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님이 웃었어 ㅣ 사계절 그림책
기쿠치 치키 지음,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22년 7월
평점 :
<서평단 모집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고, 본인의 감상을 솔직히 적습니다>
어느 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어느 그림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 책은 정말!! 꼭!! 진짜!!
실물!!
실물을 손으로 만나야한다.
그 후에, 실물을 눈으로 만나야한다.
실물을 눈으로만 만나는 것으로는 50%만 이 책을 경험하는 일이므로, 꼭 손이 먼저 만났으면 한다.
이 책을 만난 후에,
종이의 세계는 얼마나 깊고 넓을 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간의 감각은 90%을 시각에 의지하고 있고,
시각은 기본적으로 빛의 반사에 따른 것인데,
이 책에서 쓴 종이들은 빛의 반사에 대한 여러 경우를 하위한다.
질감.
질감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이 디지털로 환원될 미래에 대해서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래서 감각적인 것들은 다 잊고 있었는데,
이 책을 만나
다시 생각의 머리를 오프라인, 아날로그 쪽으로 돌려보게 되었다.
아직 인간에게는, 인간의 감각에게는 혹은 인간의 뇌에게는 실물의 성질이 필요한 것일까...
언제까지 그런 실물 감각들이 필요한 것일까...
작가와 일본 제작자 쪽에서 어떤 레이어들을 품고서 이런 책을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책은 주제를 뺀 만듦새만으로도 한참을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주제를 넣은 온전한 만듦새로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색.
종이의 질감만으로도 이틀 이상을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거기다 색이라니.
새파란 파랑과 황금색이 떠오르는 표지의 노랑에
겉지를 벗기면 안은 눈물이 차오른 것 같은 파랑에 무당벌레가 있다.
삼원색의 무당벌레는 그 파랑 위에 있다.
그리고 다시 겉지를 씌우고 첫 장을 넘기면
노랑.
말도 안되는 노랑이, 새파란 파랑과 노랑에 누구나 다 압도될 것이다.
색감의 차이가
종이에서 비롯되어진 여러 갈래의 색들이 각자의 빛으로 나를 통과해가는 기분이 든다.
파랑 겉지의 두께와 노랑 면지의 두께는 또 다른 레이어를 만들고,
파랑과 노랑의 만남에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게 된다.
극명한 대비와 갈래진 질감과
본문의 글은 완전히 또 달라서
마치 끝나지 않는 반전의 방에 들어온 것 같다.
본문의 글은 장면마다 보여주는 다양하게 화려한(화려할 수 없는 색들의 화려함이란...)
그림의 색들과는 달리
차분하다.
무게추의 글이 가지고 있다는 듯이.
아이의 천진함과 순수함으로 글은 진행된다.
뭐 별다른 얘기도 아니다.
글자만 옮겨두고 보면,
감동이 몰아칠 이야기도 아니고, 가슴에 돌멩이 하나 던질 얘기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렇게 차분하고 자분자분히 흘러가는 이야기를
그림들과 함께 보면
그림책을 덮을 때쯤
작게 한숨을 쉬며 가슴을 한 번 크게 들썩이게 되더라.
그리고 뭘 읽었나 싶어 다시 읽어보게 되더라.
감정을, 감상을 글로 옮기는 것을 늘 어려워하는 나라서,
이 책은 꼭 직접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고 머리로 마음으로 느끼길 권한다, 추천한다.
추신>
사계절에서 원제작자와 수많은 의논을 거치고 많은 단계를 지난 후,
상당한 공을 들여 책을 제작했다고 건너 들었다.
- 사계절 관계자들께
고맙습니다. 애많이 쓰셨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