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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 어머니 약손처럼 찌든 삶과 아픈 몸을 어루만진다
윤동혁 지음 / 거름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윤동혁 PD의 이름은 몰라도, 아토피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기억이 난다했다.
근데, 앞장의 근황을 보니, 그새 자연에 파묻혀 생태주의자로 변했나보다. 약력난을 들춰보니, 초등학교 옮겨다닌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와서 반갑다. 다들 무슨 무슨 대학교, 무슨 대학원....고등교육기관 나열 타령들인지라. 몇장 안읽으니, 후후 웃음이 나온다. 무슨 월간지 기자들이 나와서 서울의 그 좋은 직장 팽개치고 강원도에 내려와 사는 삶이 흥미거리가 되겠다 싶어 취재를 하렸더니, 웬 시시껄렁한 신변이야기만 늘어놓고, 좋아하는 취미란게 옷벗고 숲속에서 거니는 거라니.
그리고, 맨발로 산길을 홀로 걷는 뒷모습이 나온다. 옳거니. 이사람은 미쳤거나, 아니면 득도를 했거나 둘중의 하나가 분명하다. 그 중간은 없다. 이런 삶을 택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득도여야 할텐데...물론 그러리라 짐작이 들지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삶을 택했단 말인가? 책을 산지 얼마 안돼어 남해 편백숲에 휴가계획이 잡혀있어, 냉큼 "이 책은 꼭 넣어"하고 짐을 쌌다. 그리고 이 책이 그리도 갈구하는 숲, 편백나무로 가득차있는 공기내음을 맡으며 글을 읽었다. 캬~. 와인명주를 마시며 그 와인이 만들어지는 포도원에 있는 느낌이 이러할까. 편백나무 숲속의 상쾌한 내음이 바람속에 느껴지는 그곳에서, 이 글을 읽으니, 글자 한자 한자 또박또박 머릿속으로 걸어들어와 피에 녹아 버렸다. 풍욕을 권하는 대목에서는 웃통을 벗고 숲속을 거닐었고, 맨발로 걸을 것을 권하는 대목에선 당연히 슬리퍼 신고나가서 맨발로 길을 걸었다. 자갈들이 유난히 많은 휴양림 산책로에선 발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지저귀는 새들 못지 않으려는 듯 유난히 "꺼억~, 꺼억~"하는 소리가 들리는게, 아래동네에 웬 고릴라가 왔나? 하고 내려다 보았지 않나 싶다. 소화기가 약해서 잘 체하고 가스가 잘 차는 내게, 맨발걷기는 발바닥 지압 그 자체였고, 전문 지압가 못지않은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아내는 그런 날 보고, 짐짓 그러는 줄 알고 마냥 안 믿으려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맨발로 걷는 내가 5초간격으로 뱃속의 가스를 토해낼 줄이야.
아뭍튼, 이 책에 나오는 사진, 실험, 그리고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니 3박4일의 여정이 어느새 후딱가버렸고, 돌아오기 전날 책을 다 읽었는데, 편백나무 숲에 휴가를 오기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숲, 이 공기가 바로 보물이었던 것을.
사람이 입으로 섭취하는 음식물보다 몇배나 더, 사람의 폐와 몸, 피부는 공기를 필요로 한다. 오염물질과 합성화학물질로 가득찬 도시를 떠나, 자연, 그것도 숲으로 오면 대지가 주는 신선한 생명의 화학물질: 피톤치트가 바람에 섞여 골고루 몸위를 떠다닌다. 숲은 상쾌함을 주며, 공기는 더러움을 씻어낸다. 실험을 통해 제시된 자료는 놀라웠다. 단 보름만에 중증 아토피 어린이 환자가 나아가는 모습이라니! 숲거닐기(산림욕)이 이런 효과가 있을줄이야.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산 밑을 내려온 지금은, 어떻게 집과 생활을 더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지, 숲에 어떻게 하면 가까이 가서 살지 고민중이다. 고마운 책이다. 득도도 이런 득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