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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의 밤 (일본어 + 한국어) (미니북) -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ㅣ 일본어와 한국어로 만나는 미니북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다윤 옮김 / 세나북스 / 2025년 2월
평점 :
일본 작가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히가시노 게이고, 나쓰메 소세키, 다자이 오사무 등이 떠오른다. 이들은 기라성 같은 작품들로 유명하며, 나 역시 이들의 책을 소장하고 가끔씩 다시 찾아 읽곤 한다. 하지만 미야자와 겐지라는 작가는 나에게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인 『은하철도의 밤』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어린 시절 TV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를 보니, 무려 1924년에 초고가 집필되었다고 한다. 이후 여러 차례 수정되었지만, 생전에는 출간되지 못했다. 미야자와 겐지가 세상을 떠난 후, 1933년에 그의 수정 원고가 발견되었고, 학자들에 의해 최종 간행본이 출판되면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작가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난 덕분에 저작권은 말소되었고, 다양한 출판사와 번역가들에 의해 『은하철도의 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세나북스에서는 『은하철도의 밤』을 포켓북으로 출판했다. 앙증맞은 크기로 휴대성이 뛰어나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적합하다. 또한 일본어 원문을 그대로 수록하여, 좌측에는 일본어 원문을, 우측에는 한글 번역본을 배치해 일본어를 함께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유용한 구성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어 번역본의 여백을 활용해 일본어 단어장을 수록하여 독자들이 어려운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작품 속 주인공 조반니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며 외로운 나날을 보낸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고, 홀로 계신 어머니는 병으로 쇠약해지고 있다. 조반니에게는 단짝 친구 컴파넬라가 있다. 그는 마음씨가 착하고 학교에서도 모범적인 학생이지만, 조반니를 도와주고 싶어 하면서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은하수 축제가 열린다. 그러나 조반니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외로움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순간, '은하 스테이션'이라는 안내 방송이 들려오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컴파넬라와 함께 은하철도에 탑승해 있다. 기차를 타고 은하를 여행한다는 설정은 미야자와 겐지의 상상력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다. 두 사람은 은하철도를 타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향해 여행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삶의 방식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여행의 끝자락에서 갑자기 컴파넬라가 사라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과연 그들의 여정은 어떤 결말을 맺을까?
세나북스에서 발간한 『은하철도의 밤』은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 지지 않고」로 시작한다. 이 시는 그가 1931년 투병 중이던 병상에서 수첩에 메모했던 글이라고 전해진다.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로 평가받기에, 『은하철도의 밤』을 읽기 전에 먼저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랜만에 포켓북을 접하게 되었다. 1980~90년대에는 휴대성을 고려해 포켓북 형식의 책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모바일 기기와 전자책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다. 그러나 작은 크기의 포켓북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 덕분에 외출할 때 휴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은하철도의 밤』은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 아니라, 삶과 죽음, 우정과 고독, 그리고 진정한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미야자와 겐지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독자들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독특한 서사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은하철도의 밤』. 그 이유는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한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