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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음, 양진성 옮김 / 프리렉 / 2023년 1월
평점 :
감각의 거짓말
감각은 당신을 어떻게 속이는가
저명 신경과 의사가 감각 이상에서 발견한 삶의 진실
기 레슈차이너 (지은이), 양진성 (옮긴이)
프리렉 2023-01-30
이야기책을 좋아합니다. 편안히 집안의 쇼파에 앉아
다른 사람의 흘러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그것이 행복이든 비극이든 그저 그렇구나, 이런 인생도 있겠지 하고 넘어갑니다. 대부분 작가들이 지어낸 영역이 많이 차지하기에 비극이어도 전혀 괴롭지가 않습니다.
그랬는데 이 책에 나오는 사연들은 지어낸 말이 아니라 실화입니다. 실제 이야기와 지어낸 이야기가 이렇게 큰 차이가 있을지 몰랐습니다. 저자 레슈차이너 교수를 찾아온 환자들입니다. 난감하네요.
감각에서 살짝 비껴난 경험을 배울 줄 알았는데, 완전히 감각을 잃어버린 사연을 들으니 읽기가 힘듭니다.
34살의 폴은 통증을 느끼지 못합니다. 선천성 무통각증입니다.
니나는 두눈이 멀었는데 세상이 좀비얼굴로 보입니다. 샤를 보네 증후군입니다.
조앤은 감기에 걸린 후의 후유증으로 냄새를 일반인보가 몇배 이상 과하게 맡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병명조차 없습니다.
수잔은 뇌전증인데 사람을 투시하여 뒤의 모습을 봅니다.
이런 식의 사연들이 나오니 편히 기대어 읽어서는 안될 것같습니다.
1760년, 보네는 조부의 특이한 경험에 관해 에세이를 썼다. 샤를 룰린 Charles Lullin은 90세의 나이에 양쪽 눈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니나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시력이 향상되다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손에서 잃은 것 대신 다른 손에 새로운 것이 주어졌다. 룰린의 시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종류의 시각적 경험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 동물, 마차 같은 환영이 생생하고 자세하게 펼쳐졌고, 건물이나 집에 걸린 태피스트리의 변형된 모습이 보였다.
…
샤를 보네 증후군(이 용어는 보네 자신이 붙인 게 아니라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신경학자들이 붙인 것이다)이 발생시키는 환시의 특징 중 하나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릴리퍼트 섬의 주민인 릴리퍼티안, 즉 소인들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1920년대에 작성된 한 논문을 보면, 이 환시가 어떤 것인지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인간의 60분의 1 정도인 소인들, 크기는 약간씩 다른 남자 혹은 여자들. 그위나 옆에는 같은 비율의 작은 동물, 작은 물체들이 있다. 그러니까 결국 스위프트가 창조한 걸리버 여행기 속 세상이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환영은 움직이며, 색이 있고, 종류도 다양하다. 진정한 릴리퍼트식 시각이다. 작은 마리오네트 극장의 축소판처럼 환자의 눈에 놀라운 세계가 펼쳐진다. 대개 밝은 옷을 입고서, 걷고, 뛰고, 놀고, 일하는 이 작은 인물들의 세계는 입체적이며 원근감이 살아있다. 그 미세한 환영들은 마치 현실의 삶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77p.
저도 가끔 과로하거나 피곤하면 먼지나 벌레가 날아다니는 비문증이 보이는데 그에 비할 것이 아닙니다. 감각이 사람을 속이는 걸까요. 어쩌면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닐까요. 유럽 전설의 요정을 보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읽고 나면 평범한 감각이 얼마나 축복인건가 감동이 일어납니다.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냄새를 맡고, 맛을 느끼는 당연한 것이 행복입니다.
이상한 부분 덧붙임.
프롤로그의 제목이 ˝일생 허락되지 않는 원전˝이다. 전혀 이해가 안되는 문장인데, 일생은 아마도 한평생일 것같고, 원전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정말 궁금해서 아마존으로 가서 원문을 검색해보니 원문에는 소제목이 안붙어있습니다. 이런.
