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실험실 -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찾은 최고 기업들의 혁신 비결
스테판 H. 톰키 지음, 안진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찾은 최고 기업들의 혁신 비결
스테판 H. 톰키 (지은이), 안진환 (옮긴이)
한국경제신문 2023-01-30

1장에서 책상에 앉아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3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폰은] 가장 비싼 전화기인데 키보드가 없어서 비즈니스 고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이다. 이메일을 주고받기에는 그다지 좋은 기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얘기했다. 자기들은 음악을 렌트하길 원치 않는다고, 구독해서 듣고 싶지는 않다고 말이다.”
“TV는 포획하는 어떤 시장이든 6개월 이상 보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밤 그 합판 상자를 쳐다보는 일에 곧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37p.
책에는 누가 말했는지 나옵니다. (일부러 뺐습니다) 이렇게 두고두고 회자되니 부끄러울 것같습니다. 더이상 머리속으로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실험을 해야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가 진행하는 실험 가운데 3분의 1만이 효과가 있고 3분의 1은 중립적인 결과를3분의 1은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8p.

구글의 전문가들이 96.1퍼센트의 비율로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회사에 경쟁우위를 안겨준 것은 바로 그 역량, 즉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대규모로 테스트하는 능력이다.
39p.
실험을 하는 것도 쉬운게 아닌데 대부분 실패합니다.

2장은 실험을 하기 위한 질문들입니다.

1. 테스트 가능한 가설이 있는가?
2. 모든 이해관계자가 결과를 준수하기로 약속했는가?
3. 실험이 실행 가능한가?
4.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을 방법이 있는가?
5.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고 있는가?
6. 실험에서 최대의 가치를 얻고 있는가?
7. 실험이 실제로 결정의 주된 동인이 되고 있는가?
87p. 2장_비즈니스 실험을 위한 질문들
말이 다소 어렵지만 각각의 항목에 대해 사례를 들어가며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용보다 그 실험의 해석이 어렵습니다. 해석을 잘못한 경우를 사례로 들어줍니다.

1500년에서 1800년 사이에 약 200만 명의 선원이 괴혈병으로 사망했다. 오늘날 우리는 괴혈병이 긴 항해에서 충분한 과일을 공급받지 못해 비타민C가 부족해서 발생했음을 알고 있다. 1747년 영국 해군 소속 외과 의사인 제임스 린드 박사는 가능한 여섯 가지 치료법을 테스트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한 항해에서 그는 일부 선원에게 오렌지와 레몬을 주고, 다른 선원들에게는 식초와 같은 대체 요법을 제공했다. 실험은 감귤류 과일이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그 이유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린드 박사는 과일의 산성이 치료제라고 잘못 믿고 잘 상하지 않는 치료제를 얻기 위해 감귤주스를 가열해 농축액을 만들었다. 열을 가해 비타민C를 파괴한 것이다.
영국 해군이 마침내 선원들 사이에서 괴혈병을 제거한 것은 그로부터 50년 후로, 선원들의 식단에 가열하지 않은 레몬주스를 추가하기 시작하면서였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변경 사항이 원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된 방식으로 구현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요소에 자원을 낭비하지 않음으로써 변경 사항을 더욱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122-113p. 2장_비즈니스 실험을 위한 질문들
과일이 필요하다는 것까지 찾아냈지만 그당시에 비타민C를 가열하면 파괴될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습니까. 저도 농축과일쥬스를 만들었을 것같습니다. 반성해야할 사례입니다. 정답을 얻기까지 50년이 더 걸렸습니다.

3장 온라인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데 좀 어렵습니다. 뭐랄까 논문쓰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같습니다. 서너번은 다시 읽어야 실험을 많이 반복해야되는구나를 알게 됩니다.

경영자는 흔히 투자를 많이 할수록 더 큰 영향력을 보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온라인에서는 사소한 변경 사항을 많이 적용함으로써 성공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세계는 파괴적인 대형 아이디어를 찬미하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발전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사소한 개선이 누적되고 반복됨으로써 이뤄진다.
134p.

4장 성공하는 조직의 실험이 핵심입니다!
1. 학습 사고방식
2. 가치 및 목표와 일치하는 보상
3. 오만을 이기는 지적 겸손
4. 실험의 진실성
5. 도구에 대한 신뢰
6. 탐색과 활용의 균형 유지
7.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수용하는 능력
170p.
이 일곱가지를 전부 담아야 한답니다. 쉽지 않습니다.

1. 학습에서는 자잘한 실패를 계속 시도하라고 합니다. 게임의 난이도를 10% 올렸더니 수익이 30% 감소했습니다. 큰일이죠? 그래서 제일 쉬운 변형을 도입했더니 수익이 20% 증가했습니다. (100원 이익이 30% 감소하여 70원이 되었고, 20% 증가하여 84원이 되면 사실 걱정할 이유지만 이정도만 올라와도 성공인가 봅니다)

2. 보상에서는 인센티브와 목표를 일치시키라고 합니다. 회사의 평가에 꼭 반영해야할 부분입니다.

3. 겸손에는 실험과 신념과의 관계입니다.
이 사례는 모든 실험자가 직면하는 도전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는 자신의 편견을 확증해주는 좋은 결과(‘승리‘)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신의 가정에 반대되는 나쁜 결과(‘패배‘)에 대해서는 도전 의식을 불태우며 철저히 조사하는 자세를 보인다. 제프 베조스는 실험을 통해 신념을 부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행동은 아니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직에서 대규모 실험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는 매우 빠른 속도로 신념을 부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187p.

5. 6. 7장은 더 요약을 못하겠습니다. 내용이 너무 알차고 가득하여 요약이 아니라 그대로 적고 있습니다. (아니. 이건 필사가 아닌가...)

새로운 시도나 발견의 책이 알 수 없는 논리구조로 자기만의 세계를 억지로 설명하려고 엉뚱한 결론으로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여섯번은 읽어야 저자의 주장이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은 반대로 너무 좋은 이야기가 가득해서 반복해서 읽어야 합니다. 비즈니스의 실험이라 많은 부분에서 제가 일하는 회사에도 적용가능한 부분이 많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퀸 오브 킹즈 QUEEN OF KINGS
탁윤 지음 / 이층집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들의 여왕이라는 제목입니다. 퀸 오브 킹즈. 왕이 나오긴 합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평민이었던 여자가 어느날 15명의 왕들을 거느리는 여왕이 됩니다. 그런데 왕의 숨겨진 딸이라면 그냥 서녀 정도일텐데 계속 평민이라고 합니다.
평민이었던 여자가 여왕이 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어떻게 여왕이 된걸까요. 그저 죽어가는 왕의 유언으로 쨘. 여왕 등극인가요.
적국의 대사와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실무진을 내보내고 여왕과 대사가 단둘이 계약을 결정합니다. 계약내용을 상대에게 물어봅니다.
15명의 왕들이 모인 자리에 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를 당합니다. 제일 센 한 사람한테 멸시를 당하고 나머지 14명은 별다른 말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름조차 안나옵니다. 왕들의 여왕이란 제목이 무색합니다.
왓패드에 10여개의 작품으로 23회나 1위를 한 작가는 이 소설을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썼지만, 왓패드에는 아직 미공개로 하고 한국어로 먼저 출간했다고 합니다. 그럴거면 왜 동시에 썼을까요.

여기까지가 어색한 점이고
그래도 소설다운 구성으로 반전도 있습니다. 웹소설에 로맨스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병사들은 영원히 이솔데를 맹세했다. 그들의 생명줄은 그녀에게 묶여 있었다. 이솔데 자신이 죽지 않는다 한 그림자 병사들은 결코 죽을 수 없었다.
이후 수 세기에 걸쳐, 이솔데는 그녀에게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자 병사를 선물함으로써 그들을 도왔다고 전해진다. 병사들은 충성스러웠고, 불가능할 정도로 강했으며, 모든 면에서 숙련돼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숭배자들에게 세상이 쉽게 주기 힘든 안전을 제공했다. 하지만 인류는 계속 탐욕스러워졌고 끝내 병사들을 이용해 서로 전쟁을 시작했다. 결국이솔데는 모든 기도에 응답하는 것을 멈췄다.
64-65p.
그림자 병사가 나오게 되는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가 되는 세계관입니다. 뭔가 알라딘의 지니같은 재미있는 구성입니다. 마법과 신화가 펼쳐지는가 했는데 그림자병사를 운용하는 힘이 많이 들어 수고로운 것같습니다.

“저는 폐하의 내면에서 분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상처받은 자신에 대한 분노, 과거의 어떤 것에 대한 분노, 아니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분노를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를 안으로 조절할 수 없습니다. 특히 폐하처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요. 권력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내 손에 상자를 쥐어주고, 내 손을 포근히 감싸 내 손가락이 그의 선물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폐하는 선이란 가치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어요. 폐하는... 기적입니다.˝
184p.
이 대목이 좋습니다. 매번 모욕을 당하고, 짜증과 분노가 가득한 여왕에게 하는 최고의 비아냥 혹은 찬사입니다. 너는 자신에게, 과거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분노를 가지고 있는데 그정도면 기적이라니... 여기서 혼자 빵 터졌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여왕의 시점으로만 계속 진행되기에 받아들이는 정보가 한정적입니다. 뭐할까 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이다 그런 느낌을 줍니다.

짧은 책 안에 학대, 등극, 질투, 관심, 독살, 배신, 애정, 사랑, 도피, 죽음... 등 다채로운 변화가 펼쳐집니다. 사실 독살범의 배후가 제일 큰 반전일 거라 생각했는데 22장에서 더 놀랄만한 반전이 하나 더 나옵니다.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 생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은이), 양진성 (옮긴이)
프리렉 2023-01-30


이야기책을 좋아합니다. 편안히 집안의 쇼파에 앉아
다른 사람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든 비극이든 그저 그렇구나, 이런 인생도 있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지어낸 영역이 많이 차지하기에 비극이어도 전혀 괴롭지가 않습니다.

그랬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연들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실화입니다. 실제 이야기와 지어낸 이야기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지 몰랐습니다. 저자 레슈차이너 교수를 찾아온 환자들입니다. 난감하네요.
감각에서 살짝 비껴난 경험을 배울 줄 알았는데, 완전히 감각을 잃어버린 사연을 들으니 읽기가 힘듭니다.

34살의 폴은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선천성 무통각증입니다.
니나는 두눈이 멀었는데 세상이 좀비얼굴로 보입니다. 샤를 보네 증후군입니다.
조앤은 감기에 걸린 후의 후유증으로 냄새를 일반인보가 몇배 이상 과하게 맡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병명조차 없습니다.
수잔은 뇌전증인데 사람을 투시하여 뒤의 모습을 봅니다.
이런 식의 사연들이 나오니 편히 기대어 읽어서는 안될 것같습니다.

1760년, 보네는 조부의 특이한 경험에 관해 에세이를 썼다. 샤를 룰린 Charles Lullin은 90세의 나이에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니나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시력이 향상되다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손에서 잃은 것 대신 다른 손에 새로운 것이 주어졌다. 룰린의 시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종류의 시각적 경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 동물, 마차 같은 환영이 생생하고 자세하게 펼쳐졌고, 건물이나 집에 걸린 태피스트리의 변형된 모습이 보였다.

샤를 보네 증후군(이 용어는 보네 자신이 붙인 게 아니라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신경학자들이 붙인 것이다)이 발생시키는 환시의 특징 중 하나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릴리퍼트 섬의 주민인 릴리퍼티안, 즉 소인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1920년대에 작성된 한 논문을 보면, 이 환시가 어떤 것인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인간의 60분의 1 정도인 소인들, 크기는 약간씩 다른 남자 혹은 여자들. 그위나 옆에는 같은 비율의 작은 동물, 작은 물체들이 있다. 그러니까 결국 스위프트가 창조한 걸리버 여행기 속 세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환영은 움직이며, 색이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진정한 릴리퍼트식 시각이다. 작은 마리오네트 극장의 축소판처럼 환자의 눈에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대개 밝은 옷을 입고서, 걷고, 뛰고, 놀고, 일하는 이 작은 인물들의 세계는 입체적이며 원근감이 살아있다. 그 미세한 환영들은 마치 현실의 삶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77p.
저도 가끔 과로하거나 피곤하면 먼지나 벌레가 날아다니는 비문증이 보이는데 그에 비할 것이 아닙니다. 감각이 사람을 속이는 걸까요. 어쩌면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닐까요. 유럽 전설의 요정을 보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읽고 나면 평범한 감각이 얼마나 축복인건가 감동이 일어납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당연한 것이 행복입니다.

이상한 부분 덧붙임.
프롤로그의 제목이 ˝일생 허락되지 않는 원전˝이다. 전혀 이해가 안되는 문장인데, 일생은 아마도 한평생일 것같고, 원전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말 궁금해서 아마존으로 가서 원문을 검색해보니 원문에는 소제목이 안붙어있습니다. 이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음, 간호윤 엮음 / 경진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
조선인들의 들숨과 날숨
송순기 (지은이), 간호윤 (엮은이)
경진출판 2022-12-30

기인기사록은 1921-22년 송순기 선생이 상권 51편, 하권 56편으로 출판된 책입니다. 조사만 한글이고 전부 한문입니다.
그 귀한 책자를 간호윤 선생이 구해서 전부 입력하고 2014년에 기인기사록 (하)권으로 번역하여 풀어썼습니다. 모두 56편, 611페이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왜 하권이 먼저 나왔냐면 하권 중의 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일제시대에 금서로 지목되었기에 안타까워 먼저 번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표지사진보러 서점에 가보니 2008년에도 일부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읽었지만 항상 (하)라고 표시되어 있는 책을 보면서 언제 상권이 나올것인가, 과연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궁금했지요. 그러던 차에 9년만에 드디어 상권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한줄한줄 소중히 읽어야지요.

애초에 송순기 선생이 글을 쓸 때 지어낸 것이 아니라 오백년기담, 동상기찬, 기문총화, 실사총담, 청구야담, 심지어 삼국사기 등의 옛 문헌에서 가져와 각색을 한 것들이라 어렴풋이 들어본 듯하면서도 전체 줄거리는 모르는 것들입니다.

사실 내용은 별거 없습니다. 대대로 내려오는 전래 이야기의 신문판인거죠. 지면에 연재했기 때문에 글자수가 정형화되어 더 좋습니다.

더 괜찮은 부분은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해 저자가 자료를 더 찾아 연도까지 맞춰가며 해설을 해줍니다. 이래서 책이 늦게 나왔군요! 하단에 주석도 달고 어울리는 그림도 찾아붙이고, 매편마다 해설이 붙어 더 좋습니다. 옛문헌의 해설가입니다. 평범한 옛이야기의 숨겨진 사연과 평가를 곁들여서 한층 완성도가 살아났습니다.

송순기 선생은 이야기 끝에 자신을 외사씨라고 나오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小史는 邦國의 기록을 맡는다,
內史에 사방 諸侯가 보내온 文書를 內史가 聲讀하여 王께 告한다,
外史는 書名을 사방에 전달하는 일을 맡는다.
책의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랍니다.

윤필상은 성종 조의 상국이었다. 일찍이 북경에 가서 점을 잘 치는 자를 방문하여 운명을 점쳐보니 한평생 길흉이 서로 꼭 들어맞았다.
다만 마지막 구절 ˝해가 삼림의 아래로 떨어지니 일지춘을 영원히 이별하네 日落三林下 永別一枝春”라는 말뜻만 풀어내지 못하였다. 그 후 연산 임금 갑자사화 때(1504년)였다. 지난 성종 시절 연산군의 생모인 윤비를 폐위시킬 때 참여한 일로 인하여 전라남도 진도에 유배되었다.
어느 날 저녁에 인근 사람이 주인집에게 김매는 데 손을 빌려 달라고 청하며 말하기를 ˝내일 아침 상림으로 와서 만나세나˝ 하기에 공이 주인에게 물었다.
“어디를 상림이라 하는가.˝
주인이 대답했다.
“이곳에서 한 5리 쯤 가면 상림, 중림, 하림의 지명이 있지요.˝
공이 이에 ‘삼림‘의 말뜻을 비로소 깨닫고 탄식하기를 그치지 못하였다. 그때 마침 자질구레한 일을 맡은 기생이 곁에서 머리를 빗고 있었다. 그래 이름을 물어보니 기생이 ˝일지춘이에요˝하고 대답하였다.
186-187p.
하! 한자 예언이라는 것이 기가 막히게 들어맞습니다. 북경의 그 점쟁이는 도대체 누굴까요. 윤필상의 손자도 북경에 가서 쪽집게 점괘를 받아옵니다. 점쟁이도 대를 이어 운영했을까요.

우리나라 여류시인들의 한시를 소개하는 대목이 있는데 대단합니다. 특히 회문시라고 한글자씩 더하는 시문은 놀라울 뿐입니다.

중간에 한꼭지 이야기로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이 나오길래 이거 누가 누구를 베낀건가 찾아보니 허생전 이 먼저이고 후에 기문총화(=>기인기사)에서 가져다가 적었나봅니다. 저작권이 상관없던 시대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고화질]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02 바다를 달리는 엔딩 크레딧 2
타라치네 존 지음, 한호성 옮김 / 픽시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인의 성공을 보면 즐겁습니다. KFC의 커낼 샌더스의 1,008번 거절 후의 성공이라든가, 로즈 와일리는 75세에 화가의 길로 들어섰죠. 늙어 새로운 일을 하면 뭐라도 성취해야죠. 대박은 못해도 자잘한 즐거움이나 소소한 헹복이라도 찾으면 좋을텐데...

이 만화의 주인공은 어린 카이를 좋아하는 건지, 질투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아직 고등학생인 어린 유튜버는 버릇없이 말을 해도 아이돌이라 다들 좋아합니다.

노인은 성공하지 못하고, 아이는 버릇없어도 좋아합니다. 슬픈 만화의 세상입니다.
그렇게 노인의 성공을 기대했건만 경험이 부족하다고 교수에게 지적을 당합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그림은 잘 그렸는데 내용이 부족합니다.
표지는 엄청난 내공을 가진 주인공일 것만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