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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공부법 - 한 문제를 이해하면 백 문제가 ‘와르르’ 풀리는 가장 단순한 공부 원리
권종철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평점 :
받아서 공감하며 다 읽은지 며칠 지났는데 주말에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서평 쓰기를 미루어두었다. 다산북스 서포터즈 나나흰 3기라 출간 전
가제본한 책을 먼저 받았다. 아직 표지 없고 오타 있는 책을 읽노라니 관계자가 된 양, 초판 저자 친필 사인본을 받은 양 특별한 독서를 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공부를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이었다. 학업에 관한 사교육은 받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기에 중2 때까지는 수업 시간에만
열심히 듣고 시험 공부를 그리 열심히 하지 않았다. 시험 기간에 암기 과목 정도 약간 공부했다. 중2 마치고 중국에서 학교를 다녀보니 한글로
공부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았고, 그 맘 때 동네에 생긴 기독교사립(지금은 자사고가 되어 실력이 어마어마한 후배들이 오고 있다)에
꼭 진학하고 싶어져 중3 복학 이후부터는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연합고사를 준비했다. 그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해 200명이 떨어졌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을 만큼 우리 학교는 갑자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교가 되었다. 역시 사교육을 받을 여력도
의지도 없어서 혼자 꿋꿋이 공부했다. 공부만 생각하면 되는 고3 때가 좋았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교사이다.
"1. 중학교 때 공부를 못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공부를 못하는 학생
2.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
3. 중학교 때 공부를 못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
4.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고 고등학교에서도 계속 공부를 잘하는 학생" 19쪽.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나는 3번 혹은 4번 유형 학생이다. 이 책에서 지적한 공부 잘하는 방법이나 사교육의 폐해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위와 같은 맥락 때문이다. 평소 불안 파는 장사인 사교육, 선행학습의 폐해를 항상 지켜보고 있기에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이 이 책에 써 있다. 반가운 책이다. 나는 재미있게 다 읽었으니 학원에 중독된 우리반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학급
문고에 비치해야겠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서는 공부를 못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뒷부분에서는 고등학교에서 과목별로 공부 잘하는 방법을 공개한다. 간단하고
당연해보이지만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날림으로 지은 건물이 언젠가 허무하게 무너지듯 이 책에 써 있는 내용을 무시한 채 피로하게 '투입'량만
늘려봐야 대비 '산출'량은 만족스럽지 못할 테다. 왜 어려서부터 조기교육, 사교육 선행학습을 하는데 학교급이 높아질 수록 공부를 못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고도 적절한 비유가 실려 있어 다소 길지만 옮겨보았다.
"* 달리기의 비유
"나는 트레이너입니다. 나에게는 당신이 스타트 라인엔서 출발할 때 남들보다 한발 먼저 출발할 수 있는
비법이 있습니다. 한발 먼저 출발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한데 당신이 약간의 훈련 비용만 지불한다면 그 비법을 알려 줄 수
있습니다."
참으로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한 선수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남들 몰래 그 트레이너에게 특별 훈련을
받은 후 경기에 임했다. 훈련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출발할 수 있었기에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얻었다. 그 선수를 눈여겨본
다른 선수가 비밀을 알아차렸다. 그 선수 역시 트레이너를 찾아갔다. "훈련 비용을 지불할 테니 나에게도 비법을 알려주세요."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시간이 흐르자 이 비법은 더 잇아 비법이 아니게 되었다. 달리기 선수들에게 그 비법은 트레이너에게 돈만
지불하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는 것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국 상황은 그 비법이 등장하기 이전과 똑같아졌다. 모두 다 비법을 알게 되었으니
어느 누구도 비법을 알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전과 같아진 것이 아니라 더 나쁘게 된 셈이다.
왜냐하면 각 선수들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돈이 모두 트레이너의 주머니로 공간 이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트레이너에게서 훈련 받기를 그치게 되면 그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이다. 아무도 훈련을 받지 않을 때는 모두 동일한 입장이었다. 특별히 혼자만 불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모두 훈련을 받고 있는데 자기 혼자만 훈련을 받지 않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대부분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다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는 트레이너를
찾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다. 이 선수는 출발점에서 남들보다 조금 앞서 나가는 것보다 달리기 그 자체에 더 관심을 두었다. 그래서 근력과 지구력
등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고 남들이 출발 비법을 익히는 동안 묵묵히 트랙을 돌았다. 조금씩 기록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달리기
그 자체의 즐거움과 묘미를 터특해 갔다.
... 100미터 지점에 도착하자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100미터 단거리 경주인 줄 알고
달려온 경기가 사실은 10,000미터 장거리 경주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몇 명은 100미터 지점에서 털썩 자리에 주저앉으며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치고 나가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겼기 때문에 자신이 달려야 할 경주가 장거리 경주라는 사실마저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66-67쪽.
초등학교 때 고등학생 용 수학의 정석을 미리 공부하면 수학을 수준 높게 이해하고 있는 느낌이 들겠지만, 앞 내용을 꼭꼭 씹어 이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내용을 암기하듯이 공부했기에 제대로 소화하기가 불가능하다. 나는 임고 공부할 때 초등학생은 구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중학교 고학년이 되어야 '왜?'라고 물어볼 수 있는 능력과 추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배웠다. 트레이너가
훈련 방법을 다 떠먹여준 선수는 자기 스스로 자신을 이기며 훈련하는 법을 잊어버린다. 게다가 이 이야기 마지막 부분처럼 공부는 자기 스스로
평생을 해나가야 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빨리 끌어 썼기에 너무 어렸을 때 금방 지치고 질려서 오래 잘 달릴 지구력과 체력이 없다.
* 독서
미안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아는 촉과 진득하게 의자에 앉아 머리로 사투하는 능력과 인내력이 없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이상하게 성적이
안나오는 안쓰러운 학생은 공부에 소질이 없다고 볼 수 있겠다고 10년 간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대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그나마도 취업이 어렵다며 초, 중, 고 때 공부를 잘(사실은 시험 성적이 좋아야)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매달
학원에 갖다 버리는 2, 30만원보다 책 한 권 사는데 투자하는 적은 돈이 훨씬 큰 의미를 줄 듯하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문해력' 갖추기가 문제를 잘 풀기 위한 핵심 역량이라는 사실에 십분 공감한다. 시험 문제는 한글로 써 있기 때문이다.
일단 출제 의도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면 학습 내용을 알아도 문제를 맞힐 수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책 없이 못 사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은
"책 읽어라,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하신 적이 없다. 이미 틈만 나면 책을 읽고 있었고, 돌아보면 그렇게 쌓은 배경 지식 덕분에
'찍력'이 괜찮았다. 내가 부모라면 사교육 시킬 시간에 책을 읽히겠다. 독서는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에 멀리 보았을
때 확실히 공부 잘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드미트리님이 해주신 예스이십사 채널예스 독자 인터뷰 중: http://ch.yes24.com/Article/View/24227
* 사교육(선행) 폐해
단순히 공부를 안하는 일 만큼이나 사교육은 폐해가 크다. 메가스터디에서 많은 학생을 만나면서 저자 역시 사교육의 폐해를 뼈저리게 느꼈고,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갈고 닦은 학생이 결국은 공부를 잘하게 되는 사례를 무수히 보았던 듯하다. 저자가 많은 분량을 할애해 조목조목 분석하듯 사교육
시스템은 평소 선행학습+ 시험기간 내신 관리 문제 풀이로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무한 반복하면서 학생은 여기 의지하며 중독된다. 실제로 우리
반에도 학원을 끊고 자기주도학습을 해보려다가 내신 성적이 뚝 떨어지자 겁을 먹고 다시 얼른 학원에 다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안타까운 일이다.
초, 중학생 때 학원에 중독되면 더 수준 높고 많은 양을 공부해야하는 고등학교 때는 스스로 공부할 힘이 없어 당연히 성적이 안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당장 눈 앞의 불안감 때문에 학원을 끊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요즘 같이 시험을 앞둔 기간만 오면 밤 10시,
11시까지 학원에서 내신 관리를 받느라 정작 학교에서는 눈 밑이 퀭한 채로 지쳐 졸고 있는 학생들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저자
표현에 의하면 엄청난 투입량에 비해 산출이 너무 적다. 비효율적이다.
스타 연예인 공부 비법(이 비법들을 살펴보면 '수업 시간에 집중했다'는 말이 항상 나온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23085
이 책이 가진 미덕은 저자가 논리를 좋아하는 분이라 그런지 분석이 논리적이어서 설득력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중학생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나 같은 3, 4번 유형이 읽기에는 공감 되면서도 자칫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공부
못하는 사람은 원인과 대안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을 못하고 있을 뿐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어른들이 자기계발서를 읽는 순간
위안을 삼지만 실천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달라지는 부분이 없다는 점과 비슷할 테다. 가제본 판을 읽다보니 아직 책을 다듬고 있는 중이라 오타가
보였는데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도 글이나 책에 관한 일을 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곧 출간될 때는 책 잘 만드는 다산북스에서 완성도
있고 깔끔하게 만들어 내놓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