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 - 나는 어떻게 1등 프랜차이즈를 만드는가
강훈 지음 / 다산3.0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벼운 문체로 쓴 자기계발서 느낌인 이 책을 진작에 다 읽었는데 평일에는 여유 두고 집중해서 정리할 여력이 없어서 이제야 정리한다(사실 다산북스 나나흰3기 미션도서로 선물 받은 책이다. 오늘이 서평 기한 마지막날이라 마음이 촉박하다). 일찍이 신세계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아마도 계열사일)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올 때 관여했다가 IMF 때문에 주춤할 때 회사를 나와 할리스를 창업하면서 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고 한다. 할리스가 한국 브랜드였다거나 그가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우리가 '바퀴베네'라고도 부르는, 한동안 여기서 커피를 마신다는 건 한예슬, 송승헌의 월급을 주는 일과 같다는 말이 떠돌았던(하지만 커피 맛으로 승부 보는 카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말그대로 '프랜차이즈' 그 카페베네를 만든 커피왕을 만든 사람.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아해서 한 편도 빠짐없이 보았던 시트콤 "하이킥" 배경으로 자주 노출되었었기에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은, 그와 동시에 스타를 많이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프랜차이즈라 PPL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으니 두 가지 배움과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1. 배움1: 혁신의 시작은 리더가 구성원을 믿는데에서 시작

""내가 언제 우리 메뉴를 미리 맛보고 평가한 적이 있었나? 22종이나 개발하느라 수고했네. 그대로 진행하게."

나는 직원이 개발한 메뉴를 미리 먹어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먹어봐야 맛 전문가도 아니고 이게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특별히 내가 아이디어를 낸 메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직원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나중에 서류상으로 보고만 받는다. 이것이 바로 다른 업체와의 차이점이다. 다른 업체에서는 나이 지긋한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모여 신 메뉴 품평회를 연다. 나는 내 입맛이 오히려 새 메뉴 품평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비생산적인 일은 지양한다. 다른 회사에 있다가 우리 회사로 이직한 직원들은 처음엔 이러한 방침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신 메뉴 결재를 대표가 맛도 안 보고 통과시키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입맛에 맞추면 뭐합니까. 주요 고객층 입맛에 맞춰야죠."...

나는 '우리는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말을 강조해왔다..." 94-95쪽.

혁신학교 4년차인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리더의 가치관에 따라 학교의 혁신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절감하며 2년을 보내고 있다. 자발적, 적극적인 혁신의 걸림돌은 교육부(그나마 요즘 경기도교육청과 그 산하에 있는 교육지원청은 좀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와 관리자가 구성원을 불신하는데서 시작한다. 권한 위임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감시와 통제가 이어지면 구성원은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검열을 한다. 잘되면 본전이고 잘못되면 욕 먹을 혁신 시도는 되도록 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다. 관료주의로 돌아가는 공무원 사회의 폐해다. 요즘 교육청 혁신 운동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 학교나 교육과 전혀 관계가 없는 책이지만 가장 트렌디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리더가 이런 방법론으로 혁신을 실천해 성공하고 있다니 교육 혁신 운동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아랫 사람이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윗선의 관행과 싸우며 자발적인 혁신을 밀어붙이는 일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역시 학교와 교육계 전반의 시스템을 만지려면 리더의 마인드와 구성원을 섬기는 방법에 있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리더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정작 배울 학생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전혀 묻지 않고 '상급기관'에서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짜서 내려보내고 똑같이 가르치는지 감시하는 일을 '평가'라고 부르고 있으니 아무리 단위학교에서 혁신을 하려고 노력해도 자주 한계에 부딪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참으로 대인배 리더다. 혁신에 성공할 만하다.

 

2. 배움2: 근본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라

"망고식스 창업 초창기에는 매주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면서 40분 정도는 프랜차이즈 교육을 하고, 15분 정도는 동영상 강의 자료를 함께 보았다. 때로는 책 한 권을 선정해 직원들과 둘러앉아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당시 마케팅 이사로 입사한 직원은 망고식스에 첫 출근을 해서 가장 인상적이엇던 장면이 바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첫 회의라고 해서 긴장하고 들어왔는데 사장이라는 사람이 책을 펼치고 앉아서는 줄까지 그어가며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더라는 것이었다. 회사가 학원도 아니고 무슨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에는 함께 책을 읽고 학원처럼 쪽지시험도 보고 그랬다. 내 나름대로는 회사의 마인드와 문화를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200-201쪽. 

어떤 공동체가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와 길게 보아 성공하려면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을 배우는 사람으로 세워야 한다. 또한 (전체주의적 폭력으로 가지 않는 선에서)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관을 세우고 공유해서 함께 실천해야 한다. 커피왕은 구성원을 공부시키면서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망고식스라는 회사를 이렇게 세워왔구나 싶어 멋있었고 그러한 방향성에 매우 공감했다. 학교에서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니 한 사람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올해에는 교사 대상 학교안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세우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작년에 이어 교사자율동아리 책사랑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서인지 저자가 하는 일들이 매우 가치 있어보인다.  

 

3. 의문: 혁신할 때 가치관이란, 커피왕vsPPL(L사 기업경영 가치관과 비교)

"이런 전략을 구사할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병문졸속', 즉 '하면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병문졸속이란 "손자병법" 작전편에 나오는 말로 '전쟁은 졸렬해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달린 급박한 전쟁 상황에서는 이것저것 재고 따질 시간이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전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망고식스가 지금껏 꾸준히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병문졸속' 정신이 큰 몫을 했다." 177쪽.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잠시 엄마가 보고 있던 일일드라마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PPL이 어찌나 공격적인지 여주가 일하는 곳이 카페이고 신메뉴를 개발했다면서 빙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카페를 배경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TV에서 PPL이 안 들어간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간접광고가 대중화되었다. 합법적인 PPL을 하기 위해 얼마가 드는지 읽고 깜짝 놀랐다. 오래 전 무의식을 이용한 광고 중 영화관에서 상영 시작 전 의식이 지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 빠르게 지나가도록 콜라와 팝콘 영상을 삽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PPL 역시 (바보상자라 불리는) TV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그 프로그램에 호의적인 시청자들에게 우리 브랜드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 하고 그 상품을 써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 무의식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 제목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가 가리키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저자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전략이 PPL이다. 나도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즐겨보았기에 망고식스가 드라마 내에서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 기억한다. PPL이 너무 노골적으로 자주 등장하면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되어 당시 '망고식스에 가보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병문졸속'이란 그 어떤 전략이든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자는 가치관을 담고 있지 않은가. 

비슷한 맥락에서 새 브랜드를 론칭할 때 트렌드 세터가 즐겨 찾는 지점이라면 땅값이나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공격적으로 가까운 곳들에 몇 개의 지점을 내는 방식 역시 질 좋은 상품 자체로 승부한다거나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경험해보게 하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저돌적이고 약삭빠른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카페베네가 성공했고 망고식스도 많은 사람에게 이미지를 잘 각인시켰으니 저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치관과 방법론을 예찬하고 싶을 만도 하지만 나는 도덕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그런지 기업의 생태계는 정직이나 성실을 따라가기에는 엄청 매우 경쟁이 치열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 씁쓸했다. 지금 중학생들이 사는 한국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이북으로 한국 토종 브랜드 L사 창업 이야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303648 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꽤나 착한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장을 공격적으로 열 여력도 없으니 골목 구석 주택을 개조한 작은 공간에 매장을 만든다거나 점주를 소중히 여기며 착취하지 않거나 일회용품 폐해를 막기 위해 종이컵에 예쁜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착한 기업 가치관들 덕분에, L사가 가까이 있기만 하다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는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다. 아무튼 어떤 기업의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출간하면 그 책 한 권을 다 읽은 독자는 그 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니 홍보에도 효과가 있겠구나 싶어지는 독서 경험이었다.

 

 

 

 망고식스 망고빙수는 아니지만...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 시원하게 먹었다~ 우유 눈꽃 빙수는 정말 신세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검찰 측 죄인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여름 휴가, 방학이 오면 초성수기에 관광지에서 사람에 치이기 싫고 집에서 시원하게 독서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각종 책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스릴러 소설이 그러한지라 하루키 소설 밖에 읽지 않는 나에게 요즘 소설이 세 권이나 제 발로 찾아왔다. 그 중 한 권인 이 소설은 범죄가 밝혀지는 과정을 다룬 스릴러이다. 요즘 묘하게 영화 "소수의견" http://blog.yes24.com/document/8094701 이나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처럼 검사나 변호사들이 나오는 작품들을 종종 만난다. 이 소설까지 읽고 있으려니 우리 반 공부 잘하고 냉철한 학생에게 검사가 되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정의'로운 검사가. 솔직히 말하면 5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쪼개 끊어 읽다보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읽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소설 특성 상 시간과 마음이 여유로울 때 몰입해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 정의란 무엇인가?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 범인을 찾아낸 현직 검사는 법을 이용해 그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현 사건의 진짜 범죄자는 자신의 손으로 처단한다. 예전에는 범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범인임을 부인하는 이 사건에서만큼은 피고는 원통한 피해자가 된다. 여기 나오는 검사들은 심정적으로 모가미를 이해한다는 발언을 한다. 사적으로 친하던 소녀를 살해한 범인을 찾았는데, 자신이 현직 검사라서 동원할 수 있는 역량이 많다. 법을 다루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꼭 법으로 복수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는 공소시효의 헛점 때문에 자신의 죗값을 치르지 않고도 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오키타 말대로 어차피 현재 범인을 처단할 수 있다면 직접 예전 범인을 죽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모가미는 자신의 검사 생활을 걸고 굳이 어려운 방식으로 마쓰쿠라에게 복수하려고 한다. 결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스포일러가 될까봐 적지 않겠다. 적어도 이제 막 검사가 된 오키타에게는 정의란 무엇인지, 자신이 어떻게 하는 게 정의에 부합하는 방향이었는지 엄청 매우 고민이 되었을 듯하다. 읽고 있는 독자도 그리 명쾌하게 답변하기는 쉽지 않을 테다.   

 

21세기북스서포터즈로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이다. 책 발전을 위해 오타 적어두니 출판사는 참고하기 바란다. 주로 한 사람이 한 긴 대사를 따옴표로 끊은 오기가 많았다.

1. 따옴표 오기: 219쪽, 220쪽, 239쪽, 243쪽, 305쪽, 307쪽, 309쪽, 355쪽, 357쪽, 546쪽

2. 118쪽: 담담-> 담당

3. 372쪽: 유키오카-> 유미오카

4. 385쪽: 갔는걸-> 갔는 걸

519쪽: 없을걸-> 없을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미노 공부법 - 한 문제를 이해하면 백 문제가 ‘와르르’ 풀리는 가장 단순한 공부 원리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받아서 공감하며 다 읽은지 며칠 지났는데 주말에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서평 쓰기를 미루어두었다. 다산북스 서포터즈 나나흰 3기라 출간 전 가제본한 책을 먼저 받았다. 아직 표지 없고 오타 있는 책을 읽노라니 관계자가 된 양, 초판 저자 친필 사인본을 받은 양 특별한 독서를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었다. 학업에 관한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기에 중2 때까지는 수업 시간에만 열심히 듣고 시험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시험 기간에 암기 과목 정도 약간 공부했다. 중2 마치고 중국에서 학교를 다녀보니 한글로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았고, 그 맘 때 동네에 생긴 기독교사립(지금은 자사고가 되어 실력이 어마어마한 후배들이 오고 있다)에 꼭 진학하고 싶어져 중3 복학 이후부터는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합고사를 준비했다. 그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해 200명이 떨어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을 만큼 우리 학교는 갑자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가 되었다. 역시 사교육을 받을 여력도 의지도 없어서 혼자 꿋꿋이 공부했다. 공부만 생각하면 되는 고3 때가 좋았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교사이다.

 

"1. 중학교 때 공부를 못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공부를 못하는 학생

2.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

3. 중학교 때 공부를 못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4.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공부를 잘하는 학생" 19쪽.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3번 혹은 4번 유형 학생이다. 이 책에서 지적한 공부 잘하는 방법이나 사교육의 폐해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맥락 때문이다. 평소 불안 파는 장사인 사교육, 선행학습의 폐해를 항상 지켜보고 있기에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써 있다. 반가운 책이다. 나는 재미있게 다 읽었으니 학원에 중독된 우리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학급 문고에 비치해야겠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뒷부분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과목별로 공부 잘하는 방법을 공개한다. 간단하고 당연해보이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날림으로 지은 건물이 언젠가 허무하게 무너지듯 이 책에 써 있는 내용을 무시한 채 피로하게 '투입'량만 늘려봐야 대비 '산출'량은 만족스럽지 못할 테다. 왜 어려서부터 조기교육, 사교육 선행학습을 하는데 학교급이 높아질 수록 공부를 못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고도 적절한 비유가 실려 있어 다소 길지만 옮겨보았다.

"* 달리기의 비유

"나는 트레이너입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스타트 라인엔서 출발할 때 남들보다 한발 먼저 출발할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한발 먼저 출발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당신이 약간의 훈련 비용만 지불한다면 그 비법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참으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한 선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남들 몰래 그 트레이너에게 특별 훈련을 받은 후 경기에 임했다. 훈련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출발할 수 있었기에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선수를 눈여겨본 다른 선수가 비밀을 알아차렸다. 그 선수 역시 트레이너를 찾아갔다. "훈련 비용을 지불할 테니 나에게도 비법을 알려주세요."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흐르자 이 비법은 더 잇아 비법이 아니게 되었다. 달리기 선수들에게 그 비법은 트레이너에게 돈만 지불하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국 상황은 그 비법이 등장하기 이전과 똑같아졌다. 모두 다 비법을 알게 되었으니 어느 누구도 비법을 알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전과 같아진 것이 아니라 더 나쁘게 된 셈이다. 왜냐하면 각 선수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돈이 모두 트레이너의 주머니로 공간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트레이너에게서 훈련 받기를 그치게 되면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도 훈련을 받지 않을 때는 모두 동일한 입장이었다. 특별히 혼자만 불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두 훈련을 받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훈련을 받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는 트레이너를 찾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이 선수는 출발점에서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나가는 것보다 달리기 그 자체에 더 관심을 두었다. 그래서 근력과 지구력 등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고 남들이 출발 비법을 익히는 동안 묵묵히 트랙을 돌았다. 조금씩 기록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달리기 그 자체의 즐거움과 묘미를 터특해 갔다.

... 100미터 지점에 도착하자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100미터 단거리 경주인 줄 알고 달려온 경기가 사실은 10,000미터 장거리 경주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몇 명은 100미터 지점에서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치고 나가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자신이 달려야 할 경주가 장거리 경주라는 사실마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66-67쪽.

초등학교 때 고등학생 용 수학의 정석을 미리 공부하면 수학을 수준 높게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 들겠지만, 앞 내용을 꼭꼭 씹어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암기하듯이 공부했기에 제대로 소화하기가 불가능하다. 나는 임고 공부할 때 초등학생은 구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중학교 고학년이 되어야 '왜?'라고 물어볼 수 있는 능력과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배웠다. 트레이너가 훈련 방법을 다 떠먹여준 선수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이기며 훈련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게다가 이 이야기 마지막 부분처럼 공부는 자기 스스로 평생을 해나가야 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빨리 끌어 썼기에 너무 어렸을 때 금방 지치고 질려서 오래 잘 달릴 지구력과 체력이 없다.

 

* 독서

미안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촉과 진득하게 의자에 앉아 머리로 사투하는 능력과 인내력이 없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성적이 안나오는 안쓰러운 학생은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고 10년 간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그나마도 취업이 어렵다며 초, 중, 고 때 공부를 잘(사실은 시험 성적이 좋아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매달 학원에 갖다 버리는 2, 30만원보다 책 한 권 사는데 투자하는 적은 돈이 훨씬 큰 의미를 줄 듯하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문해력' 갖추기가 문제를 잘 풀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에 십분 공감한다. 시험 문제는 한글로 써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출제 의도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면 학습 내용을 알아도 문제를 맞힐 수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없이 못 사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은 "책 읽어라,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 이미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있었고, 돌아보면 그렇게 쌓은 배경 지식 덕분에 '찍력'이 괜찮았다. 내가 부모라면 사교육 시킬 시간에 책을 읽히겠다. 독서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에 멀리 보았을 때 확실히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드미트리님이 해주신 예스이십사 채널예스 독자 인터뷰 중: http://ch.yes24.com/Article/View/24227

 

* 사교육(선행) 폐해

단순히 공부를 안하는 일 만큼이나 사교육은 폐해가 크다. 메가스터디에서 많은 학생을 만나면서 저자 역시 사교육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갈고 닦은 학생이 결국은 공부를 잘하게 되는 사례를 무수히 보았던 듯하다. 저자가 많은 분량을 할애해 조목조목 분석하듯 사교육 시스템은 평소 선행학습+ 시험기간 내신 관리 문제 풀이로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무한 반복하면서 학생은 여기 의지하며 중독된다. 실제로 우리 반에도 학원을 끊고 자기주도학습을 해보려다가 내신 성적이 뚝 떨어지자 겁을 먹고 다시 얼른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타까운 일이다. 초, 중학생 때 학원에 중독되면 더 수준 높고 많은 양을 공부해야하는 고등학교 때는 스스로 공부할 힘이 없어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당장 눈 앞의 불안감 때문에 학원을 끊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요즘 같이 시험을 앞둔 기간만 오면 밤 10시, 11시까지 학원에서 내신 관리를 받느라 정작 학교에서는 눈 밑이 퀭한 채로 지쳐 졸고 있는 학생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저자 표현에 의하면 엄청난 투입량에 비해 산출이 너무 적다. 비효율적이다.

스타 연예인 공부 비법(이 비법들을 살펴보면 '수업 시간에 집중했다'는 말이 항상 나온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23085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저자가 논리를 좋아하는 분이라 그런지 분석이 논리적이어서 설득력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중학생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은 3, 4번 유형이 읽기에는 공감 되면서도 자칫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공부 못하는 사람은 원인과 대안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을 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어른들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순간 위안을 삼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없다는 점과 비슷할 테다. 가제본 판을 읽다보니 아직 책을 다듬고 있는 중이라 오타가 보였는데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도 글이나 책에 관한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곧 출간될 때는 책 잘 만드는 다산북스에서 완성도 있고 깔끔하게 만들어 내놓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단보다도 먼저 받아본, 아직 표지도 만들지 않은 책을 받는 경험이 특별했다. 나나흰 3기 선정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나에게 온 책이라 ‘잘 읽고 잘 써야지’라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렵고 깊이 있는 인문 서적이 올까 싶었는데 의외로 흥미진진한 소설이 와서 신기했다. 오랜만에 하루키나 베르베르 소설이 아닌 모르는 신인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기 재미있었다.

 

 * 원칙주의

책은 ‘오베라는 남자(현재 이야기)’와 ‘오베였던 남자(과거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트위터에서 흔한 이야기인 ‘어버이 연합’ 같은 분들의 ‘노인’다운 완고함을 오베에게서 발견하면서 ‘그분들은 역시 세계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이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어 나가다 보면 오베가 노인이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남자 같았던,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고 고집스러우리만큼 도덕적이며 성실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도 했고 평생 동안 거쳐온 숱한 경험들은 오베라는 남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베 스스로는 정직하게 살고자 하나 주변에서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인생사는 새옹지마라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따랐다. 어떤 면에서는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에 대해서는 싸움을 불사할 만큼 고집을 부리고 원칙‘주의’적으로 말하고 사는 모습들을 보며 공감했다. 플롯을 치밀하게 구성하면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가는 이 스웨덴 신인 작가는 적은 인구가 사는 그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 만큼 이 책을 꽤나 많이 팔았다고 한다.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 정말 죽고 싶었던 거 맞아??+ 관계(아내 소냐, 세 살배기 아이를 비롯한 이웃들)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과연 그가 ‘거사를 치를 것인가’ 여부에 있다. 그는 이 일을 매우 초반부터 시도하는데 ‘분량이 아직 많이 남은 걸 보니 꽤나 오래 살겠군’ 싶었다. 뒤로 갈수록 ‘정말 죽고 싶었던 거 맞아??’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 6시 15분에 일어나 마을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성가신 외국인 이웃이나 다른 이웃들, 고양이를 의도치 않게 도와주는 모습 속에서 오베라는 남자가 가진 ‘츤데레’ 같은 모습을 발견한다. 매사에 소리치고 화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웅이자 착한 사람인 그의 모습을 말이다. 그가 그런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온 평생 최고의 선물 아내 소냐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오베는 사랑하는 소냐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본인이 참고 맞춰주었던 낭만주의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외국인 여자의 세 살배기 아이에게 모질게 굴지 못하는 이유도 책 후반으로 갈수록 납득이 된다. 이 책이 가진 재미는 그런 이유들을 찾아나가는데 있었다. 한 사람을 살리는 수많은 관계들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훈훈해지고 웃음이 났다. 최근 가정 단원에 이어 노인공경을 가르치고 있는지라 적용이 잘 되었다. 남녀노소는 서로 모여야 함께 행복하게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최근 유행하듯 함께 밥을 먹고(tvN의 “식샤를 합시다” 1인가구들이나 MBC “나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처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말이다.

* 손으로 움직이는 세계 vs 추상적인 세계(문학작품, IT 산업 등)

독자가 오베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난무하는 이 추상적인 세계에서 ‘손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정직하게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베는 과학주의에 빠진 근대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간다. 세상을 치유하듯 기계를 수리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 어그러진 세상, 서로를 속이는 세상을 정직하게 바로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오베는 이웃에 사는 IT컨설턴트나 아이폰 어플 개발자를 무시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가치관은 책 초반에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를 보고 화내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나 역시도 구체적이지 못한 인간이고 직관과 촉으로 움직이기 편한 성향이라(MBTI로 치면 INTJ, 그래서 항상 S들이 부럽다) 내가 갖지 못한 면을 많이 가진 오베가 멋있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잘하는(요리를 잘하거나 집을 짓거나 기계를 고치거나 등등) 남자가 이상형이다. 책을 좋아하는 예비교사 소냐 아가씨도 오베였던 남자가 그래서 멋있어보였을까.

* 하루키 소설

오랜만에 읽는 소설, 모르는 신인 작가 소설인데도 큰 이질감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하루키스러운’ 문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오베라는 남자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특징 하나 하나를 반복해서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움직임이나 눈빛에 의미부여를 하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또 이를 테면 오베와 외국인 이웃 부부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재앙 수준으로 운전을 못하는 IT컨설턴트 남편을 두고 오베와 외국인 아내가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어떤 작가의 골수팬이 되는 과정은 어쩌면 이렇게 우연하고도 사소하며 의도하지 않았던 계기를 통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나열한 재미들로 인해 현지에서 잘 팔린 이 스웨덴 신인 작가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잘 되어 다음 소설도 번역 출간되면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