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누구나 불편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것에서 벗어나 한때 그랬었지, 하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전히 그 기억에 얽매여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물론 고통의 정도, 고통받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나 역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안 좋은 기억들이 몇 가지 있다.그런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좋았다. 항상 궁금했으니까..왜 특히 나쁜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을까..?결론적으로 내가 죽기 전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미 장기기억으로 넘어갔기때문에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라는 거다.그럼 계속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7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하여 우리가 나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물론 꼭 이 7가지 사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여기 나온 방법을 하나씩 적용해 보아도 좋다.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갖고있는 나쁜 기억에 자꾸만 좋은 경험을 더하여 결국엔 나쁜 기분이 사라지고 좋은 기분으로 치환되도록 하는 것이었다.포비아 극복같은 예에 쓰이는데 벌레공포증이 있다면 벌레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러다보면 벌레에 대한 공포가 점점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한꺼번에 수많은 벌레와 대면하는 방법도 있고 조금씩 조금씩 노출하는 방법도 있다. 이 역시 개인의 성향과 트라우마의 정도에 맞추어 진행해야 한다.이 책에서 배운 방법들로 나 역시 내 기억을 조금이나마 희미한 감정으로 바꾸어보도록 노력해봐야겠다.
무척이나 길지만 무척이나 흥미를 당기는 제목을 가진 책이 나왔다. 낭만적 은둔이라니, 그것의 역사라니. 은둔이라 하면 우선 무언가 어둠 속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반면 낭만적이라는 세 글자만 붙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이 책은 유럽 특히 영국을 중심으로 역사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왔는지에 대한 연구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영국의 여러 고문서와 책, 시 등에서 그 당시 생활상을 엿보고 그들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아보았다.처음부터 지금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모습에 조금 놀랐다. 혼자 걷기 였다. 걷기, 달리기. 지금도 많이 하는 혼자놀기의 방법 아닌가! 처음에는 일터로 출퇴근 하는 길이 혼자 걷는 길이었다. 그러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차들이 많아지고, 점점 출퇴근에서 산책으로 혼자 걷기의 방향이 바뀌었다.혼자 걷기, 낚시, 카드게임, 흡연에 이르기까지 혼자인 상태로 하였다는 것들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아 신기하기도 하고 이것이 한계인가 싶기도 했다. 물론 혼자인 시간 확보를 위해 중간에 수녀원이나 수도원으로 들어간 부분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지만.마지막 장은 혼자있기, 그 중 건강하지 못한 혼자있기 즉 외로움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왜 인간에게 외로움이라는 것이 있는지. 영국에서 외로움을 중요시 다루기 시작했는지 나와있다. 읽다보면 동양의 시각과 조금은 다르기도 하지만 역시 인간의 본성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시대에 접하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놀아야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어떤 방법으로 혼자 시간을 보낼지 궁금해하며 글을 마친다.
자기계발서의 홍수 속에서도 굳건히 버틴 내가 "엄마"라는 단어에 이 책에 끌렸다. 아무래도 엄마로 살아가며 잃은 것이 많다보니 과연 엄마로 살면서 꿈을 이루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만 하는 것으로도 너무나 벅찬데 자신의 꿈을 이룬다니 정말 놀라웠다. 저자는 두 아이를 육아하며 휴직중인 특수교사이다. 여느 엄마와 다름 없이 무료하고 자신을 잃어가는 일상을 보내던 저자가 어느 날 찾아온 깨달음 '나를 바꾼다' 으로 어느 덧 책 4권을 출간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아마 지금 한창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내가 놀란 부분에서 다들 공감할 것이다.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바꾼다며 자신에게 집중하는 저자의 모습이 멋있었고 뭔가 대단해보였다. 저자는 처음에는 운동으로, 나중에는 책을 쓰기 위해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기상시간을 당기는 것으로 시간을 리모델링 했다고 한다.필사를 하다가 독서모임을 하다가, 결국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냈고 그 일에 몰두하기 시작한 저자의 삶이 멋졌다. 단순히 의지가 약하다고 치부했던 나의 지난 삶들에 반성이 됐다. 물론 당장 저자처럼 변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금의 변화라도 있다면 결국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그 동안 내가 관심있게 했던 일들을 떠올려보고 육아로 잃어버린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길 바라며 책장을 닫는다.
천 개의 파랑으로 유명한 천선란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sf소설이라도 김초엽, 정세랑 작가와는 결이 다름이 느껴졌기에 천선란 작가만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책인지 궁금해졌다.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라니.. 어느 누가 호기심을 갖지 않을 수 있을까!초거성 리겔 근처에 살던 누브족은 행성의 수명이 다 해 떠나야만 했고, 지구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누브족의 일원인 나인. 나인의 몸에서 새싹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인은 고등학생인데 나인의 학교에서 실종사건이 있었다. 나인은 그것을 금옥이라는 니무를 통해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다.천선란 작가의 책은 sf소설이면서 마치 성장소설같다. 주인공들이 학생인 경우가 많으며 어른들의 부조리에 반기를 들고, 그들을 직접적으로는 아니나 깨우치려는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어쩌면 지금 이 시대의 청소년들이 알면서도 하지 못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묻어나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로 여행을 꿈만 꾸고 산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1년에 두번도 해외여행을 다녔던 나는 좀이 쑤시다 못해 그 간의 추억팔이도 몇십번을 했는지 모른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스튜어디스인 저자의 여행 이야기. 아무래도 스튜어디스라 하면 여행에 있어서 전문가, 권위자의 느낌이 물씬 난다. 그런 분이 여행에 관한 책을 썼다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시작은 저자가 어떻게 하여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을 꿈꾸었는지, 그리고 스튜어디스가 되고 난 후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나온다. 뒤 이어 훌쩍 떠날 수 있는 국내 여행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면서 공항에 가까이 사는 저자가 부러워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좀 먼 국내여행에 있어서도 공항이 가깝다는 것은 큰 메리트이다. 수도권 근교 여행지로 수원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분명 나도 화성행궁을 다녀왔는데 왜 여행의 결과가 이리도 다른지 나의 여행스타일을 점검하게 되었다.다음으로는 근교 해외여행지를 추천해주었다. 저자가 직접 다녀온 숙소, 이용한 교통수단 등을 추천해 주는 것도 괜찮았다. 아무래도 실제 후기와 겉만 훑은 정보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베트남 등 가까워서 주말을 활용할 수 있는 여행지인데 어서 이런 날이 오면 좋겠다.마지막으로 역시 저자의 직업에서 나오는 정보를 그냥 지나칠 순 없다. 승무원이라 알 수 있는 저자만의 노하우와 정보들을 가감없이 풀어놓았다. 여행도 취향이 있고 저마다의 느낌이 다르지만 여행객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승무원들이 느끼는 바는 또 어떤지 궁금해졌다. 책으로 떠나는 여행. 이것도 좋지만 이제는 직접 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