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문체로 쓴 자기계발서 느낌인 이 책을 진작에 다 읽었는데 평일에는 여유 두고 집중해서 정리할 여력이 없어서 이제야 정리한다(사실
다산북스 나나흰3기 미션도서로 선물 받은 책이다. 오늘이 서평 기한 마지막날이라 마음이 촉박하다). 일찍이 신세계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아마도
계열사일) 스타벅스를 한국에 들여올 때 관여했다가 IMF 때문에 주춤할 때 회사를 나와 할리스를 창업하면서 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고 한다. 할리스가 한국 브랜드였다거나 그가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우리가 '바퀴베네'라고도 부르는, 한동안
여기서 커피를 마신다는 건 한예슬, 송승헌의 월급을 주는 일과 같다는 말이 떠돌았던(하지만 커피 맛으로 승부 보는 카페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말그대로 '프랜차이즈' 그 카페베네를 만든 커피왕을 만든 사람. 그래도 나는 너무 좋아해서 한 편도 빠짐없이 보았던 시트콤 "하이킥" 배경으로
자주 노출되었었기에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은, 그와 동시에 스타를 많이 보유한 엔터테인먼트 싸이더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프랜차이즈라 PPL를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다 읽으니 두 가지 배움과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1. 배움1: 혁신의 시작은 리더가 구성원을 믿는데에서
시작
""내가 언제 우리 메뉴를 미리 맛보고 평가한 적이 있었나? 22종이나 개발하느라 수고했네. 그대로
진행하게."
나는 직원이 개발한 메뉴를 미리 먹어보고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먹어봐야 맛 전문가도 아니고 이게
소비자가 좋아하는 맛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특별히 내가 아이디어를 낸 메뉴가 아닌 이상 대부분은 직원에게 다 알아서
하라고 맡기고 나중에 서류상으로 보고만 받는다. 이것이 바로 다른 업체와의 차이점이다. 다른 업체에서는 나이 지긋한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모여 신
메뉴 품평회를 연다. 나는 내 입맛이 오히려 새 메뉴 품평에 방해만 될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비생산적인 일은 지양한다. 다른 회사에
있다가 우리 회사로 이직한 직원들은 처음엔 이러한 방침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신 메뉴 결재를 대표가 맛도 안 보고 통과시키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 입맛에 맞추면 뭐합니까. 주요 고객층 입맛에 맞춰야죠."...
나는 '우리는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말을 강조해왔다..."
94-95쪽.
혁신학교 4년차인 학교에서 근무하지만 리더의 가치관에 따라 학교의 혁신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절감하며 2년을 보내고 있다. 자발적,
적극적인 혁신의 걸림돌은 교육부(그나마 요즘 경기도교육청과 그 산하에 있는 교육지원청은 좀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한다)와 관리자가 구성원을
불신하는데서 시작한다. 권한 위임이 제대로 되지 않고 감시와 통제가 이어지면 구성원은 윗선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검열을 한다. 잘되면 본전이고
잘못되면 욕 먹을 혁신 시도는 되도록 하지 않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진다. 관료주의로 돌아가는 공무원 사회의 폐해다. 요즘 교육청 혁신 운동에
관심이 많다보니 이 대목을 읽으면서 무릎을 탁 쳤다. 학교나 교육과 전혀 관계가 없는 책이지만 가장 트렌디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리더가
이런 방법론으로 혁신을 실천해 성공하고 있다니 교육 혁신 운동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아랫 사람이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윗선의 관행과 싸우며 자발적인 혁신을 밀어붙이는 일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역시 학교와 교육계 전반의 시스템을 만지려면 리더의 마인드와 구성원을
섬기는 방법에 있어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리더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정작 배울 학생들에게는 무엇을 어떻게 배울지 전혀 묻지 않고
'상급기관'에서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짜서 내려보내고 똑같이 가르치는지 감시하는 일을 '평가'라고 부르고 있으니 아무리 단위학교에서 혁신을
하려고 노력해도 자주 한계에 부딪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참으로 대인배 리더다. 혁신에 성공할 만하다.
2. 배움2: 근본적으로 성공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라
"망고식스 창업 초창기에는 매주 전 직원들을 모아놓고 조회를 하면서 40분 정도는 프랜차이즈 교육을
하고, 15분 정도는 동영상 강의 자료를 함께 보았다. 때로는 책 한 권을 선정해 직원들과 둘러앉아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당시 마케팅 이사로 입사한 직원은 망고식스에 첫 출근을 해서 가장 인상적이엇던 장면이 바로 '책을 읽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첫
회의라고 해서 긴장하고 들어왔는데 사장이라는 사람이 책을 펼치고 앉아서는 줄까지 그어가며 직원들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더라는 것이었다. 회사가
학원도 아니고 무슨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당시에는 함께 책을 읽고 학원처럼 쪽지시험도 보고 그랬다. 내
나름대로는 회사의 마인드와 문화를 공유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200-201쪽.
어떤 공동체가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와 길게 보아 성공하려면 역시 한 사람 한 사람을 배우는 사람으로 세워야 한다. 또한
(전체주의적 폭력으로 가지 않는 선에서) 그 공동체가 추구하는 철학과 가치관을 세우고 공유해서 함께 실천해야 한다. 커피왕은 구성원을
공부시키면서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망고식스라는 회사를 이렇게 세워왔구나 싶어 멋있었고 그러한 방향성에 매우 공감했다. 학교에서 중학생을
가르치고 있으니 한 사람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사람으로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중요하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올해에는 교사
대상 학교안 전문적학습공동체를 세우고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작년에 이어 교사자율동아리 책사랑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서인지 저자가 하는
일들이 매우 가치 있어보인다.
3. 의문: 혁신할 때 가치관이란, 커피왕vsPPL(L사 기업경영
가치관과 비교)
"이런 전략을 구사할 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병문졸속', 즉 '하면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병문졸속이란 "손자병법" 작전편에 나오는 말로 '전쟁은 졸렬해도 빨리 끝내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달린 급박한 전쟁 상황에서는
이것저것 재고 따질 시간이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 역시 전쟁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망고식스가 지금껏 꾸준히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병문졸속' 정신이 큰 몫을 했다." 177쪽.
어제 저녁을 먹으면서 잠시 엄마가 보고 있던 일일드라마를 같이 보게 되었는데, PPL이 어찌나 공격적인지 여주가 일하는 곳이 카페이고
신메뉴를 개발했다면서 빙수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당연히 카페를 배경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았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TV에서 PPL이
안 들어간 프로그램을 찾기 힘들 정도로 간접광고가 대중화되었다. 합법적인 PPL을 하기 위해 얼마가 드는지 읽고 깜짝 놀랐다. 오래 전 무의식을
이용한 광고 중 영화관에서 상영 시작 전 의식이 지각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 빠르게 지나가도록 콜라와 팝콘 영상을 삽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PPL 역시 (바보상자라 불리는) TV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찾아보는, 그 프로그램에 호의적인 시청자들에게 우리 브랜드에 대해 친밀감을
갖게 하고 그 상품을 써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에서 인간 무의식을 십분 활용한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 제목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가
가리키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저자가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있는 전략이 PPL이다. 나도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즐겨보았기에 망고식스가 드라마
내에서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는지 기억한다. PPL이 너무 노골적으로 자주 등장하면 드라마 몰입에 방해가 되어 당시 '망고식스에 가보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너무 심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국 '병문졸속'이란 그 어떤 전략이든 성공에 도움이 된다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자는
가치관을 담고 있지 않은가.
비슷한 맥락에서 새 브랜드를 론칭할 때 트렌드 세터가 즐겨 찾는 지점이라면 땅값이나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공격적으로 가까운 곳들에 몇
개의 지점을 내는 방식 역시 질 좋은 상품 자체로 승부한다거나 다양한 곳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경험해보게 하고 싶다는
느낌보다는 저돌적이고 약삭빠른 꼼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카페베네가 성공했고 망고식스도 많은 사람에게 이미지를 잘 각인시켰으니 저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가치관과 방법론을 예찬하고 싶을 만도 하지만 나는 도덕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그런지 기업의 생태계는 정직이나 성실을 따라가기에는
엄청 매우 경쟁이 치열한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 씁쓸했다. 지금 중학생들이 사는 한국은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이북으로 한국 토종 브랜드 L사 창업 이야기 : http://blog.yes24.com/document/7303648 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꽤나 착한 기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매장을 공격적으로 열 여력도 없으니 골목 구석 주택을 개조한 작은 공간에 매장을 만든다거나 점주를 소중히
여기며 착취하지 않거나 일회용품 폐해를 막기 위해 종이컵에 예쁜 그림을 그린다거나 하는 착한 기업 가치관들 덕분에, L사가 가까이 있기만 하다면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는 그곳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있다. 아무튼 어떤 기업의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출간하면 그 책 한 권을 다 읽은
독자는 그 기업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니 홍보에도 효과가 있겠구나 싶어지는 독서 경험이었다.

망고식스 망고빙수는 아니지만... 갑자기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 시원하게 먹었다~ 우유 눈꽃 빙수는 정말
신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