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 웅진 모두의 그림책 54
조오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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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날들이 좋았다, 아니 지금도 좋다.

아무 일 없이.

하늘의 구름이 그저 흘러가기만 하면 되듯이 그런 평온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좋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상이 어그러지는 게 쉬이 심하게 짜증이 나곤 했었는데,

이젠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저 멀리서 볼 때야 그런 것이란 걸.

당사자에게 그런 일들을 없다는 걸. 당사자가 평온하게 느낄 그런 날들 뿐이라면 굶어죽겠지.

자본주의에선, 민주주의에선 그럴 수가 없잖아, 함께 살아야하니까 계속해서 소란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그래야하는 것인데...

왜 나는 그런 말도 안되는 것들을 바라는 걸까...


여튼,

나의 구석을 보자마자 까마귀에게 맘을 뺏겼는데,

나의 그늘에선 까마귀가 확장시킨 세계에 수긍하고 있다. 

확장이 일어나 다행이라고도 생각하고...

이젠 그런 확장들에 대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 전같으면 위선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나이 먹으니 좋구나, 너그러워지고,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그래서 까마귀는

평온한 그리고 치열한 삶을 앞으로도 매일을

자신을 찾아 오는 혹은 나무를 찾아 오는 존재들과 잘 만들어나가겠지.

나무를 곁에 둘 수 있는 그 작은 여유가 까마귀의 일상을 얼마나 다르게 만들었나.

그런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 책을 꼭 봤으면 좋겠네.

제본선을 파고 들어갈 것처럼 책에 머리 박고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이 책을 핥다보면,

내 일도 좀 다른 관점에서 좀 가벼운 맘으로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문학이란 게 그런 거지 뭐.


그리고 여기서도 두 번째 사람.


(얘가 구석에도 나온다는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현타 온 까마귀도 보실까요? (본인은 괴롭겠지만, 귀여워섴ㅋㅋㅋㅋ;;;;)


눈빛 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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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에게
최현우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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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아이는 여러 거부할 수 없는 일들을

그대로 감내하는 중인데,

그 와중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불안정함 속에서 그래도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게하는 안정감 있는 존재가 있고,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곁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위안이 될 거 같다.

실상 저 때에는 위안이고 나발이고 모를 지라도

돌아볼 나중 어딘가에서는, 아이가 꼭 기억했으면 하고 바래본다.


시인의 시와

여러 레이어를 함축한 그림이 만나

다양한 공기층을 가진 그림책이 되었다.

공기층마다의 온도나 냄새 색깔이 다 다르고,

그럼에도 시의 힘인지 그림의 힘인지

이야기는 계속 굴러간다.

이런 것들을 성장이라고, 경험이라고 격상시키는 것도

합리화가 아닐까... 라는 약간은 난데없는 생각도 해본다.

성장에는 반드시 고통이 있어야하는가...? 그런 고통들에 반드시 의미를 붙여야하는가..?

그것도 일종의 회피이듯, 어쩌면 승화라고 할 수 있을지도...


돈의 논리는 재산권이라는 버젓한 단어 뒤에 숨어 이렇게 폭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른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아이도 함께 겪는다.

아이에겐 이 시절이 어떻게 남을까...

<코코에게>가 감사의 인사, 혹은 감사함에 대한 보답으로 만들어진 선물 주머니처럼 느껴진다.

그 시절 나에게,

너가 있어 다행이었다는 이야기,

아마 코코에게 직접 전하지 못했을 이야기,

이제는 혼자서 읖어볼 이야기이지 않을까.

나만 바라봐주는 그 사랑의 따스함이 아직 나에게 있어,

내가 이제는 이런 이야기도 너에게 해볼 수 있구나...

하는 독백처럼 느껴진다.



좋은 책 만드시느라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 글은 서평단 모집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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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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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튤립호텔로 기억되는 김지안 작가님의 신작!

(23년 7월 28일에 나왔다고 하니 아직 2달도 되지 않았!)


< 평냉 매니아들은 꼭 한 권씩 소장하시길 권합니다! >

<슴슴한 평냉 국물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에요~>


김지안 작가님 작업 이쁜 거야 말모말모이지만,

이 작업들은 특히 너무 귀엽고 심쿵하는 포인트가 많아서

모아보면~

어느 포인트 하나 놓치시는 법이 없으신 작업들!!

그리고 이렇게 귀여운 와중에

한여름의 마법같은 분위기를 완전 넘흐 잘 살리시는 수채화!!!



개인적으로 평냉을 아주아주아아아아주 좋아하는 터라,

더더 반가웠던 책으로!

집에 함께 깔깔거릴 꼬맹이가 없어서 그거이 안타까울 뿐이었지만,

대신 중딩이가 귀엽다고 소리지르며

(가뜩이나 고양이과 좋아하는 애라) 귀엽다의 연속으로 외치며

함께 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두 번 세 번 고마운 책이었습니다.


서평단 모집된 책이 출판사에서 도착한 날 집의 중딩이가 좀 지쳐 있던 차였는데,

이렇게 기분 좋은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주셔서~

책 속의 평냉처럼 시원하고 평안한 밤이 되었지요~  :)


그림책의 줄거리들은 출판사 책 소개에 자세히 되어 있고, 동영상도 있고 하니,

https://youtu.be/j1KourVMTfw )


그런 것보다 작가님의 작업을 더 자세히 보여내고 싶었습니다.


여름이 가기 전에! 

슴슴하여 어느새 나도 모르게 흠뻑 빠질

동양 판타지의 밤을 풍덩 느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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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에게 보통날의 그림책 5
나탈리 비스 지음, 쥘리에트 라그랑주 그림, 김윤진 옮김 / 책읽는곰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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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란 것을 우리는 간접으로도 겪고, 직접적으로도 겪는다.

그런데, 이 간접과 직접이라는 단어(는 잘못이 없지만) 아니 언어가 가지는 한계라고 할까...

어릴 때 노상 독서를 간접경험이라고 배웠는데, 이제와 생각하면 몸이 아는 경험이라기 보다 머리로 대처하는 플랜 B가 생기는 게 아닐까 싶다. 눈으로 읽고 단지 머리 속에서 상상해보는 경험이라니... 지식으로써 상황에 대한 유추는 가능하겠지만, 겪어본 자와 겪어보지 않은 자의 간극을 과연 눈으로 읽는다고 메꿀 수 있을까.. 메꾼다한들 그게 과연 같을까...


홈리스로 대표된 일종의 상실을 가진 모든 자들을 위한 책이면서, 가장 잔인한 책일 수 있다.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결말일 수도 있고(작가가 만든 결말을 보고 나도 흐뭇하게 웃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나이가 들어선지 자꾸 그 다음 생각을 하며 고개를 빼닥하게 뉘게 된다)...


상실의 고통으로 모든 감각을 닫고 사는(과연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가마는) 어떤 사람이 있고,

그도 이제쯤엔 그 장소에 적응을 마쳤고, 서서히 자신만의 평온할 수 있는 지점들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사람이란 건 참 뭔가 일상적인 일정이 없이는 대체 살 수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홈리스에게도 일상적인 일정이 필요하다니... 어찌 생각하면 어불성설같고, 어찌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고, 어쩌면 다행이고...


도로시의 회오리바람처럼 바람이 불던 날 무언가가 떡하니 나타났다. 새로운 존재를 한참을 조심스럽게 관찰한 결과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이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겠지, 내게 무해할 존재니까.



어두운 도시 속 반사되는 신호등 불빛과 얇은 지붕 아래 두 존재. 좋아하는 장면이다.

언어가 필요치 않은 이런 장면, 이런 순간.


언어가 더이상 필요하지 않던 그가 내가 아닌 존재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장면들이 

독자에게 건네는 여파가 크다.

시도 자체에도 박수를 가득 받을 일인데, 박수는 커녕,

거절과 거절을 얹은 채로 당사자의 거절까지 받아들고서 홈리스는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집이란 건 뭘까. 집이란 건 어떤 형태이어야하는가. 돌아올 곳이면 다 집일까...)

다른 방법이 없는 이제야 서로가 서로뿐인 존재들이 등을 기댄다.

무릎을 빌려주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고.


인간에게 외로움은 숙명이라지만,

이렇게 가끔 내게 꽃을 건네주는 존재가 있어 또 하루를 살 수 있다.

(물론 항상 꽃만 주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너의 꽃으로 살고,

내일은 나의 힘으로 살고,

모레는 또 누군가의 손을 붙잡을 수 있어 살 수 있겠지.


이야기가 여기서 끝은 아니다.

인생은 그저 흘러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지, 존재에 대한 책임은 그런 거라는 뜻인지,

회오리바람같은 바람이 또 분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대가 더 세심하게 단단해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최근 교사들의 집회에 대한 여론이 어떤지 나는 정확하게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이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자신의 일들을, 사명감을 가지고 해가는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이게 이런 냉대를 받을 일인가 싶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조금씩 다 소외된 존재들이니, 

서로 좀 귀기울이고 들여다보고 도울 수 있다면 

선뜻 손 내밀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바람이 선선해진 요즘 읽기에 눈으로 감상하기에 매우 적절한 책이군.

한 번 다 보셨다면, 마지막 장면과 첫 장면을 비교해보는 것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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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내 그림 좀 보세요! 비룡소의 그림동화 318
아나이스 브뤼네 지음, 김윤진 옮김 / 비룡소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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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미리보기가 너무나 아쉬운 책이다.

(평소의 알라딘답지않게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나마 책 전체 펼침 화면이라도 좋아서 다행...이지만 역시 미리보기가 너무 아쉽다. 미리보기만 잘되었어도 책이 세 배로 잘 팔릴 듯;;;;; (비룡소에서 어케 하셔야하는 거 아님까;;;;)


모네와 아들 미셸 간의 관계와 사랑과 믿음을 보여주는 책으로,

(책 내내 펼쳐지는 미셸의 눈높이를 따라 갔다가, 어른의 눈높이를 따라 갔다가 등의 관점에 따라서 우리에게 여러 메세지를 전달하는 책이다)

책의 외형적인 그리고 내재적인 아름다움들은 글자로 담기엔 아쉽다.

실제로 이 책을 넘겨보시기를!

색감과 구도도 정말 훌륭하지만,

이 책은 커팅북!!!

꼭 손가락 넣어보시길!

(손가락 넣어보다 종이가 찢어지면 맘도 같이 찢어지니 조심하자;;)


당시 유럽의 시대상도 자연스럽게 함께 알 수 있는 역사그림책으로도 기능할 수 있고,

모네의 화집이라도 손색이 없다.

심지어는 가드닝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인테리어 자료집으로도 훌륭하고,

예술이 함께 하는 삶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표본같은 책이기도 하겠다.


커팅북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자유로움에

안정되었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움 색감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님같은데,

Anaïs Brunet 작가님 그림체에 완전 반했다!


그리고 여러 사정으로 프랑스까지 가보지 못하는 독자들이야말로,

직접 가는 여행대신 이 책을 꼭! 꼭 펼쳐보시길~!

마지막까지 (개인에 따라서는 황홀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선물할 책이므로.


자꾸 뒤적이다보면 슬며시 다가오는 작가의 마음이나 모네의 마음은 정말 달콤한 덤이다!


아! 면지!

면지가 정말 아름답고, 어린 아이들과 본다면, 면지가 본문 어디에 나오는지 찾기 해보는 것도 무척 잼나겠다. 아이들과 볼 때는 구글에서 검색도 바로바로 해보도록 하자!

그림과 실제 사진을 보는 아이들이야말로 프랑스로의 여행을 두고두고 계획하고 반드시 실행하려고 노력하게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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