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단보다도 먼저 받아본, 아직 표지도 만들지 않은 책을 받는 경험이 특별했다. 나나흰 3기 선정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나에게 온 책이라 ‘잘 읽고 잘 써야지’라는 부담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어렵고 깊이 있는 인문 서적이 올까 싶었는데 의외로 흥미진진한 소설이 와서 신기했다. 오랜만에 하루키나 베르베르 소설이 아닌 모르는 신인 작가의 장편소설을 읽기 재미있었다.

 

 * 원칙주의

책은 ‘오베라는 남자(현재 이야기)’와 ‘오베였던 남자(과거 이야기)’를 교차시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에는 트위터에서 흔한 이야기인 ‘어버이 연합’ 같은 분들의 ‘노인’다운 완고함을 오베에게서 발견하면서 ‘그분들은 역시 세계 어디에서나 이런 모습이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읽어 나가다 보면 오베가 노인이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남자 같았던, 정직하게 원칙을 지키고 고집스러우리만큼 도덕적이며 성실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기도 했고 평생 동안 거쳐온 숱한 경험들은 오베라는 남자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베 스스로는 정직하게 살고자 하나 주변에서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고, 인생사는 새옹지마라 좋은 일 뒤에는 반드시 나쁜 일이 따랐다. 어떤 면에서는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하기도 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에 대해서는 싸움을 불사할 만큼 고집을 부리고 원칙‘주의’적으로 말하고 사는 모습들을 보며 공감했다. 플롯을 치밀하게 구성하면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가는 이 스웨덴 신인 작가는 적은 인구가 사는 그 나라에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들 만큼 이 책을 꽤나 많이 팔았다고 한다.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 정말 죽고 싶었던 거 맞아??+ 관계(아내 소냐, 세 살배기 아이를 비롯한 이웃들)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는 과연 그가 ‘거사를 치를 것인가’ 여부에 있다. 그는 이 일을 매우 초반부터 시도하는데 ‘분량이 아직 많이 남은 걸 보니 꽤나 오래 살겠군’ 싶었다. 뒤로 갈수록 ‘정말 죽고 싶었던 거 맞아??’ 싶은 생각이 든다. 매일 6시 15분에 일어나 마을 구석구석을 ‘점검’하는 모습에서 삶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성가신 외국인 이웃이나 다른 이웃들, 고양이를 의도치 않게 도와주는 모습 속에서 오베라는 남자가 가진 ‘츤데레’ 같은 모습을 발견한다. 매사에 소리치고 화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영웅이자 착한 사람인 그의 모습을 말이다. 그가 그런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에게 온 평생 최고의 선물 아내 소냐 때문이기도 했다. 어쨌든 오베는 사랑하는 소냐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본인이 참고 맞춰주었던 낭만주의자이기도 했다. 또한 그가 외국인 여자의 세 살배기 아이에게 모질게 굴지 못하는 이유도 책 후반으로 갈수록 납득이 된다. 이 책이 가진 재미는 그런 이유들을 찾아나가는데 있었다. 한 사람을 살리는 수많은 관계들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훈훈해지고 웃음이 났다. 최근 가정 단원에 이어 노인공경을 가르치고 있는지라 적용이 잘 되었다. 남녀노소는 서로 모여야 함께 행복하게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최근 유행하듯 함께 밥을 먹고(tvN의 “식샤를 합시다” 1인가구들이나 MBC “나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처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말이다.

* 손으로 움직이는 세계 vs 추상적인 세계(문학작품, IT 산업 등)

독자가 오베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난무하는 이 추상적인 세계에서 ‘손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정직하게 구축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오베는 과학주의에 빠진 근대인처럼 눈에 보이는 것을 믿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원인과 결과를 파악해간다. 세상을 치유하듯 기계를 수리한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어 어그러진 세상, 서로를 속이는 세상을 정직하게 바로 잡아간다는 느낌이다. 오베는 이웃에 사는 IT컨설턴트나 아이폰 어플 개발자를 무시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가치관은 책 초반에 ‘키보드 없는’ 아이패드를 보고 화내는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나 역시도 구체적이지 못한 인간이고 직관과 촉으로 움직이기 편한 성향이라(MBTI로 치면 INTJ, 그래서 항상 S들이 부럽다) 내가 갖지 못한 면을 많이 가진 오베가 멋있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잘하는(요리를 잘하거나 집을 짓거나 기계를 고치거나 등등) 남자가 이상형이다. 책을 좋아하는 예비교사 소냐 아가씨도 오베였던 남자가 그래서 멋있어보였을까.

* 하루키 소설

오랜만에 읽는 소설, 모르는 신인 작가 소설인데도 큰 이질감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하루키스러운’ 문체를 보았기 때문이다. 오베라는 남자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데 특징 하나 하나를 반복해서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고양이를 의인화해서 움직임이나 눈빛에 의미부여를 하는 방식도 매력적이다. 또 이를 테면 오베와 외국인 이웃 부부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재앙 수준으로 운전을 못하는 IT컨설턴트 남편을 두고 오베와 외국인 아내가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어떤 작가의 골수팬이 되는 과정은 어쩌면 이렇게 우연하고도 사소하며 의도하지 않았던 계기를 통해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위에 나열한 재미들로 인해 현지에서 잘 팔린 이 스웨덴 신인 작가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잘 되어 다음 소설도 번역 출간되면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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