence: 이종 제품이나 비즈니스 간의 결합)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이론 아래 1984년에 만들었다. 그럴 만했다. 그해는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런칭했고, 소니는 처음으로 컴팩트디스크를 공개했다. 이들 제품 모두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산업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었다. 이 세 분야를 연결하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을 것이다. 기술은 인간 중심의 디자이너와 창의적인 엔터테인먼트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 더욱 큰 매력을 발산하지 않나? 건축가와 디자이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리더들이 기술의 새로운 발전을 이해하면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300-301쪽.

 

알파고 사태를 맞은 2016년에 아래와 같은 저자의 주장은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컴퓨터가 더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들에게 넘겨주고 인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 물론 최근 읽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제3인류"를 보면 가까운 미래에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자살을 선택할 줄 알고 생식을 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는 상황을 상상하고 있기는 하다. 로봇이 정말 인간 같아지기 전까지는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면 되지 않을까. OECD에서 발표한 DeSeCo 프로젝트 결과에서도 저자 주장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를 잘 살기 위해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핵심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 도구를 상호적으로 사용하기

- 이질적인 집단과 상호작용하기

- 자율적으로 행동하기  

이들 주장의 공통점이 TED 철학과 기법에 잘 담겨 있다. TED라는 명칭 자체가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이므로 이들을 잘 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기를 목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임을 알 수 있다. 스스로 TED 듣기를 선택한 청중들은 지금 내 관심사가 아니더라도 일단 다방면 전문가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들어보고 생각지 못했던 지식을 습득하거나 통찰을 얻는다. 프레젠테이션하는 이도 자신의 관심사를 어떻게 연구하고 가공해서 불특정 다수가 이해하기 쉽게 들려줄지 고민하고 성찰한다.  

 

"지식의 가치와 목적은 물론 어떻게 지식을 얻을까에 대한 다양한 추정은, 전체 교육 시스템의 구조를 포함하여 산업화 시대의 잔재다. 산업화 시대에는 성공의 열쇠가 기업이나 학교에서 거대한 전문 지식을 익히면 됐다. 그러다 보니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었다...

지식 경제는 그와 다른 것을 요구했다. 전문화된 지식은 전통적으로 인간의 영역이었지만 컴퓨터에 의해 잠식당하는 일이 늘었다. 석유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방대한 양의 지질학 데이터를 이용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패턴을 분석해 찾는다. 이제는 뛰어난 토목공학자가 새로 건축된 건물의 압력과 긴장을 수동으로 계산할 필요 없이 컴퓨터가 대신하고 있다...

이쯤 되자 사람들은 우울했다. '기계가 모든 전문 분야에서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왔다.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그 해답이 꽤 솔깃하다.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사람다워야 한다. 일하거나 배우는 법에서도 사람다워야 한다. 지식을 공유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다르다. 거의 모든 것이 자동화되거나 전산화될 것이다. 이제는 만족스러운 삶을 위한 풍부한 경로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혁신, 창의, 인간 고유의 가치)

이들 중 어떤 것이라도 사실로 입증되면 산업화 시대와는 전혀 다른 학습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어떤 전문 지식도 필요에 따라 즉각 활용할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해보자. 스마트폰이 있다면 당신이 사는 세계는 이미 꽤 그와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세대는 확실히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전문적인 지식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다음을 고려해야 한다.

- 맥락에서의 지식

- 창의적인 지식

- 인간성에 대한 더 깊은 이해" 306-309쪽.

저자는 이와 더불어 이제는 학교 교육과정에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방법 배우기도 꼭 넣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는데 교사로서 공감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도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사람과 나눌 수록 의미가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말한다. 글쓰기와 효과적인 발표 기술은 그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필요하다고.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라 임기응변도 떨어지고 달변도 아니기 때문에 1,800명 앞에서 말해야한다는 상황 자체가 매우 큰 압박이었다. 기독교인 교사 집단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성별과 연령, 학교급과 관심사가 매우 다양하리라 예상했다. 이 책에서 내가 받을 수 있는 기술을 받아 썼다. 책에서는 TED 강의 시 꼭 말 잘하는 사람이 쇼맨십을 발휘해 즉흥적으로 웃긴 프레젠테이션 하기를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TED를 기획하면서 많은 발표자들이 겪는 준비과정, 시행착오, 성공 사례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아왔다. 말 잘하는 능력에 기댄 발표자보다는 자신이 정말 관심 있고 열정 있는 분야에 대해 확실히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어떻게 말해야할지 엄청 많이 준비하고 대본을 가공하고 준비한 발표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러한 조언에 따라 '수업 전후 쉬는 시간에 교실에 있기'가 누구를 돕는 실천 내용인지, 실천 내용과 결과, 동기부여를 20초 안에 (우겨)넣을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하고 시간이 넘칠 때마다 문장을 정제했다. 스톱워치를 켜고 계속 읽어보아 익숙하게 만들었다. 무대에서 마음은 떨렸지만 컨닝페이퍼를 들고 올라가 말해야할 내용을 빠뜨리지 않고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저자도 강조했듯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발표 내용에 있어서 내 자신이 그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이고 그러한 열정은 청중에게 전달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방학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여유 있을 때 TED나 세바시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짧은 발표 영상들을 찾아보고 싶어졌다. 참, 저자가 중간 중간 아버지가 선교사였고 본인은 철학을 공부했으며 TED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게 된 과정을 이야기로 들려주는데 꽤나 재미있었다. 오타와 가끔 튀어나오는 어색한 문장은 다소 아쉬웠다. 

 

 

원문 출처: http://blog.yes24.com/document/886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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