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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 없이 그림으로 이해되는 수학 개념 사전
사와 고지 지음, 히로사키 료타로 그림, 송경원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5년 3월
평점 :
말도 안 되는 책이 등장했다. 암기 없이 그림으로 이해되는 수학 개념 사전이라니. 그 수많은 수학공식을 암기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다니. 수포자들의 구원자가 등장했다고 생각했다. 수학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국민이 필수적으로 배운다. 물론, 대학과정에서 심화된 수학을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이때 배운다. 덧셈과 뺄셈을 거쳐 곱셈과 나눗셈의 사칙연산을 배우고 도형의 넓이와 둘레를 구하는 법을 배우고 점차 고등수학으로 넘어간다. 초등학교까지는 그럭저럭 어렵지 않게 수학을 배우지만 중학교 넘어서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방정식과 함수는 수학을 어려운 학문이라 인지하게끔 하며 점차 수포자도 나오기 등장한다. 처음에 개념이 잡히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 과정은 이해하기 힘들며 점차 손을 댈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제목은 아주 달콤하다.
암기 없이 그림으로만 이해된다니. 환호성을 지를 준비를 하고 책장을 넘겼다. 목차는 시대순이다. 교과과정 중심이 아니라 새로운 수학의 개념이 등장한 시기로 목차를 구분했다. 숫자의 발명부터 숫자의 기본 성질인 음수, 양수, 그리고 넓이와 둘레를 구하는 선사시대가 처음 등장하며, 이어서 고대로 넘어간다. 고대에는 제곱근, 일차방정식, 이차방정식, 대수학, 유클리드 기하학 등이 등장하는데 이때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현대에 사는 우리가 무려 고대에 등장한 수학 개념조차 이해하기 어렵다니. 큰일이다. 아직 목차는 3개나 더 남았다. Part 3에서는 중근세·근대이며 사인·코사인 법칙이 드디어 등장한다. 이차함수와 미적분 방정식이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어서 Part 4부터서는 들어보지 못한 수학 개념이 등장한다. 미적분도 어디서 사용하는지 모르겠는데 페아노 공리, 비유클리드 기하학, 회귀분석, 감사함수, 라플라스 변환, 푸리에 급수 전개라니. 단순 개념도 차도 외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림이 있지 않은가. 희망을 가지고 다음 목차를 훑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대각선 논법, 에르되시 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푸앙카레 추측 등이 등장한다. 수학이라기보단 철학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글의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암기 없이”, “그림”이란 단어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없었으며 아직 수학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내 기준에서는 그려진 그림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분명 암기 없이 그림으로 이해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글을 읽고 동시에 그림을 보아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이 앞섰다. 수학 개념 사전이다 보니, 각각의 소제목에 따른 글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짧고 굵게 핵심만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핵심만 언급하고 나니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상당히 존재했다. 한 번만 읽고 이해되었으면 나는 아마 수학자가 되었을 꺼야라고는 현실을 직시하며 책의 저술 목적을 다시 상기시키고 주관화시켜보았다. 수학 개념사전. 그렇다. 이 책은 사전이다. 교과과정처럼 수학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수학에 등장하는 각종 용어들의 정의를 내리고 어떻게 수학에 적용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그렇다는 것은 새로운 수학 단원에 들어가기 전이나 수학에 등장하는 용어가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 이용하면 좋을 것 같아. 일종의 수학 전용 문해력 도움 책이라고 생각된다. 수포자가 읽으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긴 한다. 왜냐면 객관적으로 수학을 어려워하는 부류는 문과 이과 이분법적 사고로 적용해 보면 문과에 가깝기에 텍스트로 만 가득 차 있는 이 책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학을 포기하기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도전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